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병기 "금산분리 근간 훼손 안돼…공정법 아닌 특별법 활용해야"

"지주사 SPC 설립, 공정거래법 개정 불필요…특별법 한시 운영이 바람직"
"돼지고기·설탕 가격 담합 확인해 심사보고서 발송…제재 착수"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2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공정위의 향후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2025.11.23/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25일 전략산업 투자를 위해 금산분리 원칙을 완화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발의된 것과 관련해 "금산분리 원칙의 근간을 훼손하면 안 된다"며 재차 신중론을 밝혔다.

주 위원장은 일반법인 공정거래법을 고치는 대신, 반도체 등 각 산업별 '특별법'을 통해 한시적으로 규제를 푸는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주 위원장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공정거래법은 일반법이기 때문에 개정하는 것보다는 특별법을 한시적으로 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국회에서는 첨단전략산업에 투자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을 지주회사의 손자회사로 설립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현행 금산분리 원칙상 일반지주회사는 금융회사를 보유할 수 없지만, 이를 예외적으로 허용해 기업의 자금 조달을 돕자는 취지다.

주 위원장은 이에 대해 "준비 중인 반도체특별법 등 여러 특별법이 있다"며 "기업의 자체적 자금 조달 여력이 일부 규제 때문에 어렵다면 그 문제를 특별법을 통해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정 기업이나 산업의 필요를 위해 경제 헌법인 공정거래법의 대원칙인 금산분리를 흔들어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주 위원장은 금산분리 완화 논의에 대해서도 "신중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금산분리는 산업과 금융 위기의 전이를 차단하기 위한 원칙"이라며 "아직도 총수 일가가 관계없는 업종에 문어발식으로 계열사를 지배하고 세습하는 한국적 특수성 때문에 이 원칙은 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금 조달 방안으로 △정부의 150조 원 규모 국민성장펀드 활용 △후순위 채권 방식의 정부 투자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한편 주 위원장은 서민 물가와 직결된 먹거리 담합 조사와 관련해 돼지고기와 설탕 품목에 대한 제재 절차에 착수했음을 공개했다.

주 위원장은 "돼지고기와 설탕 품목 모두에 대해 업체들 간 가격 담합 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이미 심사보고서가 나와 업체들에 발송됐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업체들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 뒤 전원회의를 열어 제재 수위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주 위원장은 현재 조사 중인 밀가루 가격 담합 혐의에 대해서도 전담팀을 구성해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주 위원장은 민생 사건 처리를 가속화하기 위해 "경기·인천 지역사무소를 50명 규모로 신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수도권 지역 민생 사건을 해결하는 기구가 서울사무소 하나뿐이라 업무 부담이 크다"며 신설 배경을 설명했다.

임기 내 목표로는 재벌의 불투명한 지배구조 개선과 중소기업 기술 탈취 등 원·하청 불공정 문제 해결을 꼽았다. 주 위원장은 "한국 경제가 선진국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재벌 총수 일가가 작은 지분으로 많은 기업을 지배하는 불투명한 구조 등 후진성이 남아있다"며 구조적 문제 해결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min7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