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IB 7곳, 내년 원화 강세 전망…환율 '1380~1440원대' 예상
달러 약세·韓 펀더멘털 개선 주목…반도체 중심 수출 회복 뒷받침
한은 금리 인하 마무리 국면…자본 유입과 금융안정에 시선
- 심서현 기자
(세종=뉴스1) 심서현 기자 = 달러·원 환율이 1470원대에서 등락하며 1500원대 진입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가운데, 해외 주요 투자은행(IB)들은 내년 원화 가치가 한국의 경제 성장과 반도체 중심의 수출 호조, 미국 기준금리 인하 등에 힘입어 점진적으로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기관별로 시점과 속도에는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내년 달러·원 환율이 1380~1440원대에서 안정될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인다.
17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MUFG), ING, 미즈호은행, 씨티그룹, 스탠다드차타드, 노무라증권 등 해외 주요 IB들은 최근 발표한 환율 전망 보고서를 통해 내년 원화가 올해보다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한미 통상 협상 관련 불확실성 완화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글로벌 설비투자 증가 △미국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달러 약세 등을 원화 가치의 상방 요인으로 꼽았다.
일본 최대 금융그룹인 MUFG는 내년도 아시아 환율 전망에서 달러·원 환율이 연말 기준 1400원 수준까지 하락하며 아시아 통화 가운데 가장 강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MUFG는 "현재 1470원대 환율은 상반기 이후 개선된 한국 경제 펀더멘털과 괴리가 있다"며 최근 원화 가치가 과도하게 저평가됐다고 밝혔다.
미즈호은행은 환율이 내년 1분기 1430원, 2분기 1420원을 거쳐 3분기 말 1400원대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정부의 환율 개입 여력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들어, 연말까지는 1420~1490원대에서 원화 약세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씨티그룹은 달러·원 환율이 내년 1분기 1436원까지 하락한 뒤 2분기와 3분기에는 1440원대 초반에서 안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ING 역시 유사한 흐름을 전망하며, 환율이 일시적으로 1375원대까지 내려간 뒤 1400원 수준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다만 ING는 외국인 투자 유입이 늘고는 있지만 구조적으로 1300원대에서 원화 가치가 장기간 유지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스탠다드차타드는 원화 가치가 비교적 완만하게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달러·원 환율이 1분기 1460원, 2분기 1450원을 거쳐 3분기에는 1440원 수준까지 점진적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노무라증권은 해외 기관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인 내년 말 1380원을 제시했다. 정부의 경기부양책과 반도체 산업 수익성 개선, 달러 약세 기조가 원화 강세를 뒷받침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통화정책 환경 역시 내년 환율 흐름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사이클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 경우 한·미 금리 격차와 자본 이동 방향이 외환시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계 금융기관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와 JP모건은 구체적인 환율 수치를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내년 달러 약세가 이어질 경우 자금이 한국을 비롯해 브라질·중국 등 신흥국 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는 원화 가치를 높이는 요인으로 평가됐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에 대해서는 내년 한 차례 기준금리 인하 이후 2.25% 수준에서 동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금리 인하 사이클이 마무리 국면에 들어서면, 한은이 환율 변동성과 가계부채, 부동산 시장 등 금융안정 리스크 관리에 더욱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원화 가치의 하방 요인도 존재한다. 일부 기관들은 비(非)반도체 부문의 무역 회복 둔화와 국내 거주자의 해외 투자 확대를 부담 요인으로 지적했다. 확장적 재정 정책은 경기 부양에는 긍정적이지만, 국채 발행 확대와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질 경우 중장기적으로는 외국인 자금 흐름을 불안정하게 만들어 환율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한국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은 중장기적인 원화 강세 요인으로 평가된다. 한국은 내년 4월 WGBI에 편입될 예정으로, 예상 편입 비중은 2.08% 수준이다. WGBI는 추종 자금 규모가 약 3조 달러에 달하는 대표적인 글로벌 채권지수로, 편입 이후 외국인 자금 유입 확대가 기대된다.
seohyun.sh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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