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 원화가치 16년 2개월 만에 금융위기 수준으로 추락

64개국 중 '뒤에서 3등'…하락폭도 2위
내국인 해외 주식 매입 증가 '원인'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16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의 환전소에서 외국인들이 환전을 하고 있다. 2025.11.16/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세종=뉴스1) 이강 기자 = 지난달 원화의 실질 가치가 금융위기 이후 16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23일 한국은행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한국의 실질실효환율 지수는 89.09(2020년=100)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말 대비 1.44포인트 낮아진 값으로, 금융위기 때인 2009년 8월 말(88.88) 이후 16년 2개월 만에 최저치다.

올해 3월 비상계엄 사태로 정치 불확실성이 높아졌던 시점(89.29)과 비교해도 0.2포인트 더 낮다.

실질실효환율은 한 나라의 화폐가 상대국 화폐보다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의 구매력을 가졌는지를 나타내는 환율이다. 통상 100 아래로 내려가면 기준 연도 대비 화폐가 저평가됐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BIS가 집계한 64개국 가운데서는 일본(70.41)과 중국(87.94) 다음으로 낮아 '뒤에서 3등'을 기록했다. 특히 10월 한 달 동안의 하락 폭은 뉴질랜드(-1.54) 다음으로 커 원화 가치가 주요 통화 대비 빠르게 약해졌음을 보여준다.

당국은 원화 가치 약세의 원인으로 내국인의 해외주식 매입 급증을 꼽았다.

한은 국제수지표에 따르면 올해 1~9월 내국인의 해외주식 투자액(증권투자 주식 부문)은 718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421억달러, 2023년 298억 달러를 모두 웃돈다. 10년 전인 2015년 163억 달러와 비교하면 4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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