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버릴 게 없다"…돈이 되는 '수산 부산물'

[오션테크2022 ②]수산 부산물 100% 활용기술·자원화 도전 '아이슬란드 오션 클러스터'
"수산부산물 활용, 환경문제 넘어 고부가가치 창출 중요 자원으로 인식해야"

편집자주 ...세계는 지금 4차 산업혁명이라는 커다란 소용돌이 속에 있다. 이에 맞춰 주요 선진국들은 이미 해양에 대해서도 관련 정책을 수립하고 관련 기업들과 발맞춰 새로운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해양수산 분야의 세계적인 기술 흐름과 우리 해양수산 기업들의 대응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2022 오션테크 코리아>가 11월9일 롯데월드타워 스카이31에서 개최된다. 뉴스1에서는 행사에 앞서 우리나라 관련 정책과 세계 주요 기술 흐름을 6편에 걸쳐 미리 알아본다.

연어(이미지출처: 클립아트코리에)ⓒ 뉴스1

(세종=뉴스1) 백승철 기자 = 우리나라 1인당 연간 수산물 소비량은 2015년 58.4kg으로 세계 주요국 중 1위를 차지한데 이어 2017년 72.9kg, 2019년 70.2kg 등 2017년부터는 70kg을 넘어섰다. 2020년에는 68.4kg, 2021년 65.6kg으로 최근 2년간 다소 주춤했으나, 2020년 이후에도 65kg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많이 소비되는 수산물이지만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뼈, 지느러미, 내장, 껍질 등의 수산부산물들은 그대로 버려지고 있다.

수산부산물에 대한 정의와 분류는 국가마다 수산물 소비 패턴이 달라 조금씩 다르다. 대체로 수산물 가공품 제조 과정에서 주로 활용되는 부위 이외에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국내에서는 수산부산물을 '수산물의 생산·가공·유통·판매 등의 과정에서 기본 생산물 외에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뼈, 지느러미, 내장, 껍질 등'으로 정의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수산부산물의 발생량은 수산물 생산량의 약 35%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보고된다. 이처럼 대량으로 발생하는 수산부산물은 환경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수산부산물의 처리와 활용이 이슈화되고 있다.

수산부산물의 활용은 기술적인 한계와 폐기물로 취급되는 수산부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부정적인 인식 등과 같은 여러 제약 요인이 존재한다. 이로 인해 각 국가의 수산부산물에 대한 관심이나 정책, 활용 기술 및 체계에 따라 수산부산물 활용에도 차이가 나타난다.

방글라데시의 경우 수산부산물 발생량 9만3000톤의 0.9% 수준인 약 900톤만 사용되고 있는 반면 아이슬란드는 '수산물 100% 활용'을 목표로 한 수산부산물 활용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VNF 공장 전경(위쪽)과 주요 상품(VNF 누리집 갈무리)

◇수산부산물 활용 환경문제 넘어 고부가가치 창출 중요 자원으로 인식

수산 선진국가들은 수산부산물의 활용을 환경문제 개선 차원을 넘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중요 자원으로 인식하고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연구·개발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과거부터 굴 패각을 이용해 도로 건설재나 가축 사료 원료로 이용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어장조성용 자재로도 사용한다. 일본은 수산부산물을 어분이나 어유, 어간장 등의 식품원료로 사용하고 있으며, 수산물의 특수 성분인 DHA, EPA, 황산 콘드로이틴 및 콜라겐 등을 추출해 고부가가치화를 꾀하고 있다

기업 차원에서 수산부산물을 활용해 개발한 제품화 사례도 있다. 미국의 굿피시(GoodFish)는 연어 껍질을 활용한 스낵을 개발했다. GoodFish 설립자는 연간 20억 파운드의 부산물이 발생하는 알래스카 연어 부산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소비자의 건강식에 대한 수요를 고려해 연어 껍질을 이용한 제품화에 성공했다. 연어 껍질 스낵은 탄수화물은 '0g'인 반면 단백질 7g, 해양 콜라겐 2600mg, 오메가-3 지방산 800mg을 포함한 건강 간식으로 부상하고 있다.

