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속 금리 인하에도…한은, 치솟은 부동산에 11월 동결 무게

한미 금리차 1.50%p 축소…한은, 추가 인하 여력 생겨
"부동산 진정세 확인 안 돼…11월 마지막 금통위 지켜봐야"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이철 기자 =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한미 금리차가 좁혀지게 됐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의 금리를 결정하는 데 있어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최근 급등한 부동산 가격과 환율 불안정으로 인해 한은의 연내 추가 금리 인하가 쉽지 않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미 금리차 1.75%p→1.50%p…美, 추가 인하는 지켜봐야

연준은 29일(현지 시각)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기준금리) 연 4.00~4.25%에서 3.75~4.00%로 0.25%포인트(p) 내렸다. 지난달 회의에서 0.25%p 내린 데 이어 연속 두 차례 인하 결정이다.

연준의 이번 금리 인하로 한국(2.50%)과 미국 간 금리 격차는 상단 기준 1.75p에서 1.50%p로 좁혀졌다.

여기에 연준이 오는 12월 FOMC에서 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달 연준은 올해 말 기준금리 예상치의 중간값을 3.6%로 제시하면서 연말까지 두 차례의 추가 기준금리 인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연준이 이번 회의에서 다소 신중한 모습을 보임에 따라 실제 인하 여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추가되는 경제 지표 등 데이터에 따라 금리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파월 의장은 "이번 회의에서 12월 정책 방향에 대해 위원들 간에 극명한 의견 차이가 있었다"며 "우리는 여전히 양면적 위험에 직면해 있으며, 12월 금리 인하는 결코 기정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라고 강조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5.10.23/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관세 불확실성 해소에 '환율 안정' 기대감 생겼지만…실제 인하 여부는 불투명

연준의 금리 인하에 따라 한은의 추가 금리 인하 여력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기본적으로 한미 금리차가 확대되면,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해 국내 물가를 밀어 올릴 위험성이 있다. 또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가 미국을 크게 밑돌면, 더 높은 수익률을 노리는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커진다.

반대로 한미 금리차 축소는 이론적으로 한은의 금리 인하 확률을 높이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전날(29일) 한미 관세 협상 타결로 불확실성이 해소됨에 따라, 환율 상승 여력이 약화하는 것도 금리 인하 가능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우혜영 LS증권 연구원은 "금리를 인하하기 위해선 환율의 추가적인 하락 안정세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한은이 금리를 인하하려면 사실 연준이 금리를 같이 인하해 줘야 환율 수준이 일방적인 방향으로 가지 않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금통위에서 이창용 총장의 발언이 생각보다 매파적이지 않았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11월 한은 금통위에서의 인하 기대감은 여전히 시장에서는 높게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은의 고민은 여전히 부동산이다.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급등했다. KB부동산이 25일 발표한 10월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월보다 1.46% 높아졌다.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정부가 지난 15일 고강도 대출 규제를 발표했지만, 실제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도 지켜봐야 한다. 한은의 10월 주택가격전망지수(122)는 9월보다 10p 올라 4년 만에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1년 뒤 집값 상승을 예상한 응답자가 늘어난 셈이다.

이 총재는 23일 간담회에서 "지금까지 여러 자료를 볼 때는 (금리 인하가) 우리가 생각한 것만큼 경기 부양 효과보다는 자산 가격을 올리는 쪽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하고 있다"며 "부동산 자산 가격 상승은 성장률과 잠재성장률을 갉아먹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다음달 27일로 예정된 올해 마지막 금통위에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정부 대책이 나온 후에 서울 아파트의 가격 둔화가 본격화되는지 아직 확인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당초 11월 금리 인하를 생각했었는데 분위기로 봐서는 쉽지 않은 상황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에 미국이 금리를 내렸다고 해서 한은의 금리 결정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 같지는 않다"며 "이 총재도 미국이 금리를 인상할 때는 따라갈 수밖에 없지만 인하할 때는 상대적으로 자체적인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고 분석했다.

ir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