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잠' 변수에 발목 잡힌 車 관세…한미 팩트시트 발표 언제쯤
車관세 15% 인하, 11월1일 소급적용 추진…美 수용 여부는 불확실
원잠 등 안보 변수로 협상 지연…완성차 업계 손실 확대 우려
- 이정현 기자, 김승준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김승준 기자 = 지난 경주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관세 후속 협상 내용을 명문화하기 위한 '조인트 팩트시트(Joint Fact Sheet·공동 설명자료)' 최종 발표가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무역·통상 분야 최대 쟁점인 자동차 관세 인하 시점도 영향을 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우리 정부는 관세 인하 시점을 11월 1일로 소급 적용하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원자력 추진 잠수함 등 새 안보 이슈와 미국 내 정치 상황에 따라 실제 조치가 늦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통상과 안보를 아우른 이번 한미 협상에서는 무역·통상 분야 이견은 해소됐으나, 안보 관련 막바지 조율 지연으로 팩트시트 발표 시점이 늦어지고 있는 상태다.
10일 정부와 통상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경주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석 달여간 이어오던 관세 세부 협상이 타결됨에 따라 양국 간 합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한 경제분야 팩트시트 정리 작업은 마무리된 상태다. '팩트시트'는 양국이 합의한 사실과 주요 내용을 한눈에 볼 수 있게 정리한 일종의 설명 자료다. 국민에게 합의 내용을 설명하는 것이 목적인 만큼, 공식 협정이나 조약보다 간결한 형태로 작성된다.
이번에 발표될 팩트시트 내용 중 무역·통상 분야, 즉 경제분야에서는 미국의 대(對)한국 관세 인하율, 연간 대미 투자금 상한선, 대미 투자패키지 운용에 대한 양국의 이익배분율 등이 담길 예정이다.
그중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펀드를 △현금투자 2000억 달러(연간 200억 달러 투자 상한 설정) △조선업 협력 1500억 달러로 구성하기로 하는 내용 등은 한국의 공식 발표에 대해 미국이 특별한 반대 의견을 내지 않아 '암묵적 동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최대 관심은 자동차 관세 인하다. 자동차 관세는 이미 지난 7월 말 타결된 관세 협상에서 현행 25%인 관세요율을 15%로 인하하기로 합의된 내용이지만, 3500억 달러(약 500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펀드 운용방식과 이익배분 등을 둘러싼 후속 협의가 늦어지면서 실제 인하 조치가 미뤄져 왔다.
그 사이 국내 완성차 업계의 피해는 급격히 확대됐다. 업계에 따르면 올 3분기 관련 손실액은 현대차 1조 8000억 원, 기아 1조 2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업계의 관세 손실액을 부분적으로라도 보전하기 위해, 이번 한미 협상 합의안의 이행 근거 법안인 대미투자특별법(가칭)을 국회에 제출하는 시점의 당월 1일로 소급적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여당에서도 11월 1일부터 자동차 관세를 소급 적용 받는 것을 목표로 제반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국정감사 종합 평가 및 11월 국회 운영 관련 기자 간담회를 열고 "자동차에 15%로 주어지는 관세 인하 효과는 11월 1일로 소급 적용하기로 했다"면서 "관련 법안이 마련되는 대로 조속히 발의해 한미 정부 간 신뢰를 더욱 돈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11월 1일로 자동차 관세 인하 요율을 소급 적용하는 방안은 우리 정부의 입장으로, 미국이 수용했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미국은 팩트시트 발표 이후 MOU 체결일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관세 '15%'는 미국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일본·EU와 동등한 수준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앞서 미국과 무역 합의에 성공한 일본·EU가 자동차 관세 인하를 먼저 확보하면서, 완성차 업계의 미국시장 경쟁력 약화를 우려해 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승인한 한국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원잠) 도입 관련 팩트시트 문안을 두고, 미국 내 관계 기관 검토가 길어지면서 그동안 관세 분야와 비교해 순조롭게 진행됐던 안보 분야 협의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달 29일 한미 정상회담 후 "하루 이틀" 내 팩트시트를 발표하겠다던 대통령실 기류는 "예측할 수 없다"는 쪽으로 급변했다.
문제는 정부가 이번 미국과의 협상을 경제·안보를 분리하지 않고 함께 진행하겠다는 뜻을 이미 밝힌 상태라, 안보 협상이 지체되면 관세 타결 후속 조치도 늦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 한미정상회담이 화기애애하게 이뤄졌으나, 관세·안보 협상 합의 결과를 담은 팩트시트 발표는 예측보다 미뤄지고 있다.
백악관 홈페이지 내 팩트시트 코너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국빈 방문하며 10억 달러 규모의 거래를 성사시켰다는 10월 29일자 게시글이 한국 관련 마지막 글이다.
팩트시트 발표가 늦어지는 이유로는 원잠을 포함한 안보 문제에 대한 미국 내 관계기관의 검토가 길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당초 팩트시트에는 지난달 29일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원잠 도입과 한국의 '우라늄 농축·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를 미국이 지지한다'는 취지의 문안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은 한미가 추진한 4일 팩트시트 발표 전, 관계 기관의 이견 검토를 위해 발표 연기를 요청했다. 이후 미국 측은 아직까지 의견을 전달하지 않은 상태다.
향후 미국이 핵 비확산을 담당하는 에너지부 등의 우려를 반영해 원잠과 원자력 협정 관련 문안 수정 요구 시, 한미 간 협의가 새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 사태 등 국내 정치 상황에 따라 관련 논의가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미 현지시간 9일 기준, 연방정부 셧다운은 40일째로 접어들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지난 7일 '팩트시트 관련 브리핑'에서 "경주 회담 이후에 나온 얘기를 추가로 반영해야 하는 필요성이 있어 실무적 의견 조정이 있었다"며 "미국에서도 시스템상 한 번 더 유관부서 간 리뷰하는 과정에 있다고 하고, 그 과정에서 일부 부처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 수요가 생겼다고 한다. (이 때문에 팩트시트 발표시점을)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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