베트남의 VNF는 새우 부산물을 활용해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새우 부산물 가공 능력을 갖춘 기업인 VNF는 베트남에서 발생하는 일일 1000톤가량의 새우 부산물이 지역 환경과 사회에 악영향을 미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우 부산물을 가공해 다양한 부가가치 식품으로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주요 제품으로 새우가루, 새우소스, 새우 오일, 새우 조미료, 새우농축액 등이 있다.

이와 함께 친환경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과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수산부산물의 처리와 활용 문제는 더욱 중요시되고 관련 시장의 규모도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산부산물의 고부가가치 활용이 가능한 주요 산업군 중 하나인 해양바이오 산업의 전 세계 시장규모는 2017년 기준 약 44억9000만 달러에서 2030년 약 80억5000만 달러 수준으로 약 2배가량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속가능성을 강조하는 국제사회의 동향과 웰빙이나 친환경에 대한 소비자 수요 증가, 과학 기술의 발전 등을 고려하면 수산부산물 활용의 필요성과 그 가치는 더욱 증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이슬란드 오션 클러스터 ‘대구100% Fish 프로젝트’(왼쪽)와 수산부산물을 활용한 제품들(IOC 누리집 갈무리)

◇수산부산물 제로화에 도전…고부가가치화 선도 '아이슬란드 오션 클러스터'

수산부산물의 활용을 위해서는 R&D 기술의 상용화를 위한 다양한 분야의 협력이 필수적이며, 자금 확보도 중요하다.

수산 강국인 아이슬란드는 해양 클러스터 구축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나가며 선제적으로 수산부산물 제로화(100% Fish)에 도전하고 있다.

아이슬란드 수산물 총생산량은 1981년 약 46만 톤에서 2018년 약 25만2000 톤으로 약 45% 감소했다. 수산물 부가가치액은 1981년 약 10억9500만 달러(USD)에서 2018년 9억2400만 달러(USD)로 약 16% 감소하는 데 그쳐 톤당 부가가치액은 오히려 증가했다.

수산물의 톤당 부가가치액이 증가한 이면에는 국가 자원이 풍부하지 않은 아이슬란드 국민들의 적은 자원으로 최대 이익을 창출하고자 하는 의지와 수산물 중심의 클러스터인 아이슬란드 오션 클러스터(IOC)의 역할을 했다.

아이슬란드 오션 클러스터(IOC)는 아이슬란드의 다양한 해양 관련 산업을 연결해 수산물의 고부가가치화를 이루는 해양 클러스터이다. IOC는 수산업 및 수산물 가공, 해양기술, 교통 및 항구, 마케팅 및 유통, 해양 감시 및 관리, 금융 및 서비스, 해저 해양 관광 R&D, 교육 및 훈련, 생명공학, 양식업 등 해양산업과 관련된 모든 분야의 기업과 기관 간 네트워킹 구축을 지원하고 있다.

IOC는 설립자인 토르 시구르드손(Thor Sigfusson) 박사가 기업가의 네트워크와 과거 경험을 활용한 해외 사업 진출 모델을 연구한 것을 기반으로 아이슬란드의 핵심 산업인 수산업과 연계한 것이 모태이다. 이후 IOC는 2011년 5월 완전한 회사로 설립됐다. 이후 2012년에는 물리적인 교류 공간이자 작업 공간인 오션 클러스터 하우스라는 코워킹 스페이스(공유업무공간)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IOC 설립 초기에는 12개의 회사가 오션 클러스터 하우스 내에 사무실을 가지고 있었지만 현재는 70개 이상의 회사가 입주해 있다. 또 입주한 회사의 70% 이상이 서로 협력 관계를 이루고 있다.

IOC의 주요 재원은 클러스터 회원이 지불하는 회비와 정부 지원금으로 구성돼 있으며, 주요 운영비는 회비로, 수산물 관련 프로젝트 등은 정부 기관 및 국제 R&D 기금으로부터 지원받아 수행하고 있다.

최근 IOC는 수산물의 완전한 이용을 목표로 하는 '100% Fish'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100% Fish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IOC는 기업이 학계, 스타트업 등과 긴밀하게 교류하고 협업해 글로벌 프로젝트나 관련 사업 개발에 참여할 수 있도록 네트워킹을 지원하고, 스타트업 기업의 인큐베이션, 연구, 컨설팅 등 다양한 역할을 맡고 있다.

