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개입에도 더 오른 환율…'겹겹이 악재'에 당국 긴장

1430원서 구두개입에도 열흘 후 1440원 돌파…F4회의서 추가 개입
관세 불확실성·엔저·해외투자 '첩첩산중'…물가·통화정책 제약에 '고심'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2025.10.23/뉴스1 ⓒ News1 이호윤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에도 불구하고 달러·원 환율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1440원 선을 돌파하자, 당국의 경계감도 고조되고 있다.

한미 관세 협상 불확실성과 엔화 약세 등 원화 약세를 부추기는 요인이 산적한 가운데, 환율 상승이 국내 물가를 자극하고 통화정책을 제약할 수 있는 만큼 당국의 고심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구두개입에도 상승세 지속…관세·엔저 등 원화약세 요인 산적

26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은 지난 23일) 장중 1441.5원까지 치솟으며 4월 28일 이후 약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외환당국이 지난 13일 1430원대에서 "시장의 쏠림 가능성을 경계한다"며 11개월 만에 구두개입에 나선 지 불과 열흘 만이다.

올 초 환율은 국내 정치 불확실성과 미국발 관세 전쟁 우려로 급등, 지난 4월에는 장중 1487.6원까지 치솟으며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이후 1300원대로 안정되는 듯했던 환율은 10월 들어 한미 관세 협상 난항과 미·중 무역 갈등이 다시 부각되며 재차 1400원대로 올라섰다.

구두개입에도 환율 상승세가 진정되지 않자, 외환 당국은 다시 한번 시장안정 메시지를 내놨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등 경제·금융 수장들은 24일 오전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지속되고 있다"며 "필요시 적기에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후 25일 오전 달러·원 환율은 전장 대비 0.2원 내린 1439.4원으로 마감하며 소폭 하락하는 데 그쳤다.

최근의 가파른 환율 상승은 복합적인 대내외 요인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8월 말 이후 환율 상승분의 약 4분의 1만이 달러 강세 영향이며, 나머지 4분의 3은 △미·중 갈등에 따른 위안화 약세 △일본의 확장 재정 우려에 따른 엔화 약세 △한미 관세 협상 불확실성 등 역내 및 국내 요인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한미 관세 협상의 핵심인 3500억 달러 대미 투자펀드 조달 방안에 대한 우려가 시장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시장에서 제기된 대미 투자펀드 시나리오(연 250억 달러·8년 분납)가 당초 예상보다 클 수 있다는 우려가 환율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파악한다"고 전했다. 한은은 외환시장의 충격 없이 조달할 수 있는 외화 규모를 연 150억~200억 달러로 추산하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증권 투자 확대 역시 구조적인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총재는 "올해 들어 내국인의 해외증권 투자가 외국인의 국내 투자보다 4배가량 많다"고 밝혔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4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시장상황점검회의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구 부총리, 이억원 금융위원장. (기획재정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0.24/뉴스1
물가·통화정책 부담될라…당국 "변동성 더 중점적으로 모니터링"

외환당국은 기본적으로 환율의 특정 수준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급격한 변동성을 완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환율 상승세가 계속되면 실물경제에 미치는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장 환율 상승은 수입 물가를 밀어 올려 물가 안정 목표를 위협할 수 있다.

아울러 한은이 경기 부양을 위한 기준금리 인하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파른 환율 상승은 통화정책 운용에 상당한 제약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 환율 변동성은 지난 23일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2.5%로 동결한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이창용 총재는 "관세 협상 불확실성이 좋은 쪽으로 사라지면 환율이 내려갈 것"이라면서도 "변동성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해 당분간 적극적인 시장 안정을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임을 시사했다. 구윤철 부총리 역시 외신 인터뷰에서 "관세 문제가 해결되면 불확실성도 완화될 것"이라고 말하며 관세 협상 타결이 환율 안정의 최우선 과제임을 강조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특정 레벨이 높다 낮다 판단하지 않지만, 변동성 확대 여부에 대해서는 평시보다 더욱 중점적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min7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