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킹달러, 우리만 문제 아니다"라는데…韓 뚜렷한 '딜레마'
13년 만에 1400원 뚫은 환율…정부 "공연한 불안 NO" 왜?
실질실효환율 선방했지만…물가·수출·가계부채 걸림돌
- 김혜지 기자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최근의 환율 상승과 관련해) 전 세계가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다. … 우리만 볼 게 아니라 다른 나라와도 비교해야 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지난 22일)
미국의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킹달러'(달러 초강세) 현상이 심화하면서 달러·원 환율이 심리적 저지선으로 여겨졌던 1400원 선을 돌파했다.
연말에는 환율이 1500원을 바라볼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우리만 킹달러 현상을 겪는 것이 아니므로 과도한 불안은 접어도 된다는 입장이다. 다만 중국·일본·유럽 등과 한국은 처지가 다르다는 지적도 동시에 나온다.
25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23일 달러·원 환율은 1409.3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 거래일(1409.7원)보다는 0.4원 내렸지만 여전히 1400원을 돌파한 금액이다.
환율이 1400원을 넘은 것은 장 마감 기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20일(1412.5원) 이후 13년6개월 만이다.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지난 22일 기준금리를 3.00~3.25%로 0.75%포인트(p) 올리면서 연말 미 기준금리가 5%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짙어졌기 때문이다.
한미 기준금리는 상단을 기준으로 2.50% 대 3.25%로 역전된 상태다. 이에 글로벌 시장에서 달러 선호가 강해지며 상대적으로 원화 가치는 떨어졌다.
◇정부 "공연히 불안할 이유 없다"…왜?
정부는 최근 환율 상황을 주시하면서도, 공연히 불안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2일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최근 시장 흐름을 불안하게 보는 측면이 있지만, 과거 금융위기에 비해 우리 대외건전성 지표는 양호하다"라며 "과도하게 불안해 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실질실효환율은 지난달 100.2를 기록했다.
실질실효환율은 물가·교역량 등을 반영한 환율로서 한 나라의 화폐가 상대국 화폐보다 실제 얼마 만큼의 구매력을 가졌는지를 보여주는 환율이다. 수치가 100을 넘으면 기준연도(2010년)보다 고평가를, 낮으면 저평가를 뜻한다.
반면 일본은 59.9를, 유로 지역은 89.8을 나타냈다.
중국(127.1)보다는 못하지만 원화 가치가 비교적 선방했다는 의미가 된다.
이에 정부는 단기 환율 변동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내년 이후까지 고려한 최적의 정책 조합을 긴 시계에서 찾아 내겠다고 공표했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한국의 실질실효환율이 2013년 수준이며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훨씬 강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준 기축통화 아닌데 물가·수출 '빨간불'…韓 딜레마
문제는 환율 상승으로 감내해야 할 비용을 봤을 때, 우리나라는 이웃국이나 다른 선진국 대비 복합적인 딜레마에 빠져 있다는 점이다.
킹달러 현상이 한국만 특별히 겪는 질환이 아닌 건 맞지만, 이것이 다른 나라와 비슷한 처지라는 뜻은 결단코 아니라는 것이다.
우선 환율 상승의 비용은 크게 수입물가 상승과 외국자본 유출 우려로 나눠 볼 수 있다.
그런데 월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인 중국·일본과 달리, 한국의 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5%대 후반에 달했다.
또한 우리나라는 다음 달이면 물가가 정점을 찍고 일부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환율 급등으로 해당 전망을 온전히 믿을 수만은 없게 됐다. 한국이 수입물가 상승에 따른 부작용을 더 심하게 겪을 거라는 의미다.
준(準) 기축통화를 지닌 중국·일본은 자본유출 우려 역시 우리보다 덜하다고 볼 수 있다. 국제 파급력이 큰 유로화를 가진 유럽 지역은 더욱 그렇다.
현 상황만 본다면 우리나라는 환율 상승의 이점인 수출 경쟁력 개선도 별반 누리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국의 무역수지는 최근 들어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4월부터 6개월 적자를 쓸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 1~20일 무역수지(통관 기준 잠정치)는 41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올들어 누적 적자만 292억달러에 이른다.
특히 이달에는 경상수지까지 적자를 쓰면서 '쌍둥이 적자'(재정수지와 경상수지 모두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경상수지는 한 나라가 해외에서 돈을 얼마나 벌었느냐를 나타낸다. 그래서 외환·금융위기 때에도 경상수지는 적자를 가리켰다. 또 외환시장에서 경상수지 적자는 우리나라가 달러를 확보하는 능력이 떨어졌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어서 문제다.
만일 연말~내년 초에도 수출 물량이 나아지지 못한다면 시장에선 이를 한국의 외화 확보 능력이 실질적으로 저하됐다는 신호로 받아들여 원화 가치를 더욱 낮잡을 공산이 크다. 여기에 최근 엔저 등 수출 경쟁국 통화의 지속된 절하는 수출 개선을 방해할 수 있다.
한국에는 가계부채 문제도 있다. 글로벌 시장 참여자들은 미국이 고강도 통화 긴축을 이어갈 것인데 반해, 한국은행은 그 정도로 크게 금리를 인상할 여지가 많지 않다고 보고 있다. 그 배경에는 우리 경제 뇌관인 가계부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는 "환율 상승이 우리나라만 겪는 게 아닌 건 사실이지만, 일본과 중국은 환율 상승에 따른 우려가 적다고 볼 수 있다"며 "일본과 중국은 환율이 오르는 데 따른 비용이 별로 크지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반면 우리는 다른 처지에 있다"면서 "그것을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면 잘못된 것이다. 자칫 현 상황을 안이하게 대처하면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는 향후 경상수지가 안정된 흐름을 이어갈 수 있도록 수출 활력 제고를 위한 서비스 산업 대책과 에너지 효율화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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