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가 기회로"…생산성·사육규모 동반 성장하는 'K-축산업'
[FTA 2.0 도약의 기회로] ①시장 개방이 수출 경쟁력 향상으로
한우 3국 시장 개척…스마트축산 보급으로 지속가능 경쟁력↑
- 이정현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한국은 지난 2004년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현재까지 59개국과 22건의 FTA를 체결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시장 개방에 따른 값싼 축산물 수입 증가를 우려한 국내 축산업계의 반발이 컸다. 하지만 20여 년이 흐른 지금 FTA 시장 개방에 대응해 국내 축산업의 체질 개선을 추진해 온 정부와 축산농가 등의 노력에 힘입어 관련 산업은 오히려 눈에 띈 성장을 이뤄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2022년까지 농업분야 전체에 대해 FTA 국내 보완대책 사업에 배정된 총예산은 40조 7217억 원이다. 그중 88.8%인 36조 1590억 원이 집행됐다.
축산업경쟁력 제고 분야 중에는 '축산시설 현대화'와 '농가사료 직거래 활성화 지원' 등에 가장 많은 예산이 투입됐다. 정부의 보완대책 실행 이후 축산부문을 중심으로 농가 규모화 및 생산성 증대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정부 통계를 보면 우선 한우 사육두수는 FTA 국내 보완대책 수립 전 5년(2003~07년) 평균 184만 두에서 최근 6년(2018~23년)간 평균 329만 두로 79%가 증가했고, 농가당 사육두수는 FTA 국내보완대책 수립 이후 연평균 8.1%씩 증가했다.
또 한우 비육우 판매 체중은 같은 기간(2003~07년) 평균 628kg에서 최근 5년(2018~22년) 평균 777kg으로 23.7% 증가했다. 한우 1등급 이상 출현율은 2007년 이전 50% 미만의 수준을 보이다가 2008~12년 평균 58.8%에서 최근 5년(2018~22년) 평균 74.2%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축산업 체질 개선을 위한 노력은 양돈산업의 비육돈 판매 체중 증가 및 번식돈 생산성 향상에도 영향을 미쳤다.
돼지 사육두수는 FTA 국내 보완대책 수립 전 5년(2003~07년) 평균 922만두에서 최근 6년(2018~23년) 평균 1118만두로 21.4%가 증가했다. 농가당 사육두수로 보면 같은 기간 연평균 3.5%씩 증가한 것이다. 비육돈 판매 체중도 같은 기간(2003~07년) 평균 109kg에서 최근 5년(2018~22년) 평균 114kg으로 4% 증가해, 번식돈 두당 연간 이유 두수(PSY)는 평균 17.5두에서 최근 5개년 평균 20.4두로 16.4% 증가했다.
FTA는 역설적으로 국내 축산업계가 글로벌 무역 규범에 맞춘 생산·가공 체계를 구축하는 계기가 됐다. 특히 미국과의 협정 이행 과정에서는 국제 수출의 필수 요건인 위생검역(SPS) 기준, 이력 추적제, 도축·가공 위생 시스템의 대폭 개선을 이뤄냈다.
이 같은 체질 개선 노력은 곧 '3국 시장 개척'으로 이어졌다.
한우는 현재 홍콩,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몽골 등으로 수출 중이다.
한우 수출이 처음 시작된 2015년 말 이후 첫 개척지인 홍콩에서는 프리미엄 레스토랑과 한식당이 인기를 끌었다.
수출이 본격화한 2017년 한 해 홍콩 수출 물량은 57톤에서, 다음 해 65톤까지 늘었다. 이후 수출상대국의 경제상황 등으로 물량이 다소 들쭉날쭉하긴 했지만, 한우 수출에 대한 노력이 더해지면서 2023년 기준 홍콩으로의 한우 수출 물량은 62톤을 회복한 상태다.
특히 지난 1월에는 횡성한우가 국내 최초로 UAE 기준의 국제 할랄 도축장 인증을 획득하는 데 성공하면서, 과거에는 거의 없던 중동지역으로의 첫 수출길도 열었다.
