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집값·환율에…한은, 기준금리 2.5% 3연속 동결(종합)
정부 10·15 부동산대책에 힘 싣기…1430원대 고환율도 부담
금통위 "금리인하 기조 이어가되 대내외 정책여건 변화 면밀 점검"
- 이철 기자
(서울=뉴스1) 이철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23일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다.
미국의 관세 불확실성으로 금리 인하 필요성은 존재하지만, 서울 등 수도권의 집값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추가 인하가 부동산 시장 과열을 부추길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정부가 최근 발표한 '10·15 부동산 대책'과 맞물려 금리 인하를 자제함으로써 시장 안정에 협조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달러·원 환율 상승세로 원화 약세 부담이 커진 점도 금리 동결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금통위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통화정책 방향 결정회의에서 현행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금통위는 지난해 10월과 11월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하한 데 이어, 올해 2월과 5월 추가 인하를 단행해 총 1%포인트(p)의 인하를 실시했다. 이후 7월과 8월에 이어 세 번째 연속 동결이다.
최근 국내 경제 상황을 보면, 미국의 관세 부과 등에 따른 경기 하방 압력은 금리 인하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새 정부 출범과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전후로 내수 심리가 개선되면서, 금리 인하의 시급성은 이전보다 줄어든 상황이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국내 경제는 건설투자 부진에도 소비 회복세 지속, 양호한 수출 증가세 등으로 개선 흐름을 이어갔다"며 "앞으로 내수가 소비를 중심으로 회복세를 이어가고 수출도 반도체 경기 호조 등으로 당분간 양호한 흐름을 보이겠으나 미 관세 부과의 영향이 점차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여기에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가파르게 이어지고 있다. 지난 16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0월 둘째 주(10월13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매매가격은 2주 전보다 0.54% 상승했다. 상승 폭은 직전 조사 대비 0.13%p 확대됐다.
정부는 지난 15일 서울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과열 양상이 나타나는 집값을 잡기 위해 서울 전역과 분당·과천 등 경기도 12곳을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토지거래허가구역 등 3중 규제 지역으로 묶는 초고강도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이들 지역에서는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차단됐으며, 주택담보가치 대비 주택담보대출금액 비율인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종전 70%에서 40% 이하로 축소됐다. 정부는 또 이들 지역에서 시가 15억 원이 초과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4억 원, 25억 원 초과 아파트는 2억 원으로 제한했다.
이에 금통위는 최근의 부동산 과열과 금융 불균형 우려를 고려해 금융 안정 기반을 우선 다질 시점이라고 판단,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통위는 "물가가 안정된 흐름을 지속하는 가운데 성장은 전망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지만 소비와 수출을 중심으로 개선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부동산 대책의 수도권 주택시장 및 가계부채 영향, 환율 변동성 등 금융안정 상황도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는 만큼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 미국 관세 협상 불확실성 등으로 인한 환율 불안도 금리 동결의 주요 근거가 됐다.
지난 1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 주간(낮)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1431.0원을 기록해 4월 29일(1437.3원) 이후 5개월 반 만에 처음 주간 종가 기준 1430원대에 올라섰다. 이후로도 뚜렷하게 떨어지지 않고 1420∼1430원대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준금리까지 인하할 경우 원화 가치가 추가로 하락해 1430원대 이상의 환율 수준이 고착될 위험이 있다는 판단이다.
금통위는 앞으로의 정책 방향과 관련해 '금리인하 기조 유지'와 '대내외 정책 여건의 변화'를 강조했다. 금리인하 기조를 이어가되, 신중함을 우선한 상황으로 해석된다.
금통위는 "앞으로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국내경제는 물가가 안정적인 흐름을 지속하는 가운데 성장은 개선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무역협상, 반도체 경기 전망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확대됐다"며 "금융안정 측면에서는 정부의 추가 부동산 대책의 효과를 점검하는 한편, 높은 환율 변동성의 영향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향후 통화정책은 성장의 하방리스크 완화를 위한 금리인하 기조를 이어나가되, 이 과정에서 대내외 정책 여건의 변화와 이에 따른 물가 흐름 및 금융안정 상황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 시기 및 속도 등을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동결은 시장 예상과 대체로 일치했다. 최근 금융투자협회가 채권 및 운용 관련 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5%가 기준금리 동결을 전망한 바 있다.
ir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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