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협상, 중요한 참고사례…FTA 고려시 日보단 더 얻어야"
25일 한미 2+2 회담 앞두고 日 '15% 상호관세' 합의
전문가 "협상 흐름 비슷할듯…韓 FTA 체결국 이점 활용해야"
- 전민 기자, 나혜윤 기자, 김승준 기자
(세종=뉴스1) 전민 나혜윤 김승준 기자 = 미국이 예고한 상호관세 유예 시한을 열흘 남짓 앞두고 일본 등 주요 교역국들이 관세 협상을 타결함에 따라, 한미 관세 협상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일본과 우리나라의 통상 환경이 유사한 만큼, 비슷한 수준에서 협상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한미 간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고려할 경우, 미국과의 협상에서 한국이 일본보다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다는 점을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일본산 제품에 대해 15%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고 일본이 5500억 달러(약 760조 원)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의 무역 협상을 타결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일본은 4월 2일 상호관세 발표 당시 24%의 관세율을 적용받았고,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8월 1일 새로 부과하겠다고 제시한 관세율은 25%였다.
이번 상호관세 15%는 미국이 지금까지 타결한 교역국 중에서는 영국(10%)을 제외하고 가장 낮은 수치다. 미국은 영국 외에 베트남(20%), 인도네시아(19%), 필리핀(19%) 등과도 관세 합의를 체결한 바 있다.
일본산 자동차에 대해서는 4월부터 추가로 부과되던 25%의 관세를 절반인 12.5%로 낮추고, 기존 세율인 2.5%를 더해 최종적으로 15%로 조정하기로 양국이 합의했다.
또한 일본 정부가 강경하게 사수 입장을 보여 왔던 쌀 시장도 일부 미국에 개방하기로 했다.
우리 정부도 장관급 인사들이 일제히 미국을 방문해 협상 조율에 나설 예정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오는 25일 미국에서 '2+2(재무·통상 수장) 통상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미 방미길에 오른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등도 일제히 미국과 접촉에 나설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일본과 미국 간 협상 내용이 우리 정부에도 '중요한 참고사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 정부의 협상도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김수동 산업연구원 글로벌경쟁전략연구단장은 "일본과 우리의 상황이 비슷한 점이 많아 상당히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여러 가지 면에서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며 "일본이 기존 다른 국가들보다 꽤 좋은 조건으로 협상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도 비슷한 수준에서 협상이 이뤄지지 않을까 싶다"고 평가했다.
우리 정부도 일본의 5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와 비슷한 수준의 요구를 받았을 것이라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일본의 협상 결과는 한국 정부의 대응 전략에 있어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며 "한국도 비슷한 그림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쌀 시장 개방 여부는 불확실하지만, 소고기 수입 제한이 풀리고 상호관세와 자동차 품목 관세가 15% 내외 수준에서 정리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미국은 우리나라에 대해 쌀 수입 물량 제한 해제와 30개월령 이상 소고기 수입 허용 등을 요구하고 있다.
만일 일본과 비슷한 수준의 협상이 이뤄질 경우, 국내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한국과 일본은 수출 경쟁 관계에 있기 때문에 유사한 조건에서 협상이 타결되면 가격 경쟁 측면에서 큰 손해는 없을 것"이라며 "수출에 일부 타격은 있을 수 있으나, 관세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므로 전반적인 악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등을 고려하면 현재 0%대인 성장률 전망치도 소폭 상향 조정될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과 우리 정부의 협상이 일본과 유사한 흐름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반드시 이를 따를 필요는 없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우리나라는 일본과 달리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이기 때문에 협상에서 보다 유리한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송 선임연구위원은 "일본과 비슷한 선에서 타결하는 것이 국익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FTA라는 약속을 파기하는 것을 초강대국이라는 이유로 정당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향후에도 계속해서 '청구서'가 날아올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헌법 제1조 8항에는 관세 등 국가 간 무역 규제 권한이 의회에 있다고 명시돼 있다. 또한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인기가 하락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상호관세 조치가 무효화될 가능성도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미연방 국제통상법원(CIT)은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한 상호관세가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권한 남용"이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송 선임연구위원은 "FTA 체결국은 미체결국과 다르게 분쟁해결절차가 가능하기 때문에 15%의 관세에 절대 만족해서는 안 된다"며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면서도, 미국이 우려하는 중국과의 관계 등 외교적 현안과 연계해 유리한 위치를 지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미국은 상호관세를 유예한 국가 중 일본을 제외한 14개 국가에 본보기를 보여줄 필요가 있었고, 일본은 이시바 내각이 참의원 선거 패배로 퇴진압력을 받고 있어 성과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번 협상 결과는 양국의 정치적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따라서 일본 사례를 따라갈 필요는 없으며 한국은 어디까지나 국익에 맞게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며 "국익이 확실하게 보이지 않으면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굉장한 손해가 되기 때문에 섣부르게 할 필요가 없으며, 속도전으로 할 이유도 없다"고 강조했다.
min7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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