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관 "美, 전액 현금투자 요구 물러서…韓의견 수용"(종합2보)

"양국, 한국 감내할 범위 찾기 위한 마지막 움직임 있어"
APEC 전 추가 협상차 재방미 가능성도…"필요하면 갈 것"

한미 관세협상 후속 논의를 마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20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한 뒤 발언하고 있다. 2025.10.20/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김승준 기자 = 한미 관세협상 후속 논의를 위해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하고 돌아온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핵심 쟁점인 3500억 달러 대(對)미 투자 패키지와 관련해 미국이 전액 현금 투자를 고수하고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20일 밝혔다.

이날 오후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취재진과 만난 김 장관은 '미국이 여전히 3500억 달러를 전액 현금으로 투자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지' 묻는 말에 "거기까지는 아니다"라며 "그랬다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을 것이며, 그런 부분에서는 상당 부분 미국이 우리 측 의견을 수용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상 진척 상황과 관련해 "가능한 범위 내를 찾기 위한 마지막 움직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7월 말 관세 협상 타결 당시 한국은 3500억 달러의 대(對)미 투자 패키지 조성에 합의하면서 직접 투자를 하는 비중은 '5%' 내외로 하고, 대부분을 보증·대출로 충당하는 안을 유력하게 검토해 왔다.

하지만 미국은 일본과의 합의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투자처를 결정하면 한국이 45일 내 투자금을 특수목적법인(SPV)에 입금하는 등 소위 '투자 백지수표'를 요구해 왔다.

이에 우리 정부는 △무제한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 △합리적 수준의 직접 투자 비중 △'상업적 합리성' 차원에서의 투자처 선정 관여권 보장 등이 없이는 한국의 경제 여건상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강조한 양해각서 수정안을 미 측에 보냈고, 협상은 두 달 넘게 교착 상태에 빠졌다.

한미 관세협상 후속 논의를 위해 미국 워싱턴DC를 찾아 막판 협상을 벌이고 돌아온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1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귀국하며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2025.10.19/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이런 흐름 속 이어진 이번 방미 협상의 결과에 대해 김 장관은 "한국의 외환시장에 부담을 주는 선에서는 안 된다는 데 대한 어느 정도 컨센서스(공감대)가 있었다"면서 "계속 미국을 오가면서 외환시장과 관련한 상당한 허들이 있었지만, 그런 부분에 대해 양측 간 공감대가 있었기에 이를 바탕으로 여러 잔여 쟁점이 합의에 이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전날 먼저 입국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대부분 쟁점에서 상당히 의견 일치를 보았지만, 조율이 필요한 남은 쟁점 1~2가지가 있다"고 언급했었다.

다만 김 장관은 '남아 있는 1~2가지 쟁점'이 무엇인지 묻는 말에는 "쟁점을 지금 상황에서 언급하기는 부적절하다"며 "그런 딜(Deal)이 몇 가지가 있어 이게 지금 당장 된다, 안된다를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답했다.

김 실장과 김 장관이 밝힌 '미국과의 공감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의중까지 반영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거기까지는 알 수 없다"며 "저는 카운터파트인 러트닉에 대한 판단을 할 뿐, 트럼프 대통령까지 말할 입장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번 방미길에 동행한 김용범 정책실장은 "이번 방미 협의에서는 대부분의 쟁점에서 실질적인 진전이 있었다"면서 "방미 전보다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계기로 타결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여전히 조율이 필요한 남은 쟁점이 1~2가지 있다"고 전제하기는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하는 APEC을 계기로 타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을 두고 양국 협상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 장관은 또 이번 방미 기간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을 찾아 러셀 보트 국장과 면담하며 한미 조선협력 '마스가(MASGA)' 프로젝트의 구체화 방안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마스가가 아직 협상의 레버리지로 활용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그런 측면보다는 오히려 구체적으로 마스가 프로젝트를 어떻게 구체화해 나갈지에 대한 관심에 대해서 논의했다"고 답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전 추가 협상 진행 여부와 관련해선 "관계 부처와 논의해 보고, 필요하다면 갈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기적으로 APEC 전 해결 가능한 과제인지에 대해 먼저 판단이 필요하고, 필요하면 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과 정부 내부에서는 이번 협상을 경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정상 간 정치적 결단을 통해 매듭짓는 '톱다운(top-down) 방식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이 예정된 오는 29일까지 최종 합의안을 도출하기 위한 막판 협상 작업이 이어질 전망이다.

최종 협상 국면에서는 '선불 현금 5% 이내, 나머지는 대출·보증 형태로 충당'하는 안과 '미국산 대두 수입 확대' 방안이 절충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euni121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