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북한과 경협, 낙후성·폐쇄성 감안해 재설계…초당성 확보해야"

KDI 북한경제리뷰 11월호…"개성공단 한국경제 발전 기여에 제한적"
"경협 단기 성과 아닌 장기 전략에 기반해 설게해야"

파주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개성공단 인근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 News1 이승배 기자

(세종=뉴스1) 임용우 기자 = 북한과의 경제협력은 북한 경제의 낙후성과 폐쇄성을 전제로 재설계해야 하며, 정권 교체에도 흔들리지 않는 초당적 틀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남북경협이 수십년간 구조적 제약을 넘지 못해 실패에 그쳤다는 진단이다.

27일 한국개발연구원이 발간한 '북한경제리뷰 11월호'에 실린 '역대 정부 남북경협의 평가와 향후 남북경협의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양국의 대표적인 경제 협력 사업이었던 개성공단은 한국경제 발전에 대한 기여가 매우 제한적이었다.

보고서를 작성한 조동호 KDI 초빙연구위원은 "남북경협은 북한 내부 조건이 변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 재정과 행정 지원으로 외형을 부풀린 시도가 되풀이됐다"며 "구조적 한계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어떤 정부도 성공적인 경협을 만들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대표 사업이었던 개성공단은 상징성과 성과 모두 제한적이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개성공단은 정부가 기반시설·전력·용수 공급부터 임금 협상, 입주 절차까지 전면적으로 개입하며 사실상 '정부사업'으로 운영됐다.

이에 따라 입주기업은 빠른 가동을 위해 대부분 저부가가치 제조업으로 채워졌다. 북한 내부 제도나 정책 변화 없이 단순 생산기지 역할에 머물면서 한국경제 성장 기여도도 낮았고, 북한의 개혁·개방을 유도하는 효과도 거의 없었다.

조 연구위원은 "개성공단은 남북한이 비교우위를 결합한 산업 협력 모델이 아니라 단순 조립 생산에 가까운 구조였다"며 "정책적 상상력 부족으로 국제사회에 보여줄 만한 수준의 남북 협력 성과가 만들어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정권에 따라 변동되는 대(對)북 정책도 경협 정착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조 연구위원은 "정권이 바뀌면 경협 방식도 달라졌다. 어떤 정부에서는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조건에서도 사업이 지속됐고, 다른 정부에서는 기업의 판단과 무관하게 경협이 중단됐다"며 "이 구조에서는 기업이 장기 계획을 세우기 어려워 안정적 경협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정책 단계에서 초당적 일관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남북경협은 정권 주기에 따라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향후 남북경협 방향에 대해 조 연구위원은 북한 내부 조건 변화, 미래 전략 기반의 사업 설계, 원칙 중심 집행을 핵심으로 제시했다.

북한 내부 조건 변화와 관련해 조 연구위원은 "우선 북한 변화 없이는 경협 성과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며 "북한이 제도를 조정하지 않는 한 경협은 정부 재정이 투입되는 외형 유지 단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향후 경협은 단기 성과 중심이 아니라 장기 전략에 기반해 설계해야 한다"며 "남북 협력이 새로운 가치와 비교우위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산업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과거에는 대북제재의 빈틈을 찾아 물물교환이나 차관 형식의 지원을 추진했지만 이런 방식은 지속성이 낮고 국제적 신뢰를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며 "남북경협이 북한의 제도 변화를 유도하는 수단이라면 오히려 투명성과 원칙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phlox@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