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 2배' 넘긴 민간빚, 日 버블기 재현…"5대 구조개혁 시급"

민간부채 GDP의 207%…일본 버블기 최고점 214% 근접
"日 고령화 대처 잘했다면 성장률 0.6%p↑…교훈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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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우리나라 민간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2배를 넘는 규모로 급증하면서 일본 버블기 최고점 수준에 다가선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버블 호황 당시 부채·고령화의 덫에 빠져 이후 30년 장기 침체를 겪었다. 한국이 이런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저출산·고령화 대응과 부채 구조조정 등 일본이 실패한 5대 구조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한국은행이 5일 펴낸 '일본 경제로부터 되새겨볼 교훈' BOK이슈노트에는 장태윤·손윤석 과장과 김남주 팀장(전 아태경제팀 소속)의 이 같은 분석이 담겼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한국의 민간 레버리지 비율은 2023년 GDP 대비 207.4%로, 일본의 버블기 당시 최고 수준인 1994년 214.2%에 근접했다. 불과 6.8%포인트(p) 차이밖에 나질 않는다.

저자들은 한국의 민간부채 여건이 일본의 버블 호황 당시와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부채 누적의 원인이 주택 등 자산 가격 상승인 점과, 부동산 자금 쏠림 현상이 특히 닮았다.

실제로 2023년 기준 한국의 부동산업 대출집중도는 3.65로 일본의 거품 붕괴 직후(1992년 1.23)를 대폭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제조업 대출집중도는 전체 산업 평균인 1을 밑도는 0.94에 그쳤다.

(한은 제공)

한국 경제 상황은 일본보다 암울할 수도 있다. 고령화 속도가 일본 대비 빠른 데다, 최근 대외 통상 여건까지 비우호적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이런 구조변화에 적극 대응하지 않으면 우리도 조만간 인구 고령화로 재정 건전성이 악화하고, 가계부채 누증으로 통화정책 운용이 제약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5가지 교훈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이 과거 실패한 5대 구조개혁 사안, 즉 △부동산발(發) 부채 누증에 대한 사전 관리와 신속 구조조정 △저출산·고령화 적절 대응 △첨단 산업 육성을 비롯한 성장 동력 확충 △재정의 지속 가능성 확보 △양적완화를 포함한 비전통적 통화정책에 대한 의존 회피 등을 직접 행동으로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분석 결과, 일본이 이 같은 구조개혁에 성공했다면 장기 침체를 피하거나 적어도 침체 강도를 완화할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됐다.

예컨대 일본이 인구구조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해 2010년부터 인구 감소가 없었다고 가정한다면, 2010~2024년 경제 성장률은 평균 0.6%p 상승하고 정부부채 비율은 4.5%p 하락했을 것으로 분석됐다.

저자들은 "일본의 과거 경험에서 배울 수 있음에도 그렇지 못할 경우 우리는 점차 활력을 잃고 누군가에게 또 다른 교훈을 남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구조개혁이 지체되면 역성장 시점이 2040년대 초반으로 당겨지지만, 구조개혁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잠재성장률 하락을 상당 부분 만회할 수 있다"며 "여러 분야에서 일본의 전철을 밟고 있는 것이 사실이나, 우리 미래를 비관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icef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