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전자정부' 이전으로…1달간 수기·대면접수 '아날로그 정부' 회귀

행정차관 "자원 준비 2주, 시스템 구축 2주…최대한 앞당길 것"
내부 전자결재·문서 유통 '올스톱'…62개 시스템 일부 복구돼

29일 오후 대구 동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구센터 입구에서 경찰이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 정부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전소된 96개 시스템은 대구센터의 민관협력형 클라우드로 이전해 복구할 계획이다. 복구에는 약 4주가 소요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대구센터를 직접 방문해 점검에 나섰다. 2025.9.29/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세종=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이정현 나혜윤 김승준 이철 임용우 전민 기자 =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로 정부 행정 시스템 마비가 장기화하고 있다. 일부 서비스는 복구됐지만, 온나라시스템 등 핵심 서비스가 완전히 정상화되기까지는 약 1달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29일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화재로 직접 피해를 입은 96개 시스템을 대구 민관협력 클라우드 구역으로 임시 이전해 복구할 계획이다.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은 "정보자원 준비에 2주, 시스템 구축에 2주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대구센터 입주기업의 협조를 받아 최대한 일정을 앞당길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정확한 복구 시점은 세부 계획이 확정돼야 알 수 있다.

온나라시스템은 직접 피해를 입은 핵심 시스템 중 하나로, 완전 정상화까지 약 1달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내부 결재와 문서 유통이 사실상 멈춰 있으며, 각 부처는 수기 결재와 대면 접수 등 임시방편으로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의 디지털 정부는 김대중 정부 말기 '전자정부' 시범사업으로 시작해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온나라시스템과 정부24(당시 민원24)의 전신 서비스가 구축되며 본격화됐다. 이후 각 정부를 거치며 모바일화, 데이터 개방, AI 행정으로 발전했고, 유엔 전자정부평가에서 세계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번 화재로 한국 디지털 정부의 출발점이라 불리는 시스템들이 멈춰 서면서 행정의 근간이 한순간에 '아날로그'로 되돌아갔다.

이번에 손상된 시스템 중 29일 낮 12시 기준 정상화된 서비스는 62개다. 정부24, 모바일신분증, 주민등록시스템, 인터넷우체국 금융 및 우편물류, 나라장터 등 주요 시스템이 포함됐다.

그러나 여전히 585개 시스템이 중단된 상태다. 특히 복지, 노동, 통계 분야는 국민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돼 피해가 크다. 보건복지부의 복지로, 마이차트,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 등 주요 서비스가 접속되지 않으며, 복지부와 소속기관 홈페이지, 면허 민원 안내도 마비 상태다. 현재 복구가 완료된 것은 보건의료 빅데이터 통합 플랫폼 등 일부에 그친다.

고용노동부는 고용보험, 가구원 수 조회 등 고용 분야 시스템은 복구돼 정상 작동 중이다. 그러나 노동 분야 시스템은 여전히 멈춰 있으며, 노사누리와 노사마루가 중단돼 노동·산업안전 사건 신고는 수기로만 가능하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고용은 복구됐지만 노동 분야는 아직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는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dBrain+)과 국고보조금통합관리시스템(e나라도움)이 정상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기재부 홈페이지와 통계청의 국가통계포털(KOSIS), 마이크로데이터통합서비스(MDIS) 등은 접속이 되지 않는다. 나라장터는 재해복구시스템으로 전환돼 대금 지급 등 일부 기능만 가능하다. 기재부 관계자는 "메일은 사용 가능하지만 내부 결재가 막혀 불편이 크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표 홈페이지, 소비자24 등 대국민 서비스가 복구됐다. 다만 주소 검색 기능은 복구되지 않아 국민이 직접 입력해야 하며, 간편 인증은 공동인증서로 대체됐다. 공정위는 자정부터 온라인 민원 전용 창구를 통해 민원 접수를 받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1개 시스템이 중단됐다. 전략물자 수출 심사, 불공정 무역행위 사건 접수, 광업권 허가, 전기사업 인허가 등 업무는 이메일, 팩스, 대면 접수로 전환됐다. 산업부는 심사 지연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력을 늘려 대응 중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자체 시스템은 정상 작동하지만 행정안전부와 우체국 시스템 연계 사업에서 차질이 발생했다. 공익직불제 신청 시 농업인 검증 절차와 농식품 바우처 카드 발급이 지연되면서 현장 혼란이 우려된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27일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현장을 찾아 피해 현황을 둘러보고 있다. (총리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9.28/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복구가 완료된 62개 시스템에는 모바일신분증, 주민등록시스템, 정부24, 인터넷우체국 금융·우편물류 서비스, 나라장터, 환경부의 배출권 등록 시스템, 관세청 대표 홈페이지와 빅데이터 포털, 보건의료 빅데이터 시스템, 노인맞춤형돌봄시스템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주요 서비스 상당수가 여전히 중단돼 국민이 직접 기관을 찾아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김 차관은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각 부처와 지자체가 법령정보센터는 국회입법사이트, 복지·노동 분야는 수기 신청 등으로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복구가 지연되는 동안 비상대응체계를 유지하고, 피해 상황 점검과 대체수단 마련을 병행할 계획이다.

복구가 더뎌지면서 노동, 복지, 통계 등 핵심 분야의 행정 서비스가 장기간 멈출 경우 민원 대란과 행정 공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ac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