고환율의 습격, 韓경제 최대 리스크로…물가→내수 '악순환' 우려
[2026 경제] 정부 총력전에도 1400원대 고착…IB 평균 전망 1440원
수입물가 자극해 금리인하 '발목'…이자부담 속 내수 'L자 침체' 우려
- 전민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2026년 병오년(丙午年)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는 '환율'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 말 정부가 가용한 모든 카드를 쏟아붓는 총력전을 펼치며 '심리적 마지노선'인 1500원 돌파는 막아냈지만, 시장에선 이미 1400원대가 '뉴노멀(New Normal)'로 굳어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고환율로 인한 물가 상승 압력 역시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강하다. 이에 따라 고환율과 물가 불안이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행보를 가로막고, 내수 회복을 지연시키는 '복합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일 금융권과 외환당국에 따르면 최근 달러·원 환율은 정부의 고강도 대책에 힘입어 1480원대에서 1430~1440원대 레벨로 다소 낮아졌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환율이 1500원을 위협하자 전방위적인 '달러 소환 작전'을 펼쳤다. 국내로 복귀하는 '서학개미'에게 양도소득세를 감면해 주고, 기업의 해외 자회사 배당금에는 세금을 물리지 않는 파격적인 유인책을 내놨다. 은행의 외환 규제까지 완화하며 달러 공급의 물꼬를 텄다.
대책 발표 직후 환율은 1430원대 중반까지 떨어지며 급한 불을 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추세적 하락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냉정한 진단을 내놓고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한미 금리 역전 고착화와 교역 구조 변화 등 구조적 요인들이 이미 환율의 균형점을 크게 높여 놨다"며 "내년에도 환율 수준에 대한 눈높이는 여전히 높게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고환율이 올해 경제의 큰 변수"라며 "현재 상황에서 환율이 1400원대 밑으로 내려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 사실상 고환율이 지속된다고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시각도 다르지 않다.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올해도 달러·원 환율이 1400원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12개 주요 IB가 제시한 향후 3개월 환율 전망치는 평균 1440원으로 집계됐다. 6개월 전망치 역시 평균 1426원으로, 지난해 평균 환율(1421.96원)과 유사한 수준이다. 스탠다드차타드와 노무라 등 일부 기관은 1460원까지 상단을 열어뒀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추정한 한국의 적정 환율인 1330원 선을 100원 이상 웃도는 수치다.
문제는 이러한 고환율이 금리 인하 기조에 찬물을 끼얹고, 물가를 끌어올려 내수 회복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1400원대 고환율은 원유와 곡물 등 원자재 수입 가격을 직접적으로 밀어 올린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구조상, 기업의 생산 비용 증가는 시차를 두고 공산품과 외식 물가 등 소비자물가 전반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실제 주요 기관들은 이미 올해 물가 눈높이를 높여 잡고 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주요 기관 37곳의 올해 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 중간값은 최근 2.0%로 상향 조정됐다.
한국은행 역시 환율이 1400원대 후반에 머무를 경우 물가상승률이 올해 전망치(2.1%)보다 높은 2.3%까지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환율이 10% 오르면 물가가 평균 0.3%포인트(p)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렇게 물가가 다시 들썩이면 한국은행은 추가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기 어려워진다. 이미 채권시장에서는 고환율과 물가 불안 탓에 올해 추가 금리 인하가 1회에 그치거나, 아예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추가 인하가 불투명해지면 여전히 높은 금리 수준에 신음하는 가계와 영세 자영업자의 고통은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 결국 가처분 소득이 제자리걸음인 가계는 지갑을 닫고, 이는 곧바로 자영업자의 매출 급감으로 이어지는 '소비 절벽'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물가 간담회에서 "환율 상승은 수출과 내수의 격차를 키워 사회적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어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라며 "전통적인 의미의 금융위기는 아니지만, 다른 면에서 위기라고 할 수 있고 걱정이 심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강성진 교수는 "지표상 물가가 2%대 초반이라 해도 국민들이 체감하는 장바구니 물가는 환율 영향으로 여전히 높게 느껴질 것"이라며 "정부가 투자를 확대하는 등 적극적인 부양책을 쓰기도 어려운 상황이라, 올해도 체감 경기의 어려움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min7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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