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기' 경기부진 이어진다…韓 GDP갭 4년 연속 '마이너스'

OECD 최신 전망…한국 GDP갭, 회원국 평균 2~3배 달해
사실상 장기 침체 초입…"노후된 경제 혁신해 활력↑"

지난 9일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에서 시민들이 온누리상품권으로 장을 보고 있다. (자료사진)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우리 경제의 잠재력 대비 성장 수준을 보여주는 '국내총생산(GDP) 갭'이 내년까지 4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1985년 이후 처음 있는 일로, 부진한 경기 흐름이 역대 최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2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6월 세계경제전망에 따르면, 한국의 GDP갭은 지난 2023년부터 내년까지 4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GDP갭은 실제 GDP와 잠재 GDP 사이의 격차를 뜻한다. 잠재GDP는 국가가 인력·자본 등 모든 생산 요소를 동원하면서도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생산 실적, 즉 경제 규모를 가리킨다.

만약 GDP갭이 마이너스면 해당 연도는 국가의 실제 생산(실질GDP)이 잠재GDP에 미치지 못했다는 의미가 된다.

GDP갭이 큰 양수를 기록하는 것도 경기 과열로 인한 물가 상승 등의 부작용 우려를 일으키지만, 음수인 경우는 아예 경기 냉각·침체를 시사한다. 경제가 본래 보유한 기초 잠재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유추할 수 있다.

구체적으론 공장·인력·자본 등 경제 내 각종 자원이 실제 활용될 수 있는 수준만큼 충분히 쓰이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일할 수 있는 사람은 많은데 일자리가 부족하거나 △공장이 원래 설비 용량대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거나 △투자·소비가 실제 여력보다 심하게 정체돼 돈이 돌지 못하고 있는 상태일 수 있다.

한국의 GDP갭 추이. (1985~2026년, OECD 6월 경제전망 데이터)

OECD에 따르면 한국의 GDP갭은 2010년대 일부 기간을 빼고 플러스를 지속했으나,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인 2020~2021년 빠르게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이후 2022년 잠깐 양수를 회복했다.

그러나 2023년 -0.68%로 다시 음수를 기록하면서 실질GDP가 잠재GDP를 밑도는 상태로 되돌아갔다.

지난해 -0.81%로 마이너스 갭은 더욱 커졌고, 올해는 -1.78%로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1.60%)보다 부진할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내년에는 -1.43%로, 올해보다 약간 개선될 것으로 추정됐다.

그럼에도 실질GDP가 잠재GDP를 1% 이상 밑도는 부진은 올해에 이어 내년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GDP갭이 4년 연속 마이너스인 경우는 이례적이다.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1998~1999년),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등 대형 위기 국면에서도 2년 연속 마이너스에 그친 뒤 플러스로 반등했다. 이에 견줘 보면 단순히 코로나19 이후 회복이 더딘 수준을 넘어, 경기 회복 모멘텀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해 보인다.

국제적으로 비교해도 한국의 마이너스 갭은 크다. 올해 한국의 GDP갭 전망치(-1.78%)는 OECD 회원국 평균(-0.64%)의 약 3배에 육박하며, 내년 역시 한국(-1.43%)이 OECD 평균(-0.75%)의 약 2배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경우 고용과 기업 수익성, 소비심리 등에까지 파급되며 경제 전반에 장기 정체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재정지출 확대로 단기적으로 성장률이 반등하고 경기가 일부 회복될 수 있지만, 구조적으로는 저성장 기조에서 벗어나기 아직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경기 부진이 장기 침체의 초입일 경우를 대비해 부양책과 함께 장기 성장 동력을 강화할 구조개혁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태윤 한은 조사국 과장은 이달 초 '일본 경제로부터 되새겨볼 교훈' 보고서에서 "대외적으로는 교역 여건이 악화되고 대내적으로는 빠른 인구 고령화, 부동산 자금 쏠림 등 구조 문제가 표면화하며 성장 잠재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 경제 수준보다 노후화된 구조를 혁신해야만 경제가 다시 활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icef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