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 최고세율 35→25%로 선회…증시엔 약, 세수엔 독?

정부, 분리과세율 35%안 접고 여당 25%안 사실상 수용
'부자 감세' 비판 여전…상위 0.1%가 배당소득 46% 차지

코스피지수가 3% 이상 오르며 4070선을 회복한 1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가 나오고 있다. 2025.11.10/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정부가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을 35%에서 25%로 전격 하향 조정한 것은 '부자 감세' 논란보다 '증시 부양'이 시급하다는 시장의 요구를 수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당초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던 정부안(35%)에서 한발 물러나 여당 내에서 제기된 25%안을 사실상 수용하며 증시 활성화에 '올인'한 것이다.

다만 혜택이 상위 0.1% 고액 자산가에 집중되고 세수 감소도 불가피해, 정책 실효성을 둘러싼 딜레마는 여전히 남을 것으로 전망된다.

35% 분리과세, '시장 기대 못 미친다' 비판에…與 제안 25% 수용

10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대통령실은 전날(9일) 고위 당정협의회를 열고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는 사실상 정부가 지난 7월 31일 발표한 세제개편안의 35% 안을 폐기하고, 시장과 여당 내에서 요구한 25% 수준을 수용하겠다는 의미다.

당초 정부는 '밸류업'의 일환으로 배당소득이 2000만원을 넘어도 종합소득과세(최고 49.5%)에 합산하지 않고, 22~35%(지방세 포함 24.2~38.5%)의 세율로 분리과세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 방안은 발표 직후 '당근 없는 채찍'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정부가 배당 확대를 유도했지만, 정작 세제 혜택은 기대에 미치지 못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라는 정책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상황이 이렇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실효성이 없다"며 최고세율을 더 낮춰야 한다는 지적을 제기했다. 이에 이소영·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25% 분리과세 안을 발의하기도 하며 정치권 안팎에서 세율 인하 요구가 이어졌다.

그러자 결국 정부가 증시 부양과 시장의 비판을 고려해 두 달여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배당 확대 기대감에 금융·증권株↑…'부자 감세' 논란도

최고세율이 25%로 낮아지면서 배당확대에 대한 기대감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도 대표적 배당주인 금융·증권주가 일제히 강세를 보이기도 했다.

기업들의 배당 확대와 증시 부양에 대한 기대감은 커지고 있지만 '부자 감세' 논란은 당분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현행 세법상 배당·이자 등 금융소득이 연 2000만원을 초과하면 다른 소득과 합산해 6~45%(지방세 포함 시 6.6~49.5%)의 종합소득세율을 적용받는다. 25% 분리과세(지방세 포함 27.5%)가 시행되면, 고액 자산가일수록 큰 감세 혜택을 보게 된다.

예를 들어, 과세표준 10억 원을 초과하는 최고세율(49.5%) 대상자는 27.5%의 분리과세가 적용될 경우 세율이 22%포인트(p) 낮아지는 파격적인 혜택을 받는다.

다만 문제는 배당소득이 소수 고액 자산가에게 극도로 편중돼 있다는 점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기준 상위 0.1% 배당소득자가 전체 배당소득의 46%를 차지했다. 이들 1명당 배당액은 7억 9500만 원에 달했다. 이를 상위 1%로 넓히면 비중은 68%에 달한다. 이 때문에 제도 변화에 따른 혜택이 대부분 고소득층이나 대주주에게 집중될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이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9일 서울 종로구 국무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2025.11.9/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세수감(減) 연 1700억~1900억원…전문가들 "배당 확대 효과 제한적"

전문가들은 이번 세율 인하가 단기적인 호재는 될 수 있으나, 증시 부양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세제 유인으로 실질 배당 확대로 연결되려면 고수익의 대기업 정도밖에는 안 된다"며 "중견·중소기업들은 하고 싶어도 현금 여력이 안 돼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이미 배당 여력이 있는 고수익 대기업들은 배당 성향이 높은 경우가 많아, 정부가 요구하는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배당을 크게 늘릴 필요가 없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바뀌는 제도는 (배당) 추가 확대분에 대해서만 유인을 주는 게 아니고, 요건을 만족하면 (전체 배당에) 다 주는 것"이라며 "이미 배당 성향이 높은 대기업들은 조금만 늘리거나, 제자리걸음만 해도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배당 확대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정은 전날 "세수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는 세율 인하가 기업의 배당 확대로 이어져 전체 세수 기반이 늘어날 것이라는 '동적 효과'를 전제한 것이다. 즉 배당 증가 효과가 미미할 경우 세수 감소는 불가피한 것이다.

실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분리과세 세율을 35%에서 25%로 낮출 경우 1700억~1900억 원의 추가 세수감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 당시에도 기업의 배당을 늘리기 위해 전년 대비 배당을 늘린 기업들에게 세제혜택을 주는 배당소득 증대세제를 도입한 바 있지만 실질적 효과는 미미했던 것으로 분석된 바 있다.

당시 조세재정연구원은 "실질적인 정책적 효과는 미미하였지만, 세수의 손실만을 수반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실질적 수혜자는 지분율이 높은 고소득층 혹은 기업의 대주주들에게 집중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세법개정안 토론회에서 "최근 주가가 오르는 것은 관세 협상, AI 반도체 주문 증가, 상법 개정 등 때문"이라며 "이처럼 근본적인 것들이 해소돼야 밸류업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무리하게 고배당을 하라고 배당소득 감세를 해주면 혜택은 단기에 기업 이익을 뽑아가려는 대주주에게만 돌아간다"며 "1~2년 사이에 이익을 뽑아갈 수 있는 세제를 도입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장기적인 성장에 도움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min7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