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환율…정부·국민연금, 내주 환율 안정책 논의 '비공개 회의'

수십 조 해외투자 국민연금…정부 “시장안정 역할 필요”
정부, 전략적 환헤지·국내주식 비중 조정도 검토 시사

원·달러 환율이 1470원대로 치솟으면서 국내 산업 전반이 원자재·수입 비용 상승 등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가운데 23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의 환전소에서 외국인들이 환전을 하고 있다. 2025.11.23/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세종=뉴스1) 이강 기자 = 달러·원 환율이 1470원대를 넘어서며 급등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와 국민연금이 다음 주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비공개 대책회의를 갖는다.

정부는 국민연금의 해외투자에 따른 달러 수요가 환율을 자극하는 만큼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일정 부분 역할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수익성'을 원칙으로 한 기금 운용 방침을 내세우고 있는 국민연금의 입장은 정부와 온도차를 보이고 있어 이번 회의 결과가 주목된다.

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보건복지부·한은·국민연금은 다음 주 중 비공개 회의를 열어 환율 안정관련 대책을 논의한다.

지난 14일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등과 긴급 시장점검회의를 갖고 "국민연금 등 주요 수급 주체와 논의하겠다"고 밝힌 이후 처음 하는 회의다.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모습. 2025.11.3/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해외투자 달러 수요 부담 커지자 정부 "시장안정 역할 필요"

정부는 국민연금의 해외투자가 연간 수십조 원 규모에 달하는 만큼, 해외 주식·채권 매입을 위한 달러 수요가 구조적으로 환율을 밀어 올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국민연금의 전체 자산 1213조 원 가운데 해외투자 비중은 58%(702조 원)에 이른다. 달러 수요가 지속해서 확대하는 구조에서 '전략적 환헤지' 조정이나 자산 배분 변화 등이 외환시장 안정 방안으로 거론되는 이유다.

국민연금의 환헤지는 '전술적 환헤지'와 '전략적 환헤지'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전술적 환헤지는 전체 해외 자산 대비 ±5% 범위에서 기금운용본부 판단에 따라 수시로 비중을 조정하는 방식이고, 전략적 환헤지는 환율이 장기 평균에서 과도하게 이탈했을 때 기금운용위원회의 사전 승인·심사를 받아 시행한다. 전략적 환헤지 시 자산의 최대 10%까지 헤지를 집행할 수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 한시적으로 가동했던 전략적 환헤지를 종료한 뒤 추가 헤지를 하지 않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 2015년까지 해외 투자 자산에 100% 환헤지를 적용했지만, 2016년부터는 전면 환오픈 전략으로 전환했다.

장기적으로 헤지를 하지 않는 것이 수익성과 안정성 측면에서 훨씬 투자에 효과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2022년 국민연금연구원 역시 이같은 분석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기재부와 한국은행도 '수익률 우선'이라는 국민연금의 원칙에는 동의하지만, 해외투자 확대가 외환시장 유동성 구조를 장기적으로 뒤틀고 있다는 문제는 해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장에서는 전략적 환헤지 발동 기준을 달러·원 1480원 선 안팎으로 본다. 올해 초 전략적 환헤지가 실행됐을 당시 환율이 1450원대에서 1350원대까지 단기간 급락했던 실례도 있다.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와 코스닥, 원달러 환율 시황이 표시되고 있다.2025.11.14/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정부, 국내주식 비중 조정도 검토…연금은 "수익성 원칙" 고수

정부는 국민연금이 환헤지 전략을 시장 상황에 맞게 다소 유연하게 적용하거나, 헤지 기준을 모호하게 만드는 방안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축은 자산 배분 조정이다. 현재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은 14.9%로 규정돼 있는데, 정부와 기금운용본부는 이를 일시적으로 초과하는 전술적 투자를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주식 비중이 올라가면 달러 환전 속도는 느려지고, 환율 상승 압력도 완화될 것이란 판단이다.

다만 국민연금 관계자는 "기금 운용을 함에 있어 6가지 원칙이 있는데, 그중 수익성이 포함된다"며 "국민의 노후자금이다 보니, 수익성을 내면서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입장차를 드러냈다.

한편, 23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은 지난 21일 기준 전일 대비 7.7원 오른 1475.6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정책 발표 직후였던 지난 4월 9일(1472원) 이후 7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thisriv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