IOC는 대구를 예로 들어 '100% Fish 프로젝트' 추진을 통해 기존보다 2배 이상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대구의 도매가격이 1달러라고 가정했을 때, 대구의 간은 오메가-3 지방산·에이코사펜타엔산·도코사헥사엔산 추출의 주요 원료로 활용됨으로써 약 36%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으며, 머리와 뼈는 약 25%, 생선알은 약 20%, 생선 껍질과 내장은 각각 약 10%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실제 아이슬란드 대구는 최대 80%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대구의 kg당 수출액은 약 4배 증가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IOC에 의하면 아이슬란드의 약 48개 기업이 수산부산물 제품화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개발된 주요 제품은 보충제, 단백질, 화장품, 의약품, 말린 생선 스낵, 생선 가죽 등 다양하다.

아이슬란드 오션 클러스터 하우스 전경(IOC 누리집 갈무리)

◇"국내 수산부산물 활용 위해 생태계 조성·고부가가치화 기술 강화 필요"

국내 수산부산물은 2010~2020년 동안 매년 평균 115만 톤이 발생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어패류 폐기율은 약 36.5~43.7% 수준이다. 매년 대량으로 발생하는 수산부산물은 폐기물로 처리되거나 어분이나 비료, 사료 등의 원료와 채묘용 자재 등 상대적으로 부가가치 낮은 제품에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수산부산물의 유용 물질 추출을 통해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등 부가가치 원료로 사용하는 사례도 있지만 산업화에 성공한 사례는 드물다. 국내에서 수산부산물 활용이 부진한 이유는 수산부산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부터 활용상의 문제, 산업 특성 등 다양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에 해양수산부는 수산부산물의 효율적인 활용을 위해 2021년 7월 '수산부산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수산부산물 활용을 촉진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또 법 제정을 통해 재활용 기본계획 수립, 분리배출 의무, 수산부산물 처리업, 자원화시설 및 판로 확대 등이 이루어질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수산부산물 재활용 확대를 위한 "국내 수산부산물의 산업적 활용을 위해서는 제도적 기반에 더해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와 상용화·제품화 중심의 연구개발 등이 수반해야 하며, 여기에 기업 간, 기관 간 네트워킹을 강화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국가 주도의 수산부산물 클러스터 구축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광남 해양수산정책연구소 소장은 "국내 수산부산물 활용 증진을 위해 거시적으로 수산부산물 중심의 혁신 생태계가 조성돼야 하며, 세부적으로는 수산부산물에 대한 인식 개선 및 관리 체계 강화와 고부가가치화를 위한 기술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그는 "국내 수산부산물 중심의 혁신 생태계 조성을 위해 아이슬란드의 수산부산물 100% 활용 목표 달성을 위한 해양 클러스터를 구축 전략의 벤치마킹이 필요하다"며 "IOC 운영 사례와 같이 우리나라도 수산부산물 활용에 있어 혁신가속화를 위해 해양수산산업 관련 업종의 기업과 기관의 네트워킹 구축 및 강화가 필요하며, 혁신의 핵심 원동력으로 작용하는 스타트업 발굴과 인큐베이션 역할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더해 이 소장은 "국내 수산부산물 활용 증진을 위한 토대로 수산부산물 전처리 기술개발, 관리 체계 강화 등도 필요한다"며 "수산부산물 재활용 시 활용가능하거나 폐기물로 처리돼야 할 이물질의 종류를 분류 및 정의하고, 수산부산물 재활용율 증진을 위해 제거 기술 및 장비 개발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수산부산물의 품종별·생산 및 가공단계별 발생 실태와 처리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 구축도 필수"라며 "수산부산물의 산업화를 위해서는 먼저 상업화로 활용가능한 수준 이상의 부산물 발생량이 확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수산부산물의 품종별·생산 및 가공단계별 발생 현황 파악이 중요하나 국내 수산부산물 실태 파악 및 관리 체계는 미흡한 실정"이라며 "체계적인 수산부산물 발생 및 전 주기 모니터링 기술개발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적재된 굴 패각부산물(해양수산부 제공)

bsc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