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20년]12% 청년실업…외환위기로 시작된 만성질환
③통계로 본 과거·현재…실업자, IMF때와 비슷
비정규직 증가·기업투자 위축 등 구조 악화로 가중
- 김현철 기자
(세종=뉴스1) 김현철 기자 = 1990년대 말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를 겪은 당시의 청년들과 현재를 '지옥 같은 한국'이란 뜻의 '헬조선'으로 한탄하는 지금의 청년들 중 어느 쪽이 더 어려울까.
그사이 대한민국의 경제규모가 외환위기 당시보다 커지고, 인구사회학적 변화까지 감안해야 하는 등 여러 변수 탓에 정확한 비교는 어렵다. 다만 경제지표만 놓고 본다면 현재 청년들도 20년 전 청년들 못지 않은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통계청에 따르면 외환위기 사태가 터진 지 2년이 채 안된 1999년 8월 실업자는 136만4000명까지 증가했다. 제법 규모가 있던 회사들조차 앞서거니 뒤서거니 문을 닫거나 대규모 감원에 나서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IMF 시대를 벗어난 지 오래인 지금도 실업자가 그때 못지 않다. 올해 2월 실업자 수는 135만명으로 1999년 8월 이후 17년6개월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것이 단적으로 보여준다.
같은 달 실업률은 5.0%로 매년 2월 기준으로만 따지면 2001년(5.1%)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다.
정부는 올해 2월의 경우 졸업 시즌을 맞아 졸업 후 취업 활동에 뛰어들거나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는 청년층이 늘면서 실업률이 상승한 것으로 분석했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3만3000명이나 실업자가 늘었다.
특히 지난 2월 청년(15~29세)실업률은 12.3%로 역대 최고(2월 기준·2000년 이후)였던 지난해 2월 12.5%에 이어 2번째로 높았다. 지난해 월간 청년실업률은 역대 최고(같은 달 기준) 기록을 7차례나 갈아치우기도 했다. 청년취업자 수는 1998년 473만3000명에서 지난해 398만5000명으로 줄었다.
취업난을 겪는 청년들이 마땅한 직업을 찾지 못하고 졸업을 미룬 채 학업을 연장하는 일도 일상사가 됐다. 오랫동안 일자리를 찾지 못한 이른바 '장기 실업자' 수치가 이를 반영한다.
지난해 8월 6개월 이상 구직 중인 장기 실업자는 18만2000명으로 외환위기 충격으로 대량 실업이 발생했던 1999년 이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최근 산업·기업 구조조정으로 인해 안정적인 일자리가 줄어들어 장기 취업 준비자가 누적됐기 때문이다. 특히 2015년 장기 실업자 가운데 청년취업자 비중은 38%로 가장 높았다.
올해도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올해 취업자 증가 폭이 26만명에 그치면서 지난해 보다 3만명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청년 실업의 심각함은 IMF 외환위기가 출발점이다. 1997년 이후 우리 경제는 일자리를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하는 구조로 접어든다. 기업의 투자 위축으로 일자리가 줄었다. 상장기업의 투자 가운데 300인 미만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대 초반 20% 내외에서1997년 15% 수준으로, 2003년에는 거의 0%로 하락했다.
실업과 비정규직의 항구적 증가가 IMF 외환위기 이후 노동시장의 특징으로 자리잡았다. IMF 위기 때 시작된 비정규직의 증가는 좋은 일자리의 감소로 취업난을 더욱 가중시켰다.
평생직장의 붕괴로 청년층 신입사원을 찾기보다 근로 경력을 보유한 전직자를 채용하는 경향도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고용규모 자체가 감소한 데다 경력자 선호와 비정규직 증가로 인한 추가 실업은 20대 청년층에 집중됐다.
임시·일용직 등 비정규직의 규모는 2004년에 전체 임금 근로자의 48.4%에 이르렀고 현재까지 근본적인 변화는 없는 상태다.
남재량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외환위기 상황에서 청년 노동시장은 단기적으로 반응했지만 지금 상황은 장기 구조적으로 반응하고 있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이 다르다"며 "외환위기 때는 단순 외부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그 시기만 지나고 나면 회복되는 측면이 강했는데 지금은 경기가 회복된다고 노동시장도 같이 회복될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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