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에 다시 들썩이는 물가…글로벌 IB, 내년 韓 물가 전망 줄상향

블룸버그 집계 중간값 1.9%→2.0%…37곳 중 14곳 상향 조정
한은 전망치 수정 후행 성격…JP모건 "원화 절하 파급 효과"

서울 한 대형마트 모습. 2025.12.24/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내년 한국의 소비자물가 눈높이를 잇달아 높이고 있다. 최근 고공행진한 달러·원 환율이 수입 물가를 자극해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25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달 중순 기준 국내외 주요 기관 37곳이 제시한 내년 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 중간값은 2.0%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말 집계된 1.9%보다 0.1%포인트(p) 상승한 수치다.

보름 사이 전망치를 상향 조정한 기관은 14곳에 달했다. 반면 전망치를 낮춘 곳은 3곳에 그쳤으며 나머지는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기관별로 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크레디 아그리콜은 내년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종전 1.8%에서 2.1%로 각각 0.3%p 상향 조정했다.

노무라는 1.9%에서 2.1%로, BNP파리바는 2.0%에서 2.1%로 각각 눈높이를 올렸다. 상대적으로 낮은 전망치를 제시했던 JP모건체이스도 1.3%에서 1.7%로 수치를 조정했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의 시각도 바뀌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은 1.9%에서 2.0%로, 피치는 2.0%에서 2.2%로 내년 물가 전망치를 높여 잡았다.

IB들의 이 같은 전망 수정은 고환율 장기화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JP모건체이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유가 하락에 따른 물가 둔화 효과가 원화 약세의 지연된 파급 효과로 상쇄될 것"이라며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이 추가로 하락할 경우 수입 물가 상승을 통해 전체 물가에 상방 압력을 가할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전망치 조정은 한국은행이 앞서 발표한 경제전망 수정치와도 궤를 같이한다. 한은은 지난달 27일 수정 경제전망에서 환율 상승과 내수 회복세 등을 고려해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1.9%에서 2.1%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한은은 달러·원 환율이 내년까지 1470원 안팎의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물가상승률이 2.3%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7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설명회에서 "환율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면서 "(고환율 상황에 대해) 걱정이 심하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min7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