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만의 미래…피할 수 없는 흐름 '스마트 항만'
[오션테크 코리아④]항만 자동화 선두 네델란드 '로테르담'·아시아 '싱가포르'
무인 자동화에 더해 항만 전용 에코 시스템까지
- 백승철 기자
(세종=뉴스1) 백승철 기자 = 4차 산업혁명으로 시작된 해상물류 부문의 스마트 기술 도입은 무인 자동화 항만에 이어 데이터 기반과 인공지능(AI) 등의 최적화를 통한 생산성과 효율성 그리고 안전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해외 선진 항만인 네덜란드의 로테르담항은 1990년대 중반부터 항만 자동화를 위한 다양한 연구개발을 진행해왔으며, 현재 마스블락터(Maasvlate) 2에서 운영 중인 터미널은 모두 무인 자동화 시스템을 갖추었다. 특히 화물 운송․관리 효율화를 위해 항만 내의 모든 시설물과 물류 장비를 디지털로 트윈화해 효율적 관리를 진행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항이 가장 앞서 있다. 기존 도심에 위치한 컨테이너 터미널들을 외곽 지역으로 이전, 통합하기 위해 '차세대 항만(The Next Generation Port) 2030' 계획을 수립하고 친환경 항만 건설 공법과 무인 자동화 운영 체계를 비롯해 토지 이용률 확대 등을 위한 다양한 미래 기술의 도입과 적용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한국의 항만은 해외 선진 항만과 비교할 때 상당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로테르담항, 완전 무인 자동화 터미널 실현…싱가포르항, '차세대 항만 2030' 사업 구상
스마트 자동화 항만으로 손꼽히는 네덜란드 서부의 로테르담항은 완전 무인 자동화 터미널을 실현했을 뿐만 아니라, IBM의 인공지능(AI) 기술과 사물인터넷 기술을 접목해 항만 전체를 디지털 트윈화했다.
이를 위해 로테르담시는 1990년대부터 항만 이송 장비와 컨테이너 하역 장비의 자동화를 진행해왔다. 현재 마스블락터 2에서 운영 중인 모든 컨테이너 터미널은 완전 무인 자동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또 항만 내의 크고 작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AR 기반의 항만 작업자용 구글 글라스를 도입해 작업자가 주변 사물의 현황 정보와 위치를 파악할 수 있게 하고, 장비 소프트웨어나 고장 여부, 유지·보수 이력, 정비 절차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적절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와 함께 선박 대기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선박 관련 항행 정보와 해상 기상 정보 등을 분석하고, 정확한 선박 계류 시간과 출항 시간 사전 계획 등 항만 내 프로세스를 최적화하기 위해 시스템을 개발해 적용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이 시스템을 독일 함부르크항, 스페인 알헤시라스항 등 주변의 거점항과 연계해 항만 생산성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시아권의 대표적 스마트 항만으로는 싱가포르항을 꼽을 수 있다. 싱가포르는 미래 지향적 친환경 자동화 기반의 스마트 항만 건설 계획인 '차세대 항만 2030'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현재 운용 중인 이내비게이션(e-Navigation)을 활용해 입출항 선박에 대한 안전과 운항 최적화를 지원하고, 자율운항선박의 기항 서비스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또 도심에 위치한 컨테이너 터미널을 전부 통합해 외곽으로 이전하기 위해 투아스(Tuas)항을 조성 중에 있다. 투아스의 경우 로테르담항과 같이 무인 자동화를 기반으로 한다.
투아스항은 기본적으로 무인 자동화 기반의 하역 시스템과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는 친환경 시설을 갖춘 항만으로 조성될 계획이다. 항만 내 모든 장비는 전기를 기반으로 하고, 부두에 접안한 선박의 경우 AMP 등 육상전원공급 장치를 통해 석화 연료를 사용하지 않도록 하는 항만 전용 에코 시스템이 적용된다.
로테르담과 싱가포르 외에도 미국의 LBCT, 중국 상하이항과 칭다오항 등 세계의 다양한 항만에서 완전 무인 자동화 구축을 추진해 현재 완전 또는 부분 자동화 항만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 항만, 3차 산업혁명 시기 머물러…지능형 항만물류 기술 내년 시범운영
해외의 항만은 4차 산업혁명 단계에 돌입한 반면, 한국의 항만은 3차 산업혁명 시기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항만의 이해 주체, 관련 기관 간 정보 연계가 미흡해 선진 항만에 비해 스마트화 수준이 뒤처지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 항만인 부산항과 인천항은 일부 자동화 터미널을 운영하고 있으나, 컨테이너 야드에서 이용되는 하역 장비의 경우 무인 리모트컨트롤(원격조정) 방식으로 부분 자동화가 이루어진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부산항의 무인 자동화 기술 도입이 지연되는 이유로 항만 운영의 구조적 한계, 현장 수요와 경제성 부족 등을 꼽았다.
