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타임 늘어 '고용률 거품'…OECD식 계산법 도입 필요
[고용률의 함정]②전일제 환산 FTE '단시간 근로' 현실 반영
국민들 정확한 통계 알 권리 있는데…정부, 도입요구에 시큰둥
- 서영빈 기자
(세종=뉴스1) 서영빈 기자 = 정부가 발표하는 '고용률' 지표가 점차 국민들이 체감하는 현실과 동떨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보다 현실을 잘 반영하는 보완적 지표들이 요구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방식의 '전일제 환산 고용률(Full-Time Equivalent employment rate ; FTE 고용률)'을 그 대안으로 꼽는다.
◇OECD 고용률 vs 통계청·ILO 고용률
23일 OECD 통계 포털에 따르면 FTE 고용률이란 근로자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으로 취업자 수를 파악하는 방식이다. 가령 1주에 평균 40시간 일한 고용자는 1명으로, 20시간 일하면 0.5명, 60시간은 1.5명이 되는 식이다.
기존의 통계청과 ILO(국제노동기구) 방식은 1주일에 50시간을 일하든 5시간을 일하든 모두 1명으로 계산한다. 1주일에 50시간 일하는 사람과 5시간 일하는 사람은 그 고용의 질적 성격이 다름에도 단순히 똑같은 1로 계산되는 것이다.
풀타임과 파트타임의 비율이 비교적 일정했을 때는 통계청 고용률이 문제 없이 작동했으나, 이번 정부 들어 단시간 근로자 비중이 급격하게 늘면서 지표의 현실 반영 기능이 떨어졌다는 것이 전문가의 설명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풀타임과 파트타임 근무자의 비율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면 그런 보조지표 없이 고용률만 봐도 된다"며 "다만 지금은 풀타임은 줄고 파트타임은 급증하는 정책이 이뤄지고 있어 노동시장을 고용률만으로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은 정부가 단시간 근로자 숫자를 워낙 많이 늘리다보니 기존의 고용률로는 (현실을) 충분히 파악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며 "전업 근로시간으로 환산된 고용률이 더 의미를 가지게 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FTE 고용률이 필요한 또다른 이유는 정책적 요인 외에도 고령화·서비스업화 등에 따라 단시간 근로의 비중은 계속 커지는 추세라는 데 있다.
파트타임의 비중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만큼, 과거 풀타임 근로가 대부분이었던 때와 같은 기준으로 고용상태를 측정하면 현실을 곡해할 가능성이 커진다.
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 고용정책연구본부장은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파트타임 비중이 높아지는 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추세를 파악하고 정책 판단을 하는 데 FTE 방식 고용률 지표의 필요성도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추세는 오래전부터 OECD 국가들이 경제지표를 설정하는데 반영돼왔다.
OECD는 2001년 발간한 '생산성 측정(measuring productivity)' 보고서를 통해 "'취업자 머릿수'의 변화속도와 '취업자가 일한 시간'의 변화속도는 시간이 갈수록 벌어진다"며 "이는 유급휴가가 많아지고, 풀타임 근로자의 기본 근로시간이 짧아지는 대신 파트타임 근로자의 사용은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때문에 OECD 국가들은 생산성 측정에 있어 '실제 일한 시간'을 단순 '머릿수'보다 많이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프랑스의 1987~1998년간 생산성 지표를 비교하며 "제조업에서는 머릿수 측정치와 총 근로시간 측정치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며 "그러나 파트타임 근로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서비스업에서는 이 방식을 바꿀 경우 측정치 차이가 크게 벌어진다"고 설명한다.
일각에서는 FTE 고용률이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일자리 분배 효과를 반영하지 못한다며 변형된 지표가 제시하기도 했다.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해 7월 한국경제연구원에서 발간한 '근로시간을 고려한 취업자 수 분석' 연구자료를 통해 이같은 지표를 소개했다. FTE 고용률처럼 주 36시간 기준으로 근로자 수에 가중치를 부여하되 36시간 이상부터는 똑같이 1명으로 치는 것이다.
가령 주54시간을 일하던 사람이 근무시간을 36시간으로 줄이고 18시간 단시간 근로자가 생겼다면, FTE 방식으로는 취업자 수가 변함없지만 박 교수 방식으로는 취업자 수가 1명에서 1.5명으로 늘어난다. 단시간 알바로 인한 통계 거품 효과를 걷어 내보자는 입장과 근로시간 단축 정책 효과를 인정받고 싶은 정부의 입장이 절충된 안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제안도 정부로부터 '계산식이 OECD와 다르다'와 같은 지적만 받고 끝났다.
◇ 정부 "현실 더 정확히 보기 위해 고용률에 집중"한다면서…
대체적인 지표를 채택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에 대해 정부는 심드렁한 태도만 보이고 있다.
특히 정부는 '고용현실을 더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기존의 취업자 수 중심에서 고용률 중심으로 고용통계 발표 방식을 바꾸겠다면서도, 고용률의 맹점을 보완하겠다는 언급은 없었다.
홍 부총리는 지난 15일 고용통계와 관련해 "과거와 같은 50만 명대 인구 증가에 따른 자연스러운 큰 폭의 취업자 증가 공식의 적용을 이제는 더 이상 기대하기 쉽지 않다"며 "앞으로는 정확한 고용시장 판단을 위하여 인구현실을 감안한 고용률 중심의 지표로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그러면서도 단시간 근로가 초래하는 고용률 거품에 대한 지적에는 별다른 대책을 언급하지 않았다.
관련 정부 관계자들도 대체로 조심스러운 태도만 보였다.
통계청 관계자는 "다른 나라가 뭘 하거나, 국제적으로 이렇게 하라는 권고가 없다"며 "지표라는 건 다양하면 좋긴 하겠지만 주로 쓰는 지표가 묻혀버리고 여러 숫자가 돌아다니면 곤란할 수 있다. 현재 시간대별 취업자와 마이크로데이터(원자료) 등을 모두 공개하고 있고 이용은 이용자 몫"이라고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도 "그런 지표는 연구자가 연구 목적으로 쓸 수는 있겠지만 공식 지표로 정하기에는 많은 고려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가 더 정확한 현실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서는 방어적인 태도를 버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기성 교수는 "(FTE 등의) 방식들을 공식화해서 보조지표로 만들라고 정부에 계속 얘기하고 있다. 정부에서 이런 걸 해야하는 것 아니냐, 보조지표로라도 써야 한다, 공식·비공식적으로 얘기했는데 듣지 않았다"며 "고용 실상이 까발려진다고 하면 통계청이 좋아하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지표를 구하는 건 통계청은 쉽게 할 수 있지만 우리는 거기까지 도달하려면 시간과 노력을 많이 들여야된다"며 "국민이 정확하게 경제 시스템을 알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suhcrat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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