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금치 78%·열무 57% 폭염·폭우에 물가 또 비상…소비쿠폰도 변수

수박도 전년 대비 20.7% 상승 먹거리 물가 급등
8월도 상승세 지속…소비쿠폰 소고기가격 올리나

7월 소비자물가가 가공식품·수산물 상승세 영향으로 두 달째 2%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5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2025.8.5/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가공식품·외식물가의 고공행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폭염과 폭우 등 이상기후로 인해 과일·채솟값도 다시 급등세를 보이면서 물가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부터 배포·사용이 시작된 민생회복 소비쿠폰 역시 물가를 자극하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6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을 보면, 7월 먹거리(농축수산물·가공식품) 151개 품목 중 전년 동월 대비 가격이 상승한 품목은 116개(76.8%)로 집계됐다. 평균 상승률은 3.8%였다.

특히 지난달 '괴물 폭우' 피해를 본 작물과 폭염에 취약한 엽채류의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재배면적의 1.2%(123㏊)가 물에 잠긴 수박의 경우 전년 동월 대비 20.7% 상승했다. 폭염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시금치도 13.6% 올랐다.

최근 들어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오징어채(42.9%), 찹쌀(42%), 보리쌀(41.6%) 등도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직전 달인 6월과 비교하면 시금치는 한 달 새 78.4% 급등했고, 열무(57.1%)·상추(30%)·포도(28.8%)·배추(25%)·파(14.4%) 등도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다.

가공식품과 외식물가도 높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7월 가공식품 물가는 출고가 인상 등의 영향으로 전년 동월 대비 4.1% 올랐다. 대형마트 할인행사 등으로 6월(4.6%)보다는 상승폭이 소폭 줄었지만, 여전히 4%를 웃돌았다. 외식물가도 3.2% 올라 6월(3.1%)보다 상승폭이 확대됐다.

4일 전남 함평군 함평읍 천지전통시장에서 상인들이 폭우에 떠내려 온 각종 폐기물과 침수피해 입은 가재도구를 정리하고 있다. 2025.8.4/뉴스1 ⓒ News1 김태성 기자

이달에도 찜통더위와 국지성 호우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 물가 관리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지난달 급등세를 보인 주요 품목들은 이달 들어서도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5일 기준 배추 소매가격은 6349원으로 전월(3639원)보다 74.5% 급등했다. 시금치도 2100원으로 전월(1164원)보다 80.4% 치솟았다. 토마토(67.2%), 상추(40.7%), 수박(30.1%), 무(28.2%) 등도 급등하고 있다.

이에 더해 지난달 21일부터 신청과 사용을 시작한 민생회복 소비쿠폰도 물가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지난달 국산 소고기 가격은 전년 대비 4.9% 상승했다. 소고기는 과거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에도 수요가 몰리며 가격이 뛰었던 대표 품목이다.

정부는 소고기 가격 상승에는 사육과 도축 마릿수 감소 영향이 크지만, 소비쿠폰에 대한 기대감 등도 일부 작용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정부는 소비쿠폰이 전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최근에 내수 회복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지만, 아직 회복세가 강하지 않아 올해 추가경정예산안의 물가 상승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다만 내년에는 영향이 0.1%포인트(p) 정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정부는 기상 여건 등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큰 만큼, 농축수산물 수급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가격 변동 요인에 신속히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배추는 정부 가용물량 방출 규모를 일 200~300톤으로 확대해 전월 대비 2배 수준으로 늘리고, 예비묘 공급도 300만 주로 50만 주 확대한다. 또한, 수박 등 폭염·폭우 영향을 크게 받은 품목 중심으로 정부 할인 지원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한우도 출하 인센티브 제공 등을 통해 평시 대비 30% 이상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형일 기재부 1차관은 전날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기상악화로 인한 농축수산물 가격·수급 변동성이 최소화되도록 품목별 관리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관계부처에 당부했다.

min7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