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터널' 끝 보인다…韓 경제 '내년 2% 턱밑' 잠재성장률 복귀 전망

올해 0.9% '바닥' 확인…반도체 온기 속 내수 회복이 관건
수출 둔화·美 통상 불확실성 '복병'…정부 "성장 드라이브"

지난 6일 평택항 모습. 2025.11.6/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내수부진과 미국발 관세 불확실성 등으로 올해 '불황의 터널'을 통과한 한국 경제가 내년에는 반도체 슈퍼사이클, 내수 회복 등에 힘입어 잠재성장률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다만 미국의 관세 정책에 따른 수출 둔화, 환율 변동으로 인한 물가 불안이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1일 발표한 '2025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내년도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8%로 제시했다. KDI는 올해 성장률은 0.9%로 전망해 지난 8월 전망치(0.8%)보다 0.1%p 상향 조정했으며, 내년 전망치 역시 기존 1.6%에서 0.2%p 올려 잡았다.

KDI의 이번 전망은 다른 국내외 주요 기관들의 시각과도 대체로 일치한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Fitch)는 최근 내년 한국 성장률을 1.9%로 상향 조정했으며, 국제통화기금(IMF)도 1.8%를 제시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2%로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해외 투자은행(IB)들도 1%대 후반에서 2%대 초반의 전망치를 내놓고 있다. 씨티는 최근에 기존 1.6%에서 2.2%로 전망치를 대폭 상향했고, JP모건과 골드만삭스도 2.2%로 나란히 2%대 성장을 전망하고 있다. 10월 말 기준 주요 IB 8곳의 전망치 평균은 1.9%다.

특히 KDI가 제시한 1.8%는 현재 추정하는 잠재성장률의 상단 수준에 해당한다. 정규철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은 "내년 잠재성장률은 1%대 중반, 범위로는 1.5~1.8% 정도로 추정한다"며 "1.8% 전망은 (잠재성장률의) 상단에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 회복세, 반도체가 견인…소비 더해 건설도 역성장서 회복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상향 조정한 주된 배경은 '반도체'와 '재정 투입'이다. 정규철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은 "올해 전망 상향은 생각했던 것보다 반도체 경기가 훨씬 좋았던 것이 주된 배경"이라며 "내년에는 반도체 경기가 더 좋을 것으로 보이고, (정부) 예산안이 저희 생각보다 좀 더 확장적으로 편성돼 상향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얼어붙었던 내수도 회복의 한 축을 담당할 전망이다. KDI는 내년 민간소비가 시장금리 하락세와 확장적 재정정책 등에 힘입어 올해(1.3%)보다 높은 1.6%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올해 -9.1%라는 기록적인 역성장을 기록하며 경제 전체의 발목을 잡았던 건설투자도 내년에는 2.2% 증가로 전환될 전망이다. 반도체 경기를 중심으로 한 설비투자도 2.0%의 완만한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정규철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 김지연 KDI 경제전망실 전망총괄이 1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에서 2025년 하반기 KDI 경제전망을 발표하고 있다. 2025.11.11/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美 관세 불확실성, 여전히 최대 변수" …수출·환율도 안갯속

다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발 관세 불확실성이 여전히 세계 교역 질서를 흔들 가능성이 남아있으며, 이에 따라 수출 역시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는 달러·원 환율도 물가를 밀어 올려 내수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김지연 KDI 전망총괄은 "고율 관세는 여전히 세계무역에 상당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 위험이 아예 없어진 것이 아니라 뒤로 미뤄진 것이라 수출 둔화 흐름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KDI는 올해 4.1% 성장했던 총수출(물량) 증가율은 내년 1.3%로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KDI는 통상 관련 불확실성을 내년 경제의 최대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김 총괄은 "주요 수출 품목인 자동차에 대한 관세 인하 적용 시기가 지연되거나, 반도체 포함 전자제품에 품목 관세가 부과될 경우 수출에 추가적인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1400원대 중후반까지 치솟은 환율도 복병이다. 9월 말 이후 지속되는 환율 상승이 물가 상방 압력으로 작용해 물가안정목표(2.0%)를 웃돌 가능성이 있다.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는 건설투자 역시 안심하긴 이르다. 정규철 부장은 "올해 -9% 감소에 비해 내년 2.2% 증가는 기술적인 반등 정도"라며 "건설 경기가 좋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선을 그었다. KDI는 지방 주택시장 침체 장기화 등으로 부진 완화 속도가 더딜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확장재정 등을 통해 경기 반등 모멘텀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내년은 잠재성장률 반등의 원년을 만들 필요가 있다"며 "증시 상승 모멘텀을 이어받아 내년에는 본격적인 성장 드라이브를 걸겠다"고 강조했다.

min7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