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친환경' K-택소노미 개정안 발표…원전 논란 또다시 수면 위로

환경단체 "원자력 업계 먹거리 확보가 속내, EU보다 기준 완화 돼" 비판
정부, 9개월만에 '원전' 포함…방폐장 확보 구체적 시한 제시는 빠져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정부가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 원자력발전(원전) 포함을 공식화하면서, 원전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거질 전망이다. 특히 환경단체는 친환경 경제활동의 기준이 되는 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한 것을 두고 '원자력 업계 먹거리 확보'라고 깎아내리며 실효성 없는 조치라고 지적하는 등 최종안 확정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20일 환경부는 친환경 에너지 산업 등을 규정한 K-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시킨 개정안을 공개했다. K-택소노미는 산업활동이 탄소중립을 위한 친환경에 포함되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다. 금융권 등에서는 택소노미를 녹색금융의 준거로 삼게된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K-택소노미에는 태양광·태양열과 같은 재생에너지 생산활동 및 관련 기반 시설 구축 활동 등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등이 포함됐고, 당시 원전은 빠졌었다. 그러나 이날 환경부가 공개한 K-택소노미 개정안에는 원전이 포함됐다.

유럽연합(EU)에서도 EU 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시키면서, 우리나라도 새 정부 들어 원전을 넣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구체적으로 원전의 경제활동에는 소형모듈원자로(SMR), 방사성폐기물을 최소화하면서 전력을 생산·공급하는 차세대 원전, ATF, 방사성폐기물 관리 등이 '녹색부문'에 포함됐다.

다만 원전이 가지고 있는 폐기물 처리와 안전 문제에 대한 한계점이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정부가 이날 공식적으로 원전을 '녹색발전'으로 분류하면서 논란이 재점화될 방침이다. 특히 가장 쟁점이 되고 있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 문제를 두고 구체적인 처분시설 확보 연도를 제시하지 않아 이 부분에 대한 비판도 지속될 전망이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정부의 개정안 발표에 대해 즉각 논평을 내고 업계에 대한 먹거리 지원용이라는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장다울 전문위원은 "파리협정을 근거로 2030년까지 과감하고 조속한 온실가스 감축이 필요하지만, 원전은 이 조건을 절대 충족할 수 없다. 원전 건설에는 10~15년의 시간과 값비싼 비용이 든다"며 "정부가 신규 원전 건설, 소형모듈원자로(SMR), 핵융합 등을 계획한 것은 기후위기 대응보다는 원자력 산업계 먹거리 확보가 그 속내"라고 비판했다.

사단법인 에너지전환포럼은 "EU의 그린 택소노미에 전혀 부합하지 못하는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사실상 국내 원전건설의 명분 쌓기용 지원제도로 전락시킬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포럼은 특히 지난해 발표된 제2차 고준위방폐물 기본계획을 법제화할 경우, 이를 세부계획으로 보겠다는 환경부의 고준위 방폐장 관련 입장에 대해선 "미래세대에 필요 비용을 전가하는 무책임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포럼은 "제2차 고준위방폐물 기본계획 역시 건설에 37년이 소요된다고 기술돼 있을 뿐, 언제, 어떤 부지에서 추진할지에 대한 규정이 없는 행정절차 및 공학적 전망"이라며 "녹색분류체계에서 독자적인 엄격한 규정이 필요한 대목에서 환경부가 감당할 책임을 원자력 법률의 제정으로 떠넘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현수 환경부 녹색전환정책과장이 2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EU Taxonomy와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인정기준 비교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2022.9.20/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앞서 정부는 지난해 12월 확정한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에서 고준위 방폐장 부지선정 절차 착수 이후 37년 내에 영구처분시설을 확보하고, 투명한 정보 공개 및 유치 지역을 안전하고 살기 좋은 도시로 조성한다는 내용의 로드맵만을 제시한 바 있다.

이에 환경부는 이날 발표에서 세부계획 이행을 위한 법률제정을 추가 조건으로 포함한다고 밝힌 후 ,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을 적기에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환경부 관계자는 "(기존에) 총리가 주재한 회의에서 확정한 정부 계획에 대해서 환경부가 다른 연도를 제시하는 것은 부적절하며, 또 동일한 연도를 제시하는 것은 불필요하다"면서 "정부 계획의 실행을 담보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이 안전하게 저장되고 처분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시행의 확보 수단인 법률제정을 조건에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환경부는 이번 초안 공개 이후 전문가, 시민사회, 산업계, 관계부처 등 각계각층의 의견을 추가로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 연내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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