UAE는 중동과 북아프리카(MENA) 지역에서 할랄 식품 산업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할랄 식품은 이슬람 율법에 따라 생산·가공된 식품으로, 전 세계 무슬림 소비자들에게 필수적인 요소로 여겨지고 있다.
2023년 기준 UAE의 전체 소고기 수입량과 수입액은 약 11만 9537톤, 8억 7000만 달러며 그중 냉장은 6만 1312톤, 4억 8500만 달러, 냉동은 5만 8225톤, 3억 8500만 달러를 차지한다.
UAE의 연간 소고기 소비량은 약 13만 2000톤으로 추산되며 전체 공급량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UAE의 주요 소고기 수입국은 브라질, 호주, 인도, 미국, 일본 순인데 특히 일본으로부터의 소고기 수입량이 2019년 24톤에서 2023년 879톤으로 급증하며 연평균 105.5%의 폭발적인 성장을 보였다.
현지 고소득층 소비자, 한인 교민, 식자재 바이어를 중심으로 고품질 한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한국은 그동안 UAE로부터 승인받은 할랄 도축장이 없어 중동지역으로의 한우 수출이 사실상 불가능했었다.
하지만 이번 할랄 도축장 완비로 최근 두바이를 중심으로 한국식 프리미엄 바비큐 레스토랑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고품질 차별화된 맛을 강점으로 한 한우에 대한 수요도 점차 가시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축산업은 생산비 상승, 노동력 고령화, 가축질병, 악취, 탄소배출 등 다양한 구조적 문제에 직면했다. 이에 국내에서는 스마트축산 도입을 통해 지속가능성과 경쟁력을 강화하는 정책이 추진 중이다. 국내 축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불가피한 현실을 FTA를 계기로 더욱 빨리 마주하게 된 경우다.
스마트축산은 PC 또는 모바일을 통해 온·습도 등 축사 환경을 모니터링하고, 사료 및 물 공급시기와 양을 원격자동으로 제어할 수 있는 농장을 말한다.
정부는 지난 2014년부터 '축산분야 ICT 융복합 확산사업' 등을 통해 지난해까지 총 7265호의 축산농장에 스마트 축산을 보급했다. 이는 지난해 기준 전업농가 3만 1500여호의 23.1% 수준이다. 축종별로는 한우농가가 58%로 가장 많았다. 양돈, 낙농가가 각각 16%, 가금농가는 7.7%로 뒤를 이었다.
이를 통해 가장 눈여겨보이는 성과는 노동력, 생산비 절감이다. 업계에 따르면 스마트 축산이 적용된 농가들은 축사에 설치된 각종 센서를 통해 온·습도와 암모니아 등의 농도 등을 실시간으로 감지해 환풍기·쿨링패드 등 축사환경 제어장치를 활용할 수 있어 노동력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또 축사환경의 과학적·정밀한 관리가 가능해져 전기·냉난방 등의 투입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어 생산비 절감에도 일조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는 현재 23%인 축산 전업농가의 스마트 축산 보급률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해 경기 평택시에 소재한 한 지능형 양돈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스마트 축산은 생산성 향상, 악취와 가축질병의 과학적 관리 등 축산현장의 구조화된 문제 극복을 위한 유력한 수단으로 우리 축산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제작지원: 농림축산식품부·한국농촌경제연구원 2025년 FTA 이행지원센터 교육홍보사업)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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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2년 발효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당시 국내 축산업계에 '쓰나미'급 위협으로 여겨졌다. 미국산 쇠고기·돼지고기의 단계적 관세 철폐에 따라 저가 공세를 견디지 못한 국내 축산업계는 설 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우려였다. 하지만 10여년이 흐른 지금, 업계 안팎에서는 "FTA가 가져온 부정적 충격만큼이나, 긍정적 변화도 분명히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쇠고기의 경우 미국산 저가 공세에 대응한 철저한 '품질 고급화' 전략으로 차별화된 시장을 구축했고, 이 과정에서 한우 등급제 개선, 친환경·동물복지 인증 확대 등 오히려 국내 축산물 수출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