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가계빚 2.8%↑…증가폭 줄었지만 한은 "GDP 대비 비율 여전히 높아"
증가율 둔화했지만 ‘물가 효과’에 따른 착시…구조적 부담은 지속
청년·고령층 차입 구조 한계 속 디레버리징 더뎌…DSR 원칙 유지 강조
- 이강 기자
(세종=뉴스1) 이강 기자 = 가계빚 증가 속도가 느려졌지만, 여전히 경제 규모에 비해 부담이 커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국은 집값 불안이 계속되는 등 구조적인 문제도 남아 있어 앞으로 빚을 안정적으로 줄여나갈 수 있을지도 확실하지 않다고도 진단했다.
한국은행은 23일 이같은 내용의 '금융안정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 말 기준 가계신용은 1968조 3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가계대출 증가세는 6·27 대책 등 거시건전성정책 강화 기조가 유지되면서 올해 3분기 둔화했으나, 10월 이후 국내외 주식 투자 수요 확대 등의 영향으로 기타 대출이 늘면서 확대됐다.
앞서 정부는 6·27 대책을 통해 주택담보대출·신용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DSR(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비율) 적용을 더 엄격하게 하는 등 '대출 창구'를 틀어막았다.
가계의 채무상환 부담이 다소 완화되면서 3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연체율은 1.00%로 1분기 말(1.05%) 대비 0.05%포인트(p)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0.95%)보다는 0.05%p 높아진 수치다.
은행권 연체율은 0.39%, 비은행권은 2.31%로 각각 1분기 말(0.41%, 2.37%) 대비 0.02%p, 0.06%p 낮아졌다. 다만 전년 동기 대비로는 은행권은 0.36%에서 0.39%로 0.03%p, 비은행권은 2.17%에서 2.31%로 0.14%p 각각 상승했다.
다만,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3분기 말 기준 141.1%로, 1분기 말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다. 전년(142.8%) 대비로는 1.7%p 감소했다.
처분가능소득은 가계가 소비와 저축, 부채 상환에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소득을 의미하며, 이 비율이 높다는 것은 가계의 부채 부담이 여전히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한은은 2021년 하반기 이후 명목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하락세를 지속하면서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디레버리징(부채 비율 경감)이 진행되고 있다고도 평가했다. 디레버리징은 가계부채의 절대 규모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소득이나 GDP 대비 부채 비율을 낮춰 경제 전반의 부담을 완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과정이다.
실제로 명목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21년 3분기 말 99.2%에서 지난해 2분기 90.4%로 낮아진 데 이어, 2025년 2분기 말에는 89.7%까지 하락했다.
명목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가계 빚이 경제 전체에 부담이 되는 수준인지를 보여주는 핵심 지표다. 이 비율이 높을수록 소비 여력이 줄고, 경제 성장을 제약할 가능성이 커진다. 쉽게 말해 나라가 버는 돈에 비해 집마다 빚이 너무 많으면, 경제가 잘 못 큰다는 의미다.
다만, 최근 가계부채 비율 하락은 '빚을 크게 줄여서'가 아니라 빚이 덜 늘고 물가 상승에 따라 명목 GDP가 커진 것에 따른 착시 성격이 강하다.
가계부채 자체는 여전히 늘고 있어 비율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물가 상승 효과가 약해질 경우 가계부채 비율이 다시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장정수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최근에는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됐지만, 내년 이후 주택가격 상승 기대가 다시 높아질 경우 주택 거래가 늘고, 이에 따라 주택가격 상승률과 가계부채가 다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시장과 가계부채 관리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정책 당국이 지속적으로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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