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펑크' 때도 추경 가능…정부, 국가재정법 개정 나선다

불용 등 '땜질 처방' 막는다…與 '5% 이상 오차 발생시' 개정안 발의
"재정 투명성 긍정적…세출 확대로 남용은 경계해야"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정부가 대규모 세수 결손, 이른바 '세수 펑크' 발생 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국가재정법 개정을 국정과제로 공식화했다.

윤석열 정부 시절 대규모 세수결손을 기금 이·전용, 불용 등으로 대응했던 선례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전문가들은 재정 운용의 투명성을 높이는 긍정적 조치라고 평가하면서도, 세입 보전 목적을 넘어 지출을 늘리는 수단으로 남용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2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확정한 '이재명 정부 123대 국정과제'에서 "세수 오차가 일정 규모 이상일 것이 확실시되는 경우를 추경 사유에 추가"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땜질로 막았던 세수 펑크…'추경으로 대응' 법제화 추진

이같은 국정과제가 담긴 것은 윤석열 정부 시절 반복된 '재정 운용의 딜레마'를 해소하려는 성격이 짙다. 지난 2023년~2024년에는 각각 56조 4000억 원, 30조 8000억 원 규모의 역대급 세수 결손이 발생한 바 있다.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세입 경정과 함께 경기부양을 위한 세출 확대를 병행할 것을 주장했지만, 윤석열 정부는 현행 국가재정법상 추경 요건(전쟁, 대규모 재해, 경기침체 등)에 해당하지 않고 재정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이유로 추경을 편성하지 않았다.

대신 세계잉여금 활용을 넘어 각종 기금의 여유 재원을 끌어오거나, 이미 편성된 예산을 집행하지 않는 '불용' 방식으로 대응했다. 그러자 야권 등을 중심으로 국회의 재정 심의권을 침해하고 재정 운용의 투명성을 떨어뜨린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정부가 추경 요건 신설에 나선 것은 국회의 예산 심의권을 강화하고, 과거와 같은 기금 이·전용이나 불용 방식의 재정 운용을 제도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미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같은 취지를 담은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세입 재추계 결과, 세수 결손이 당초 예산 대비 5% 이상으로 예상될 경우 추경을 편성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를 담았다.

내년도 예산안상 국세 수입 규모(390조 2000억 원)를 기준으로 할 경우, 약 19조 5000억 원 이상의 세수 결손이 예상되면 추경 편성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아울러 개정안은 정부가 매년 정기적으로 세수를 재추계해 그 결과를 국회에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해 재정 운용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내용도 포함했다. 해당 법안은 지난 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돼 심사를 앞두고 있다.

"대응 법제화는 바람직하지만…세출 확대 명분 삼으면 안 돼"

전문가들은 과거처럼 세계잉여금을 넘어 기금 재원을 활용하거나, 불용을 발생시키는 비정상적 방식보다는 법적 절차인 추경을 통해 공식 대응 경로를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같은 요건을 세수 부족에 대응하기 위한 세입 경정을 넘어 세출 추경의 명분으로 삼을 경우, 재정 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대규모 세수 결손은 추경을 통해 당초 예산 계획을 조정하는 것이 상식적"이라며 "과거 사례처럼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은 재정 투명성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고,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경제가 어려워 세입이 줄었다고 지출을 오히려 늘리는 확장재정의 빌미로 삼는다면 재정은 엉망이 될 수 있다"며 "과거 그런 주장이 반복적으로 제기됐던 만큼, 법 개정 취지가 오용·남용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min7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