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지는 해' 될까…미국-유럽 차이는 '생산성·고령화' 탓
미국-유럽 성장률 격차 연 평균 0.9%p…한은, 원인 분석
혁신 없이 저출산 방치한 영향…한국도 '위험'
- 김혜지 기자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미국과 유럽 간 성장률 격차 대부분은 '생산성'과 '노동투입' 차이에서 시작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한국이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타격이 불가피한 두 요소인 터라 연구진은 적극적 이민정책, 혁신기업 지원 등의 대책을 주장했다.
한은이 1일 공개한 '미국과 유럽의 성장세 차별화 배경 및 시사점' 제하의 BOK이슈노트를 보면 미국과 유로 지역의 2010~2019년 성장률은 연평균 0.9%포인트(p) 격차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격차는 성장회계(growth accounting) 방식으로 살폈을 때 생산성(0.5%p)·노동투입(0.4%p) 차이에 대부분 기인했다.
보고서는 "팬데믹 이후 미국과 유로 지역의 성장률 격차가 확대된 것은 재정정책, 에너지가격 충격, 교역부진의 영향이 두 경제권에서 다르게 나타난 데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경우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소비 증가로 이어지면서 양호한 회복세를 견인했는데, 유로 지역은 가계에 대한 재정지원이 미국의 절반 정도에 그쳐 소비 여력이 제한됐다.
에너지 가격 충격이 유럽 지역을 유독 휩쓸었던 것도 한몫했다. 유로 지역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천연가스 수급차질이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이어지면서 경기가 위축됐다.
교역 부진도 미국보단 유럽을 더 세게 때렸다. 보고서는 "무역 개방도가 높은 유로 지역은 수출 감소로 인한 경기둔화 효과가 미국에 비해 더 크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 같은 단기적인 요인보다 장기적인 요인이다.
보고서는 "미국과 유로 지역의 성장세 차별화는 단기적 요인들이 점차 사라지면서 격차가 점차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차별화된 성장을 지속시키는 생산성과 노동력 차이 등 구조적 요인이 상존한다"고 지적했다.
우선 생산성의 경우, 미국은 기술 혁신과 고숙련 인재 유치 등에서 우위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벤처캐피탈 등의 자본시장을 바탕으로 혁신적 유니콘 기업이 탄생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분석이다. 또 인공지능(AI)이나 자율주행 등 첨단부문에서 세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이민자들이 지식전파(knowledge spillover)와 역동성(dynamism) 증진을 통해 생산성 향상에 일조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유로 지역은 관광업과 전통 제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첨단산업에 대한 정책적 육성 노력도 상대적으로 부족하며 저숙련 인력이 이민자 유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고령화에 따른 노동투입 감소 문제는 미국보다 유럽에서 더 심각하다.
보고서는 "유로 지역의 빠른 고령화는 노동투입을 감소시킴으로써 추세적 성장 격차를 심화한다"며 "2010~2019년 유로지역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연평균 0.1%씩 감소한 반면, 미국의 생산가능인구는 연평균 0.5%씩 증가했는데, 이러한 인구요인은 양 경제권 간 노동투입으로 인한 성장기여도 격차(0.4%p)의 상당부분(0.3%p)을 설명했다"고 전했다.
UN 세계인구전망에 따르면 앞으로도 이 같은 고령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은 인구구조에 따른 성장격차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보고서를 작성한 한은 조사국 미국유럽경제팀 소속 김민수 과장과 진형태, 정다혜 조사역은 "앞으로 미국의 성장세가 다소 약화하고 유로지역은 부진이 완화되면서 성장률 격차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나, 구조적 여건들이 바뀌지 않는다면 어느 정도의 성장률 격차는 장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우리나라도 고령화라는 노동투입 측면과 첨단산업을 둘러싼 공급망 재편이라는 생산성 측면의 도전을 공통으로 겪고 있는 만큼 실효성 있는 대응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며 "예컨대 적극적인 이민정책과 저출산 정책을 병행해 노동력 감소세를 완화하는 한편, 신성장 산업에서 혁신기업이 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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