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공룡' 퀄컴 특허권 남용으로 '1조 과징금' 철퇴
특허 독점하고 불공정계약 체결…FRAND확약 위반
퀄컴이 글로벌 시장에서 1조 과징금 부과받긴 처음
- 윤다정 기자
(세종=뉴스1) 윤다정 기자 = 휴대폰 칩제조사인 미국 퀄컴이 기술특허를 독점하고 경쟁사와 휴대폰 제조사에 불공정 계약을 강요한 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조300억원의 과징금 철퇴를 맞았다. 공정위가 외국계 기업에 1조원 이상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이번에 처음이다.
공정위는 28일 이동통신 표준기술에 대한 표준필수특허(SEP)를 독점하고 경쟁사와 휴대폰 제조사 등에 불공정한 라이선스 계약을 강요한 퀄컴 본사와 라이선스·모뎀칩셋사업부 등 3개 회사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조300억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퀄컴은 2세대(2G) CDMA와 3세대(3G) WCDMA, 4세대(4G) 롱텀에볼루션(LTE) 등에 이르기까지 가장 많은 SEP를 보유하고 있다. SEP는 국제표준화기구에서 제정한 표준규격을 포함한 특허를 말한다. 때문에 이동통신 단말기는 퀄컴의 특허를 이용하지 않으면 제품을 생산하기 어렵다.
CDMA와 WCDMA, LTE용 모뎀칩셋을 독점 공급하고 있는 퀄컴은 전세계에서 특허 로열티와 모뎀칩셋 판매로 지난해에만 약 251억달러(약 30조원)를 벌어들였다. 이 가운데 한국의 매출비중은 16%로, 약 40억달러(약 5조~6조원)에 이른다.
퀄컴이 이처럼 '특허공룡'의 지위를 누릴 수 있었던 것은 이동통신 시장에서 제품 개발에 꼭 필요한 라이선스를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조건을 내세워 경쟁사와 휴대폰 제조사에 라이선스를 제공하지 않거나 제한적으로 제공했다.
먼저 퀄컴은 자사 기술이 이동통신시장의 표준기술로 채택되도록 하기 위해 국제표준화기구 ITU와 ETSI 등에 프랜드(FRAND) 확약을 선언했다. FRAND 확약을 선언한 SEP는 특허 이용자에게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인 조건으로 라이선스를 제공해야 한다. 특허권자가 무리한 요구로 제품 생산을 방해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그러나 퀄컴은 삼성·인텔·비아 등이 이동통신 SEP에 대해 라이선스 계약 체결을 요청했는데도 이를 거절했다. 라이선스를 제공하면 휴대폰사에게 특허료를 받아 매출을 올리기 어려워진다고 봤기 때문이다. 미디어텍 등이 완전한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요청했을 때에는 판매처와 모뎀칩셋 사용권리를 제한하는 등 불완전한 계약만을 맺었다.
자사와 SEP 라이선스 계약을 맺지 않은 휴대폰사에는 모뎀칩셋을 공급하지 않았다. 칩셋 공급을 볼모로 라이선스 계약을 맺을 것을 강요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퀄컴은 또 모뎀칩셋에 필요한 SEP와 기타 특허, 이동통신 표준별 SEP를 구분하지 않고 퀄컴이 가지고 있는 특허에 대해서만 라이선스를 제공해 사실상 '끼워팔기'를 했다. 이 과정에서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휴대폰 제조사 약 200곳에는 제조사들이 보유한 특허를 무상 제공하라고 강요하기도 했다.
이같은 방식으로 퀄컴이 이동통신 시장의 시장점유율을 장악하면서 2008년 도이치뱅크가 선정한 세계 주요 모뎀칩셋사 11곳 중 9개사가 시장에서 떨어져나갔다. 2008년에 비해 2016년의 모뎀칩셋 시장규모는 2배 이상 커졌지만 시장에 새로 진입한 경쟁사는 한곳도 없다.
특허권자에 의한 시장왜곡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FRAND 확약이 사실상 무력화됐다는 점도 문제다. 퀄컴 칩셋을 사용하지 않으면 휴대폰을 생산할 수 없는 휴대폰 제조사들은 퀄컴이 부당한 라이선스 조건을 제시하더라도 이를 모두 받아들여야만 하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퀄컴의 이같은 불공정행위에 대해 과징금 1조300억원을 부과했다. 공정위가 국내외 기업에 부과한 과징금 중 역대 최대규모다.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맺는 경우 부당한 제약조건을 거는 행위, 모뎀칩셋 공급을 볼모로 계약을 강요하는 행위 등을 금지할 것을 명령했다. 시정명령의 적용 범위는 국내 휴대폰·칩셋 제조사 등으로 한정했다.
이번 조치에 대해 신영선 공정위 사무처장은 "이동통신 SEP 라이선스와 모뎀칩셋 시장에서 퀄컴이 장기간 부당하게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고 확장할 수 있었던 비즈니스 모델을 근본적으로 시정했다"며 "휴대폰사는 퀄컴 칩셋 공급에 대한 염려 없이 대등한 입장에서 라이선스 조건을 협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maum@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