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8.5% 더 풀렸지만, 한은 "집값·환율 상승 원인으로 단정 어려워"
해외증권투자·수급 요인 부각…"민간신용이 통화 증가 기조 좌우"
"완화적 통화 정책 환율·집값 상승 주된 원인 아냐"
- 이강 기자
(세종=뉴스1) 이강 기자 = 최근 광의통화(M2) 증가율이 전년 대비 8%를 웃돌며 유동성 과잉 우려가 나오지만, 한국은행은 통화지표의 '구성 변화' 영향이 큰 만큼 이를 집값이나 환율 상승의 직접 원인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16일 공식 블로그에 이같은 내용의 '최근 유동성 상황에 대한 이해' 보고서를 공개하고 최근 유동성이 과도하게 풀리고 있다는 일각의 우려가 다소 과도한 해석이라고 평가했다.
한은에 따르면 9월 기준 M2 증가율은 8.5%로 미국(4.5%)보다 높다. 다만 이는 장기 평균(7.4%)을 소폭 웃도는 수준이며, 금리 인하기와 비교한 누적 증가율도 2014년(10.5%), 2019년(10.8%)보다 낮은 8.7%에 그쳤다.
특히 최근 M2 급증의 상당 부분은 수익증권 등 금융상품 구성 변화에 따른 기술적 요인이라는 것이 한은 측의 분석이다.
9월 M2 증가분 가운데 수익증권의 기여도는 32.1%로 나타났다. 미국은 수익증권을 M2에 포함하지 않는 만큼, 이를 감안해 산출할 경우 9월 M2 증가율은 5%대 중반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박성진 한은 시장총괄팀장은 "통화 증가율 자체가 그렇게 높은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어떤 특정 요인 때문이다 이렇게 몰고 가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며 "기조적인 통화 증가 흐름을 결정하는 것은 가계·기업 부문 민간신용이며, 재정지출은 일부 영향을 줄 수는 있어도 흐름을 좌우하는 요인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은 측은 확장재정과 유동성의 관계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박 팀장은 "정부가 세금을 걷어 지출하는 경우에는 돈의 주인만 바뀔 뿐 유동성은 늘지 않는다"며 "정부가 발행한 국채를 예금취급기관이 매입하는 경우에 한해 통화량 증가로 이어진다. 재정지출이나 국채 발행 전부가 유동성 증가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환율 상승 역시 유동성보다 외환 수급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 1~10월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는 1171억달러로 같은 기간 경상수지 흑자 규모(896억달러)를 웃돌았다.
한은은 9~11월 달러·원 환율 상승폭(약 65원) 가운데 약 3분의 2가 국내 수급 요인에 따른 것으로 추정했다.
박 팀장은 "유동성이 전반적으로 늘어 해외투자가 증가한 것이라면 국내 주식 수요도 함께 늘어나야 하는데, 최근에는 개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가 이어지는 반면 해외투자는 확대되고 있다"며 "이는 유동성 증가보다는 기대수익률 차이 등 자산 선호 변화로 이해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말했다.
수도권 집값 상승에 대해서도 유동성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봤다. 보고서는 공급 부족 우려, '똘똘한 한 채' 선호, 현금 구매 비중 확대 등 복합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 팀장은 "최근 주택가격 상승을 신규 유동성이 대출을 통해 유입된 결과로 보기는 어렵다"며 "주담대 증가세가 둔화한 상황에서 기존에 축적된 자금과 기대 요인이 특정 지역으로 이동한 결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통화지표 해석 시 단일 지표에 대한 의존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통화지표가 구성 변화 등으로 불안정한 상황에서는 M2와 같은 특정 통화지표에만 의존하기보다는 여타 통화지표와 금융상황지수(FCI) 등 다양한 지표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자산가격 및 환율 상승의 원인을 단지 유동성 증가로만 몰고 가는 것은 문제 해결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고 밝혔다.
이화연 한은 정책분석팀장도 "완화적 통화·재정 정책이 자산가격에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는 있지만, 현재의 집값이나 환율 움직임을 설명하는 주된 요인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한은은 IMF 통화금융통계 개정 매뉴얼을 반영해 통화통계의 유용성을 높이기 위해 광의통화(M2) 편제를 개편한다. 가격 변동성이 높아 가치저장 기능이 낮은 주식형·채권형 펀드 등 수익증권(Non-MMF 지분)은 M2에서 제외하고, 초대형 IB가 발행한 발행어음과 발행어음형 CMA 등 통화성이 높은 상품은 새로 포함한다.
아울러 통화통계의 경제주체 분류를 국민계정체계와 정합되게 조정하고, 기타금융기관을 6개 부문으로 세분화하는 한편, 예금취급기관의 부채 정보 외에 자산 정보를 활용하는 등 편제 방식도 개선한다.
개편 결과 수익증권 제외 영향으로 M2 증가율은 현행 8% 후반대에서 5%대로 낮아질 전망이다. 한은은 이달 30일 개편 결과를 공표하고, 내년 1월부터 1년간 개편 M2와 현행 M2를 병행해 발표할 예정이다.
thisriv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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