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본 오류로 소득격차↑"…靑·與 '편의적 해석' 진실은

[통계 독립성 논란]'통계청장 경질 논란' 가계동향조사 논쟁
與 "표본수 5000→8800개…저소득층 많이 포함돼"

문재인 대통령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청와대 제공) 2018.8.29/뉴스1

(세종=뉴스1) 김혜지 기자 = 우리나라 소득 양극화가 올들어 역대 최악 수준이라는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대한 해석은 과연 표본 설계 때문에 나온 '오류'일까.

통계청장 경질 논란과 결부된 표본 오류설에 대해 통계 전문가와 통계청 내부에서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라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통계 조사 방법 등 기술적인 문제보다는 1인 가구 증가같은 사회 구조적 변화를 봐야한다는 지적이다.

통계청이 지난달 23일 발표한 '2018년 2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를 보면 소득분배 지표인 5분위 배율이 5.23으로 동분기 기준 2008년(5.24) 이후 10년 만에 최대치를 나타냈다. 1분기에는 5.95배로 통계 작성 사상 최악이었다.

이는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소득격차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더욱 확대됐다는 의미다. 야권은 이를 근거로 '소득주도성장 무용론'을 제시했다. 저소득층 소득 증대를 추구하는 현 정부가 잘못된 경제정책으로 오히려 양극화를 부추겼다는 것이다.

여권은 이를 반박하며 가계동향조사 표본 오류설을 주장했다. 이 조사의 표본 수가 올해 8000가구로 늘어나면서 비교적 저소득층인 1인가구와 노인가구를 더 많이 포함하게 됐으며, 따라서 올해 분배지표를 이전과 단순 비교해 '역대 최악'이라고 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통계청도 "전년도와 올해의 통계수치를 직접 비교해 결과를 해석할 때 표본가구 구성의 변화를 유의해야 한다"는 보도참고자료를 내기도 했다.

이 논란의 시초는 지난해로 거슬러 올라간다. 작년 통계청은 올해부터 가계동향조사의 소득부문을 폐지할 계획이었다. 소득 민감성이 높은 고소득층의 낮은 응답률로 인해 조사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회 심의를 거치면서 소득주도성장의 평가 지표로서 조사를 존치하게 됐다.

이러한 이유로 2016~2018년 가계동향조사 소득부문의 표본 변화는 클 수밖에 없었다. 표본 수는 8700개(~2016년)에서 5500개(2017년)로 줄었다가 8000개(2018년)로 바뀌었다.

따라서 일견 여권의 주장이 옳아 보이나, 표본 수 변경만으로 조사의 신뢰성에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다는 것이 통계학의 '기본'이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통계청 관계자는 "표본 설계와 추출은 통계학적으로 오차를 감안해 모집단 분포를 반영할 수 있도록 정밀하게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표본 수가 늘수록 통계 정확도는 올라가기 마련인데 표본 수를 오히려 5500개에서 8000개로 예년 수준으로 늘려 논란이 일어나는 건 통계학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또한 표본 내부에 1인가구·노년층이 증가한 이유도 만혼·가파른 고령화 등 인구구조의 변화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가계동향조사의 노인가구 비중은 올해 상반기 25.3%로 지난해 인구총조사상 고령자 가구 비중인 26.5%와 비슷하다.

강신욱 통계청장(왼쪽 두번째)이 31일 정부대전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제24회 통계의 날' 기념식에서 참석자들과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통계청 제공) 2018.8.31/뉴스1

여권 쪽에서 지적하는 또 다른 표본 오류 가능성은 표본 수뿐 아니라 '중복률'에도 있다. 가계동향조사는 표본을 교체할 때 이전과 이후의 중복률이 66.7%를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는데 올해는 이 수치가 42.5%로 크게 낮아졌다.

표본이 지난해에서 올해로 넘어오면서 평년보다 더욱 많은 부분 교체됐다는 건 비교를 위한 연속성이 떨어진다는 의미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우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해 사과 수확량과 올해 사과 수확량을 비교한 것이 아니라 지난해 사과 수확량과 올해 배 수확량을 비교한 셈"이라고 비유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통계청과 통계 전문가들은 "통계학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반박한다.

올해 가계동향조사의 표본 중복률 하락 이유는 통계청이 지난해 가계동향조사 폐지를 위해 1년 동안이나 표본 교체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집단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 중복률이 낮아졌고, 이는 오히려 통계의 정확도 제고를 위한 것이었다는 설명이다.

박상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표본 중복률이 0%여도 비교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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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조사 방식'에는 문제가 없을까. 통계청은 지난해부터 표본 가구가 소득과 지출을 직접 기록해 제출하던 가계부 방식을 면접 조사 방식으로 변경했다. 이에 따라 통계 오류가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일각에서는 내놓는다.

통계청의 한 관계자는 "이 부분에 대해선 조사 결과가 실제 가계소득과 다를 수 있다는 지적을 통계 설계 과정에서 계속해서 염두에 둬야 한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가계부 방식이나 면접 조사 방식 모두 데이터의 정확성이 확실한 행정자료가 아니라는 점에선 동일하고, 가계부보다는 면접 조사가 고소득층 응답률이 높으며, 게다가 조사 방식 변경은 지난해부터 이뤄진 것"이라는 단서를 덧붙였다.

이 부분에서 청와대와 여권의 '편의적 해석'이 엿보인다. 조사 결과가 좋을 때와 나쁠 때 해석에 일관성이 없었다.

앞서 설명된 바에 따르면, 가계동향조사의 표본 수나 조사방식 변경은 올해보다는 지난해에 더욱 많이 이뤄진 점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청와대는 올 2월, 전년동기대비 3.1% 증가한 지난해 4분기 가계동향조사 소득부문 자료를 언급하며 그 이유로 '소득주도성장을 기치로 한 일자리추경, 사회보장 정책 확대 등 가계소득을 높이는 정책'을 꼽았다.

통계 전문가들은 가계동향조사에 오류가 있었다면 오히려 표본 수가 적은 작년에 언급했어야 했다며, 이제야 여권이 통계 오류를 언급하는 건 일관되지 못한 처사라고 꼬집었다.

유경준 한국기술교육대 교수(전 통계청장)는 "지금의 표본 오류 논란을 이해할 수 없다"며 "통계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정무적 이유로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통계 전문가도 "가계동향조사는 1963년 시작돼 그 역사만 50여년"이라며 "조사의 한계를 지적하는 것과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강조했다.

통계청은 논란이 된 가계동향조사를 내년 전면 개편하는 절차에 돌입한다. 표본 수를 1만2000개로 대폭 늘려 정확성을 기하고, 분리됐던 지출과 소득 부문을 통합한다. 다만 비교를 위해 현재의 표본 수 8000개 조사는 내년에 유지하며, 새로운 조사는 1년간 시험 조사를 거친 이후 2020년부터 공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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