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폭우'에 농가 초토화… 정부, 피해복구·물가대응 총력

침수 면적 '서울 절반' 수준…벼, 논콩, 수박 등 큰 피해
가공식품·외식가격 오르는데…장바구니 물가 또 비상

밤사이 쏟아진 집중폭우로 침수 피해가 발생한 17일 충남 아산시 배방읍 일대가 불어난 빗물에 시설물이 잠겨있다. 2025.7.17/뉴스1 ⓒ News1 이시우 기자

(세종=뉴스1) 전민 임용우 기자 = 중남부 지방을 강타한 역대급 폭우로 농가가 큰 피해를 입으면서 정부가 피해 복구와 물가 관리를 위한 전방위 대응에 나섰다.

22일 기획재정부·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지난 16~20일 집중호우로 인한 농작물 침수 면적은 2만 8491㏊(헥타르)에 달하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서울시 면적(6만 5000㏊)의 43.8% 수준으로, 축구장(0.714ha) 약 3만 9900개에 달하는 규모다.

지난해 7월 한 달 동안 폭우로 인한 농경지 피해는 약 9450㏊였는데, 올해 닷새간의 폭우로 3배에 가까운 피해가 발생했다. 이번 폭우가 '괴물 폭우'로 불리는 이유다.

지역별로 보면 충남의 침수 면적이 1만 6709㏊로 전체 피해 면적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특히 당진(3308㏊), 서산(3123㏊), 예산(2254㏊), 홍성(1869㏊) 등에 피해가 집중됐다.

이어 전남(7612㏊), 경남(3781㏊), 광주(400㏊)에도 큰 피해가 발생했다.

작물별로는 벼(2만 5065㏊)의 피해가 가장 컸고, 논콩(1381㏊), 수박(123㏊), 쪽파(94㏊) 멜론(55㏊) 등도 침수 피해를 입었다.

멜론의 경우 전체 재배면적의 7.8%가 피해를 보았다. 논콩(5.8%), 벼(3.6%), 딸기(1.9%), 수박(1.2%) 등도 침수 비율이 높았다.

정부는 피해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는 등 피해 복구 지원에 나섰다. 피해 주민을 위한 임시거소를 지원하고, 응급 복구를 위한 장비 임차, 임시 구호시설 설치 등에 대해 수의계약, 계약심사 면제 등 계약상 특례를 적용하기로 했다.

지방재정과 세제 등 지자체가 활용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한다는 방침이다. 호우로 멸실·파손된 자동차는 자동차세가 면제되고, 특별재난지역이 선포된 지역 주민 피해에 대해서는 추가로 지방세가 감면된다.

아울러 새마을금고와 협력해 긴급자금대출도 추진할 예정이며, 대출 만기 연장과 원리금 상환 유예 등 금융 지원책도 검토한다.

21일 서울의 한 전통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역대급 폭우에 쌀, 수박, 고추, 깻잎 등 주요 농산물과 축산 농가가 일제히 침수 피해를 입었다. 전국적으로 서울 면적의 약 40%에 달하는 규모의 농작물이 물에 잠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막대한 농가 피해는 물론, 밥상물가 상승 우려도 커지고 있다. 2025.7.21/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정부가 단기 경제정책 제1의 목표로 삼은 생활물가 관리에도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피해가 큰 농작물을 중심으로 물가가 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폭우 피해 직후에도 적상추 도매가격이 1주일 만에 50% 넘게 뛰고, 배추와 열무 등도 전년 대비 20% 넘게 급등하기도 했다.

최근 가공식품과 외식가격 상승세에 더해 채솟값마저 뛸 경우 가계 장바구니 부담은 한층 더해질 수 있다.

지난달 농산물 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8% 하락해 물가를 0.07%포인트(p) 끌어내렸는데, 농산물 가격이 뛰면 2% 상승률 내외에서 안정세를 보이는 전체 소비자물가에도 재차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당장 이번 달 소비자물가에는 영향이 크지 않을 수 있다. 통계청은 가격 변동성이 큰 농축수산물의 경우 한 달에 세 차례 가격 조사의 평균을 소비자물가조사에 반영한다. 따라서 폭우로 인한 피해는 이번 주 중 진행하는 하순 조사에만 반영될 예정이며, 유통과정에 걸리는 기간 등을 고려할 경우 당장의 가격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다.

다만 단계적으로 장바구니 물가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가장 피해가 큰 쌀의 경우 당장 올해 영향이 나타날 가능성은 적지만, 제철과 맞물린 수박과 멜론 등의 가격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가장 피해가 큰 벼는 물빼기가 완료되면 생육에는 큰 지장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수박, 멜론의 경우 침수 피해와 제철 과일 수요가 겹쳐 당분간 평년보다 높은 가격이 이어질 전망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농산물 가격 상승이 걱정스러운 상황이라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며 "수박, 멜론 등의 경우 가계지출 내 비중이 크지 않아 가중치가 높지는 않지만 유실 물량이 많으면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물가당국은 23일 이형일 기재부 1차관 주재로 물가관리차관회의를 열고 폭우와 관련한 물가동향 점검 및 대응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피해 품목의 공급관리 등을 포함한 구체적인 대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취임식 후 기자들과 만나 '첫 번째 과제가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단기적으로는 수해 등의 상황으로 인해 생활물가를 안정화해야 한다"고 꼽았다.

min7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