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팩트시트 힘입은 韓경제…내년 '2%대 성장' 청신호

팩트시트 공개로 관세 리스크 해소…주력 수출·경기심리 개선 기대
해외IB 선반영해 성장률 상향…"2% 성장, 관건은 반도체 수출"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미 팩트시트 타결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용범 정책실장, 이 대통령,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1.14/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이강 전민 기자 = 정부가 한미 간 관세·안보 협상의 결과를 담은 '조인트 팩트시트'를 공식 공개하면서, 그동안 대미 교역을 짓눌렀던 관세 불확실성이 해소됐다. 이에 따라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이 2%대에 진입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16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한·미 양국이 지난 14일 동시에 발표한 팩트시트에는 반도체·자동차 부품 등 주요 품목의 관세 적용 원칙과 시점이 명확히 규정됐다.

미국은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15%로 유지하고,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일부 목재 제품의 관세를 15%로 인하하기로 했다. 의약품 관세도 15%를 적용하며, 제네릭 의약품과 천연자원 관세는 철폐된다.

특히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웠던 반도체 관세와 관련해 미국은 한국에 '최혜국 대우'를 보장하기로 명시했다. 대만 등 다른 경쟁국보다 불리한 조건을 적용받지 않는다는 의미다.

정부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한미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MOU)'에도 함께 서명했다. 자동차·부품 관세 인하는 MOU 이행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에 제출된 달의 1일부터 소급 적용되며, 사실상 11월부터 효력이 발생할 전망이다.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수출용 컨테이너들이 쌓여있는 모습. 2025.11.14/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해외 IB 최근 성장률 줄상향…"2% 성장률 관건은 반도체 수출"

관세 불확실성이 걷히면서 내년 경제 성장률이 잠재성장률(1.8%)에 근접한 1% 후반대에서 2%대까지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8월 경제전망에서 글로벌 통상환경을 내년도 성장의 '최대 리스크'로 지목한 바 있다.

당시 한은은 무역 갈등이 재격화되는 '비관 시나리오'의 경우, 내년 국내 성장률이 기본 전망(1.6%)보다 0.2%포인트(p) 낮은 1.4%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이번 협상 결과 발표로 '낙관 시나리오'에 가까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수출 업종의 관세 충격이 완화되면서 자동차·조선·반도체 등 주력 산업의 대미 교역 경로도 선명해졌다. 특히 자동차 및 부품 관세 인하는 그동안 수익성을 훼손해 온 출혈 경쟁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기대를 키우고 있다.

기대감은 주요 기관들의 전망치에도 반영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11일 내년 성장률 전망을 1.6%에서 1.8%로 상향 조정했고, 씨티는 1.6%에서 2.2%로 큰 폭으로 높였다. JP모건·골드만삭스도 2.2% 성장을 예상했고, 노무라(1.9%), UBS(1.8%), 바클레이스(1.7%)도 상향 흐름을 보였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불확실성이 크게 줄었고, 반도체나 의약품 쪽도 관세율이 높지 않을 걸로 예상돼 수출을 통한 성장률 반등 가능성이 커졌다"며 "다만 2%대 성장을 위해서는 반도체 업황이 가장 중요한 결정적 변수"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팩트시트를 통해 관세 적용 폭·시점·품목별 처리 방식이 문서로 명확해졌다는 점을 '큰 진전'으로 평가한다.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는 "200억 달러 부담은 남지만 불확실성을 제거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불확실성만 줄어도 잠재성장률(1.8%)을 상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75.4원을 터지한 13일 서울 중구 명동 환전소에서 외국인들이 환전하고 있다. 2025.11.13/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내수 훈풍에는 '의문'…"대미투자 증가는 부담, 투자 비용 낮춰야"

다만 관세 리스크 해소가 곧바로 내수 회복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반도체 중심의 수출 증가가 고용과 소비로 연결되기 어렵다는 구조적 한계 때문이다.

허준영 교수는 "반도체 중심의 수출은 고용 유발 효과가 크지 않아 내수 활력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며 "내수의 중요한 축인 건설 부문의 경우 자재비 상승, 규제, 노동환경 등 복합 요인으로 아직 구조적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수출 호조가 나타나더라도 해당 산업이 소수 대기업 중심이라는 특성상 내수 전반에 훈풍이 확산될지는 의문"이라며 "성장률은 수치상 개선될 수 있지만 체감경기는 오히려 둔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기업들의 대미 투자 확대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투자비용 증가' 문제도 향후 통상 전략의 과제로 남았다.

장상식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앞으로 대미 투자가 늘어날 것인 만큼, 공장 설비나 자재 반입 과정에서 부과되는 관세를 완화할 수 있는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thisriv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