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전쟁' 배턴 넘겨받은 이재명 정부…한미협상 2라운드 돌입

美 4일까지 '최상의 조건' 요구…韓 "새 정부 출범" 이해 구해
李 정부 '조기 타결보다 국익' 강조…6월 협상 본격화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국무총리와 국정원장, 대통령 비서실장 등 인선발표를 하고 있다. 2025.6.4/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2라운드에 돌입하게 됐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4일(현지시간) 한국을 비롯한 모든 무역상대국에 '최상의 제안(best offer)'을 가져오라는 서한을 보내며 협상 속도를 끌어올리는 모양새다.

우리 통상당국은 새 정부 출범에 따른 내각 구성도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리된 입장'을 시일 내 제공하기 어렵다는 점을 미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당국은 새 대통령 취임에 따른 통상 분야 내각 구성, 업무보고 등을 거친 후에야 협상안 정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달 중 예정된 '3차 기술협의'나 '각료급 중간점검 회의'도 새 정부 지침에 따라 일정이 구체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부터 '조기 타결보다는 철저한 국익 중심'의 협상을 강조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각국을 향해 관세 압박 수위를 높이는 상황 속 대(對)미 협상이 이 대통령의 외교와 통상 역량을 가늠하는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美 "4일까지 '최상의 제안' 가져와라"…韓 "새 정부 구성에 따른 지침 필요"

5일 정부에 따르면 관세 협상과 관련, 미국이 지난 4일(현지시간)까지 모든 무역상대국에 '최상의 조건'을 제시하라고 요구한 것에 대해 우리 통상당국은 새 정부 출범에 따른 내각 구성, 업무보고 등의 절차가 필요한 만큼 시간적 여유를 구했다.

통상당국 관계자는 "백악관에서 '최상의 조건'이 나온 배경은 시일을 못 박았다는 개념보다는 상호관세 유예시점(7월8일)이 다가오는 상황에서, 이를 다시 환기하는 차원으로 해석한다"며 "일단은 새 정부가 들어선 상황에서 협상과 관련한 그동안의 진행 상황을 새로운 라인에 보고하고, 지침을 받는 게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전날(4일) 이 대통령이 취임한 상황에서 통상당국은 아직 관련 보고를 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다만 "한미 간 협의는 실무급부터 국장급에 이르기까지 굉장히 밀도 있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새 지침을 받아 미국과의 협의를 계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미 행정부가 관세 협상과 관련해 모든 무역상대국에 오는 4일(현지시간)까지 '최상의 제안(best offer)'을 가져오라는 서한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해당 보도와 관련,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3일 백악관 브리핑에서 "모든 무역 파트너들에게 서한을 보냈다"고 확인했다.

그는 다만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이 서한을 모든 무역 파트너에게 보냈으며, 이는 단순히 (협상) 마감일이 다가오고 있음을 친절히 상기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열린 임명식에서 김현종 외교안보 보좌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악수하고 있다. 2025.2.7/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새 정부 협상 기조는…"성급한 조기 타결보다는 국익 중심"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후보 때부터 '성급한 조기 타결보다는 국익 중심'의 협상 원칙을 강조해 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열린 6·3 대선 첫 후보자 경제 분야 TV 토론에서 "우리가 서둘러서 협상을 조기 타결할 필요는 없다. 일본도 미리 하겠다는 입장이었다가 선회했고, 중국도 강경히 부딪히다가 상당 정도 타협했다"며 "섬세하게 유능하게 사태를 준비해야 한다. 통상 협상을 잘하되, 향후 수출 시장이나 수출 품목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경제 영토를 넓히기 위한 외교적 노력이 각별히 필요하다. 내수 비중도 이제는 서서히 높여가야 한다"고 했다.

집권당이 된 더불어민주당도 그간의 한·미 대화를 바탕으로 점검한 협상 항목을 재검토해 대응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주고받는' 협상이 될 수 있도록 미리부터 '낮은 자세'를 취하진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의 외교 책사로 꼽히는 위성락 의원은 "협상을 서두르진 않되, 시한이 있다는 사실도 염두에 두고 있다"며 "한·미 정상회담을 조속히 잡으려는 내부 기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 취임과 함께 대미관세 등 경제안보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한 정부 조직 개편 등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 대통령은 당장 취임 첫날 첫 행정명령으로 '비상경제점검 TF 구성'을 지시했다. TF는 경제컨트롤타워인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한 범경제부처 위주로 꾸려질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대선 과정 공약집에 경제안보 총괄과 조정 기능 강화를 위한 컨트롤타워 구축과 관계 부처 장관 및 경제 4단체 대표를 포함한 '경제안보 점검회의(가칭)' 정례화 등을 통해 경제외교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후보가 제시한 '경제안보 컨트롤타워'를 구축하기 위해 대통령실에 경제 안보 이슈를 총괄 조정하는 직급을 신설할 가능성도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인사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28일 한국 남동·남부·서부·중부 발전 4개 본사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압수수색 중이다. 지난 25일 정부세종청사 산업부를 압수수색한 데 이어 사흘만에 발전 자회사 본사 4곳을 압수수색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은 28일 세종 정부종합청사 산업통상자원부 모습. 2022.3.28/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한미 협상, 6월 중 '3차 기술협의', '각료급 중간점검 회의'까지…통상라인 변화는

한미 관세 협상은 다음 달 8일까지 '줄라이(7월) 패키지'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전 정부에서 '국장급 2차 실무협의'까지 진행됐다. 새 정부가 들어선 현재는 '3차 기술협의' 일정을 조율 중이다. 기술협의는 통상 현안에 대해 실무적으로 논의하고, 본격적인 협상에 앞서 쟁점과 협의의 윤곽을 잡는 절차적 회의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통상라인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당장 신임 장관 임명까지는 국회 청문회 등 시간이 걸리는 만큼 국가 안보를 책임질 안보실장 자리에 김현종 전 국가안보실 2차장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대선 기간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 책사로 활동한 김 전 차장은 지난달 초 미국 워싱턴에서 백악관 당국자들과 만나 관세 협상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관세 협상이 긴박하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 속 '업무 연속성', '대(對)미 카운터파트 일관성' 등을 따졌을 때 현재 통상라인을 당분간 유지하는 쪽으로 갈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안덕근 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경우 지난 정부 색채가 짙지 않다는 점, 신임 장관 임명 시 청문회 일정 등을 거쳐야 하는 시간적인 부분도 고려 대상이 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달 20~22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2차 기술협의까지 미국 측은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 한국 편에 명시된 비관세장벽 관련 문제들을 우리 측에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입 제한, 수입차 배출가스 규제, 구글의 정밀 지도 반출 제약, 약값 책정 정책 등이다. 한국 협상단은 조선업 협력과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관계를 강조하면서 관세요율 조정과 예외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3차 기술협의에서는 양측의 요구안에 대한 세부적인 논의들이 오갈 것으로 예상된다.

3차 기술협의가 마무리되는 대로 이달 중순쯤에는 한미 각료급 중간점검 회의도 열릴 예정이다. 세 차례에 걸친 기술협의에서 추린 세부의제들을 본협상에 올릴지를 검토하는 자리다.

이후 한미 양국이 서로의 카드를 꺼내놓고 줄다리기에 나설 본협상은 이르면 7월 초에나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euni121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