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년생 43% 결혼할 때 91년생은 24%뿐…뚜렷해진 '혼인·출산 절벽'

'인구동태패널통계' 분석 결과…최근 출생자 혼인·출산 이행률 '뚝'
"육아휴직 쓰면 둘째 더 낳는다"…경제 여건도 혼인·출산에 큰 영향

지난 7월 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5 추계 웨덱스 웨딩 박람회에서 예비 부부들이 전시된 드레스를 살펴보고 있다. 2025.7.6/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동일한 나이를 기준으로, 1990년대생의 혼인 비율이 1980년대생의 절반 수준에 그치는 등 출생 연도가 늦을수록 혼인과 출산을 기피하는 경향이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첫째 아이를 낳고 육아휴직을 사용한 경우, 사용하지 않은 사람보다 둘째 이상을 낳는 '다자녀 비율'이 유의미하게 높아지는 등 일·가정 양립 정책의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국가데이터처는 16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15~2023년 인구동태패널통계'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통계는 1983~1995년생(41세~29세) 내국인을 대상으로 인구동태코호트와 통계등록부 등을 연계해, 시간 흐름에 따른 개인의 생애 변화를 추적·분석한 결과다.

"늦게 태어날수록 결혼 안 해"…32세 남성 혼인율, 83년생 43% vs 91년생 24%

분석 결과, 같은 나이를 기준으로 최근 연생일수록 혼인과 출산 비율이 급격히 낮아지는 세대 간 격차가 확인됐다.

실제 남성의 주 혼인 연령층인 32세를 기준으로 비교했을 때, 1983년생은 32세까지 42.8%가 결혼한 반면, 1991년생은 같은 나이에 24.3%만 결혼한 것으로 집계됐다. 약 8년의 시차를 두고 혼인 비율이 절반 가까이 떨어진 셈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혼인과 출산으로 이동하는 '변화 비율'에서도 세대 간 격차는 여전했다.

기준 시점에 미혼이었던 32세 남성을 3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1983년생(2015년 기준)은 3년 뒤 24.1%가 결혼했으나, 1988년생(2020년 기준)은 3년 뒤 15.5%만 결혼을 선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여성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31세 미혼 여성을 기준으로 1984년생은 3년 뒤 28.4%가 결혼했지만, 1989년생은 19.1%에 그쳤다.

김지은 국가데이터처 사회통계기획과장은 브리핑에서 "1990년대생보다는 1980년대 후반생이, 1980년대 후반보다는 초반생이 혼인과 출산 비율이 모두 높았다"며 "세대 간 차이가 통계적으로 확인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가데이터처 제공)
수도권 저출산 뚜렷·…집 있고 소득 높아야 결혼한다

거주지와 소득, 자산 등 경제·사회적 조건도 혼인과 출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녀 모두 수도권에 거주할 경우 타지역보다 기준연도의 미혼·미출산 비율이 가장 높았다.

실제 2015년 기준으로 1983년생 남성의 경우 수도권 거주자의 미혼 비율은 58.6%로 가장 높았고, 1984년생 여성 역시 수도권 미혼율이 46.5%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3년 뒤 혼인·출산으로 변화하는 비율 역시 수도권 여성이 각각 28.1%, 25.7%에 그쳐 전국 권역 중 가장 낮았다.

경제적 안정성도 중요한 변수였다. 남녀 모두 연간 상시 근로소득이 전체 평균을 초과하거나 주택을 소유한 경우,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3년 뒤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비율이 높았다.

1983년생 남성을 기준으로 소득이 평균을 초과하는 집단은 3년 뒤 40.7%가 결혼했지만, 평균 이하 집단은 23.0%에 머물렀다. 주택 소유 여부에 따른 격차도 컸다. 2017년 기준 주택을 소유한 1985년생 남성은 3년 뒤 31.5%가 출산을 경험했지만, 무주택자는 그 절반 수준인 15.3%에 그쳤다.

기업 규모별로는 남녀 모두 중소기업·소상공인 종사자의 혼인·출산 이행률이 대기업·중견기업이나 공공기관 종사자보다 낮았다. 1983년생 남성 중 중소기업 재직자의 3년 뒤 혼인 비율은 22.1%로, 공공기관(38.0%)이나 대기업(35.8%) 재직자보다 10%포인트(p) 이상 낮았다.

"육아휴직 효과 있다"…女 사용자, 둘째 출산율 1.3배 높아

이번 분석에서는 저출생 대응 정책의 핵심인 '육아휴직'의 실질적인 효과도 확인됐다.

2015~2020년 첫째 아이를 낳은 상시근로자를 추적 분석한 결과, 첫째 출산 후 3년 이내에 육아휴직을 쓴 사람이 쓰지 않은 사람보다 3년 뒤 2자녀 이상 가구가 되는 비율이 월등히 높았다.

여성의 경우 육아휴직 사용자의 3년 후 다자녀 비율은 39.2%로, 미사용자(30.1%)보다 9.1%포인트(p) 높았다.

남성 역시 육아휴직을 쓴 경우 다자녀 비율이 46.4%를 기록해 미사용자(39.9%)를 상회했다.

특히 육아휴직의 긍정적 효과는 거주지, 소득 수준, 기업 규모, 주택 소유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집단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됐다.

김 과장은 "다양한 변수가 혼인과 출산에 영향을 주지만, 육아휴직을 사용한 그룹이 미사용한 그룹에 비해 다자녀 이행률이 일관되게 높았다"며 "정책적 효과가 상당히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안형준 국가데이터처장은 "앞으로 매년 인구동태패널통계 공표를 통해 사회 전반의 구조적 변화와 개인 특성을 함께 고려한 통합적인 저출생 분석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며 "데이터 기반의 실효성 높은 저출생 정책 수립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min7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