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디레버리징'이 시작됐다

[수술대 오른 공기업]국가신용등급 위협하는 공기업부채
한전은 부지 등 자산매각 발표..타 공기업은 '미지근'

(세종=뉴스1) 민지형 곽선미 기자 =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중기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295개 전체 공공기관 부채는 493조4000억원으로 지난 5년간 203조원 늘었다. 이중 재무관리 계획대상인 41개 기관 부채가 472조9000억원(부채비율 221%)으로 96%를 차지한다. 지난 5년간 이들 41개 공공기관의 부채는 199조원늘었다. 특히 SOC·에너지 주요 10개 기관에서 140조원이 늘었다.

2013~2017년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따르면 41개 공공기관 부채와 부채비율은 올해말 520조3000억원, 245%에서 내년 548조1000억원, 249%로 높아졌다가 2017년경 210%로 안정화되는 것으로 되어있다.

업체별로 부채액이 가장 많은 한국토지주택공사는 138조원이다. 부채비율이 464%에 달하고 하루 이자만 122억원에 이른다. 보금자리주택으로만 22조8000억원을 떠안는 바람에 2008년말에 비해 52조3000억원 늘었다.

이외 한국전력공사(95조원), 한국가스공사(32조3000억원), 한국도로공사(26조3000억원), 철도시설공단(19조5000억원), 한국석유공사(19조3000억원) 등도 부채 수준이 심각하다.

부채비율이 500%에 육박하는 한국철도공사는 용산 개발이 무산된 여파로 올해만 빚이 2조2000억원 늘어 17조9000억원의 부채액을 기록하고 있다. 부채비율은 445%에 이를 전망이다.

가스공사는 올 6월말 부채비율이 376.6%에 달해 사업권 박탈 위기에 몰려 있다. 도시가스사업법상 부채비율이 400%가 넘으면 사업권을 박탈당한다. 급한대로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최근 71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성공적으로 마쳤으나 높아진 부채비율을 낮추기에는 언발에 오줌누기다. 증자로 인해 자기자본은 8조5000억원에서 9조2000억원 수준으로 는다. 그 돈을 모조리 빚갚는데 쓴다고 해도 부채비율은 올 6월말 376.6%에서 340%로 떨어지는데 그친다. 그리고 국정감사과정에 나온 중장기 부채비율 목표치 250%를 맞추려면 약 3조원을 추가로 증자해서 그돈으로 빚을 다 갚아야한다.

민간 기업에선 부채비율이 200%를 넘어서면 위험 신호로 본다. 그러나 공기업은 사실상 정부가 빚보증을 해주는 것으로 돼 있다보니 빚을 얻어다 정책적, 정치적 취향이 맞는 곳에 쓰기만 하기 쉬운 구조를 갖고 있다. 한국전력, 토지주택공사, 한국가스공사 등 대형 공기업의 국제 신용등급은 대부분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AA-: 피치/Aa3 ; 무디스/A+ : S&P)과 같다.

성적이 좋아서가 아니라 사실상 한국 국가채무의 일부로 본데 따른 것이다. 어느곳 하나 무너지면 그 빚을 결국 혈세나 국가재산으로 막아야한다는 뜻이다. 대한석탄공사의 경우 자본잠식상태에 빠져있는 상황이다.

현오석 부총리의 경고가 있던 날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서울에서 포럼을 통해 기업 및 가계빚과 함께 공기업 부채 문제가 우리나라 신용등급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저성장, 복지수요 증가 등으로 중앙정부 부채가 늘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급팽창한 공기업 채무를 잡지 않고서는 순조로운 재정정책을 펼칠 수 없을 것이란 얘기다.

이에 따라 공기업의 디레버리징은 불가피하다. 상대적으로 높은 연봉, 복지수준 등 방만경영도 개혁도마에 올라 있지만 몸통은 역시 빚이다. 문제는 어떻게 줄이느냐다.

디레버리징의 가장 보편적인 수단은 자산매각이다. 공적자금을 동원해 증자를 할 수 있지만 사업구조조정이 전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정서상 수용은 쉽지않다.

이미 한국전력이 내놓은 방안은 공기업에 참고가 될 전망이다. 한전은 알짜 부동산으로 통하는 삼성동 본사부지와 양재동 강남지사 사옥·안양부천 열병합발전소 부지 등 가치가 높은 부동산을 매각해 재원을 확보할 예정이다. 또 경영권을 보유한 한전KPS와 한국전력기술의 일부지분을 매각하고, LG U+와 한전산업개발의 지분도 팔 계획이다. 이외 성과급 반납 등 인건비 절약, 사업비 절감, 신규투자 축소도 메뉴에 들어있다. 직원 연수를 위해 사용한 무주 덕유산 리조트회원권도 판다. 크고 작은 금액을 모아 한전이 마련하는 돈은 6조원이다. 그래야 부채비율은 15% 떨어지는데 그친다.

그러나 다른 공기업들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생각이 없거나 이제야 고민하는 표정이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주당 이미경의원에 따르면 도로공사는 경제성이 없다고 보고 된 9개 사업 중 5개를 이미 추진해놓은 바람에 빚만 늘렸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 의원실에 따르면 도로공사는 5개 사업중 4개 사업에 대해서는 기본설계를 끝냈고 1개 사업은 이미 착공에 들어간 상태다.

이와 관련 도로공사 한 관계자는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전체 24개 고속도로 건설사업 중 9개가 사업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드러난 부분 등에 대해서는 수익성이 담보되는 쪽 위주로 재검토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관계자는 "TF(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부채 비율을 낮추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보유 자산의 92%는 고속도로고 나머지도 휴게소와 부대사업 자산 등 공적인 용도밖에 없어 매각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고 말했다.

수자원 공사 관계자는 재무구조 개선과 관련 "내부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며 아직 방안이 정해진 것은 없다"고 밝혔다. 수자원공사는 2008년 당시 부채가 약 2조원이었다가 지난해 13조8000억원으로 4년만에 7배 수준으로 불어났다. 여기엔 총 22원이 투입된 4대강 사업중 공사가 담당한 8조원이 들어있다. 새누리당 안효대의원에 따르면 수자원공사의 지난해 기준 영업이익은 4333억원으로 이자비용 5189억원을 전부 부담하지 못하는 수준이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공공기관장과 조찬간담회에서 "자구노력 이행실적 등 부채관리 노력에 대한 경영평가 비중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mj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