연정흠 부산항만공사 물류연구실장은 "한국의 컨테이너 터미널의 대부분은 정부가 조성한 하부 시설을 임대하고, 운영사가 직접 장비와 시스템을 도입해 운영하는 방식"이라며 "기업의 경영 특성상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운영 초기 고가의 자동화 장비나 시스템에 관심이 적을 뿐만 아니라, 운영 중에도 큰 문제가 없다면 구조적으로 변화를 주려고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로 인해 신기술 도입이 더뎌지거나 하역 장비의 대다수가 저가의 외국산이라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현재 부산항 신항의 컨테이너 크레인(CC)은 국내 기업이 제작한 것이 아니고 해외에서 들여와 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싱가포르는 항만 개발과 운영을 전담하는 PSA에서 장비를 직접 개발하고 현장 테스트를 거쳐 적용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거점별로 네 개의 항만공사(PA)가 운영되고 있으나, 항만 시설 소유권은 가지고 있지만 운영에는 직접 참여하지 않는다. 따라서 스마트 자동화를 위한 원천기술 개발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부산항 내 정보 연계 프로세스나 통신 인프라 또한 매우 낮은 수준이다.
연 실장은 "현재 국내에서 활성화된 LTE망과 신기술인 5G를 결합한 다양한 사물인터넷 통신 인프라 구축이 진행되고 있으나, 터미널 내 시설과 장비 간 연계성이 부족해 단기간 내 구축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 된다"고 말했다.
한편 항만의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는 '해양수산 4차 산업혁명 종합대책'(2017)에 따라 스마트 물류 항만 구축을 과제로 선정해 현재 추진 중에 있다.
항만 분야의 스마트 자동화 실현을 위해 현재 진행 중인 사업으로는 해상 안전을 위해 항행 선박의 위치와 정보를 육상과 통신으로 연계하는 이내비게이션 사업이 있으며, 지난 2016년부터 5개년 사업으로 구축하고 있다.
또 4차 산업혁명 기술의 기반인 사물인터넷 핵심 기술을 항만에 도입하기 위해 IoT 기반 지능형 항만물류 기술개발사업을 지난 2019년부터 3개년 사업으로 부산항 터미널을 대상으로 추진하는 등 연구개발 사업을 통해 스마트 자동화 항만의 원천 기술과 기반을 갖춰가고 있다.
IoT 기반 지능형 항만물류 기술개발사업은 자율운항선박의 운항에 필요한 입·출항 관리, 운항지원센터, 최적 하역, 연료 충전 등을 지원하는 차세대 항만운영 체계로, 내년 9월 부산 신선대 부두에서 시험 운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정준호 해수부 스마트해상물류추진단장은 "지능형 항만물류기술은 해운·항만분야의 중장기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 꼭 필요한 기술"이라며 "국제표준화 등 시간이 필요한 만큼 차분히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 무인 자동화 기술 도입…일자리·국내 항만 자동화 기술 성장 속도 고려해야
부산항은 2019년 현재 세계 6위의 컨테이너 항만이자 세계 2위의 환적 거점으로, 해운 네트워크와 항만 생산성 면에서는 세계 어느 항만과의 경쟁에서도 뒤지지 않는다.
연정흠 부산항만공사 물류연구실장은 4차 산업혁명 기반의 스마트 무인 자동화 기술을 도입할 때는 여러 가지 상황, 특히 일자리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조언했다.
그는 "한국 경제 및 대외무역 여건과 노령화나 출산율 하락으로 인한 노동인력 감소, 친환경 항만에 대한 요구 증대 등 다양한 상황을 감안해 부산항의 경쟁력 유지와 함께 기존 일자리는 지키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방향으로 부산항의 스마트 자동화를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부산항의 물동량 성장 추이와 국내 항만 자동화 기술의 성장 속도도 중요한 고려 요인으로 꼽았다.
연 실장은 "부산항에서 현재 운영 중인 컨테이너 크레인의 64퍼센트가 외국산이며, 특히 신항에는 국산 장비가 한 대도 없다"며 "결국 스마트 자동화 항만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컨테이너 크레인 등 각종 항만 장비의 국산화가 선행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중공업에 대한 기술 개발과 발주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부산항만공사는 2019년 서측 컨테이너 부두 2-5단계 터미널 장비 55기(CC 9, TC 46)를 국내 기업에 한정해 제작 계약을 발주했으며, 앞으로 개발될 2-6단계 터미널, 제2신항 등 신규 항만 개발 사업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또 부산항을 중심으로 수출입 해상 물류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인공지능(AI) 기술과 사물인터넷 기술을 접목하는 디지털 트윈 기술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연정흠 실장은 "국내 기술력을 통한 스마트 자동화 항만 시스템과 디지털 트윈 기반의 수출입 항만 물류 최적화 시스템이 도입될 경우 부산항은 세계 1위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갖춘 글로벌 허브 항만으로 새로운 미래를 시작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오션테크 코리아> 누리집에서는 행사에 앞서 참가를 위한 사전등록을 받고 있다. 사무국에서는 사전등록자를 대상으로 선착순 100명에게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서 발간하는 전문해양매거진 '디오션'을 보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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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세계는 지금 4차 산업혁명이라는 커다란 소용돌이 속에 있다. 이에 맞춰 주요 선진국들은 이미 해양에 대해서도 관련정책을 수립하고 관련기업들과 발맞춰 새로운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해양수산 분야의 세계적인 기술 흐름과 우리 해양수산 기업들의 대응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오션테크 코리아>가 11월 26일 세종 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다. 뉴스1에서는 행사에 앞서 우리나라 관련 정책과 세계 주요 기술 흐름을 6편에 걸쳐 미리 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