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BOJ 제치고 '실버버튼'…'소통천재' 한은의 비결은
한은 유튜브 10만 구독…유럽중앙은행 9만·일본은행 1만명
전문 스튜디오 등 하드웨어에 젊어진 조직문화 겸비한 결과
- 김혜지 기자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한국은행이 구독자 10만 명을 넘긴 유튜브 채널에 주는 '실버 버튼'을 받게 됐다. 이로써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BOJ) 등 주요국을 제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다음으로 실버 버튼을 거머쥐는 중앙은행이 됐다.
6일 한은에 따르면 한은 공식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지난달 31일 처음 10만 명을 돌파했다. 이후 구독자가 더 늘어 지난 5일 10만 4000명을 기록했다.
주요국 중앙은행 가운데 글로벌 경제 흐름을 주무르는 미국 연준(37만 3000명) 다음으로 구독자 수가 많다.
유럽 전체를 관할하는 ECB(9만 3400명)를 제쳤으며, 준기축통화국으로 분류되는 △영국(영란은행, 3만 4400명) △일본(BOJ, 1만 2800명) △스위스(SNB, 7950명) 중앙은행도 큰 격차로 앞섰다.
비결은 한은 내 커뮤니케이션 담당 직원들의 노고는 물론, 이창용 총재가 단행한 아낌없는 지원과 조직문화 개선으로 지목된다.
이 총재는 2022년 4월 취임한 이후 한은의 소통 역량을 키우는 데 방점을 찍고 임직원들의 소통 관련 업무를 독려했다. 그는 취임사에서 "외부 소통의 울타리를 넘어서자"면서 "치열하게 고민한 연구를 책상 서랍 안에만 넣어 둬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당시만 해도 한은은 독립성 방어와 시장 영향 방지 등을 위해 대외 소통을 자제하면서 '절간처럼 조용하다'는 의미의 '한은사(寺)'로 불리곤 했다.
이런 가운데 이 총재는 그간 중요도가 다소 떨어졌던 커뮤니케이션 분야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고, 임기 후반부로 돌아선 지난해 상반기에는 영상 제작을 위한 전문 스튜디오 구축을 시작해 같은 해 9월 말 개관했다.
여느 방송사 못지않은 장비를 갖추고자 스튜디오 전문 장비 구매·설치에만 7억 7000만 원 상당을 들였다.
조직문화 개선도 실버 버튼 달성에 큰 몫을 했다.
이 총재는 중앙은행 특유의 수직적이고 경직적인 조직문화를 수평적·개방적으로 바꾸려 했다. 취임 직후인 2022년 6월 창립 기념사에서 "서로 존중하면서도 업무에 관한 한 '계급장 떼고', '할 말은 하는' 문화를 만들자"며 "조사역이 점심 자리에서 '지난번 총재님 연설문은 실망스러웠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경직된 위계질서를 없애는 데 앞장서겠다"고 약속했다.
약속은 총재 임기가 1년 남짓 남은 현재 어느 정도 성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
신년사에서 이 총재는 "(취임 초반) 저와 함께 승강기 타기를 주저했던 직원들이 이젠 스스럼없이 탑승하는 모습을 볼 때 수평적 조직문화가 조금씩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젊은 트렌드에 개방된 자세도 이식된 조짐이 보인다.
올해 1~2월호 한은 내부 소식지에는 20·30대 사이 인기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를 주제로 한 산문 '오리아나로 하면 6레벨만 치면 충격파로 폭탄을 날릴 텐데'가 실렸다.
한은 내 가장 낮은 직급인 조사역이 작성한 산문은 지난해 창립 기념 문예작품 현상모집에서 장려상을 받았다. 2년 전만 해도 '한은사' 별칭을 뗄 수 있을지 의구심이 감돌았던 조직 분위기를 고려할 때 많은 변화의 증거로 평가된다.
결국 한은은 대외 소통을 위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겸비한 결과 실버 버튼의 주인이 됐다. 한은 구독자는 △2021년 말 4만 2000명 △2022년 말 5만 4000명 △2023년 말 6만 5000명 △2023년 말 8만 8000명 등으로, 이 총재 취임 2년 반 만에 두 배 넘게 불었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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