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국감, 24억달러 대미투자 '돈 되나'…800조 반도체도 쟁점
엔시날 수익성·알래스카 LNG 등 후속 사업 검증…美 추가 투자 압박 쟁점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전력·용수 준비 상황…석유최고가격제도 도마
- 김승준 기자
(세종=뉴스1) 김승준 기자 = 산업통상부를 대상으로 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국정감사가 6일 국회에서 시작된다. 국감에서는 대미 전략투자와 3대 메가프로젝트, 석유 최고가격제를 놓고 사업성·기업 자율성·재정 부담 등을 둘러싼 여야 공방이 예상된다.
대미 투자에서는 이미 집행이 시작된 1호 사업의 수익성과 후속 프로젝트의 상업적 합리성, 미국의 추가 투자 압박에 대한 대응책 등이 주요 검증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3대 메가프로젝트를 두고는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등 대규모 투자 결정 과정에서 기업의 자발성이 보장됐는지와 전력·용수 등 정부의 사업 준비 상황이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중동발 에너지 불안에 대응해 도입한 석유 최고가격제 역시 물가 안정 효과와 재정 부담을 놓고 제도의 실효성과 지속 가능성이 검증대에 오를 전망이다.
6일 국회와 산업부 등에 따르면 국회 산중위는 이날 산업부를 시작으로 국정감사에 들어간다.
가장 큰 쟁점은 대미 전략투자다. 정부는 최근 1호 사업인 미국 텍사스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을 위해 24억 달러를 송금하며 첫 자금 집행에 나섰다.
이 사업은 6.4기가와트(GW) 규모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발전소를 짓는 프로젝트다. 미국 내 원전 8기 건설을 위한 협력 틀도 마련했지만,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은 상업성과 사업구조 등을 추가 검토하기로 한 상태다.
대미 투자는 지난해 한미 관세 협상에서 미국의 25% 상호관세를 15% 수준으로 낮추는 과정에서 핵심적으로 합의된 사안이다. 한국으로서는 일본·유럽연합(EU) 등 주요 경쟁국과 비교해 불리하지 않은 관세 조건을 확보하는 동시에 실제 투자에서는 상업적 합리성을 지키는 것이 관건이다.
문제는 최근 미국 측 발표가 한국 정부가 공개한 합의 범위를 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한국이 알래스카 LNG에 약 540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힌 데 이어 이달 들어 84억 달러 규모 석유회수증진(EOR) 프로젝트까지 한미 협상에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한국 정부는 알래스카 LNG 투자는 확정되지 않았고 EOR 역시 공동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내용이라는 입장이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미국 측 알래스카 LNG 발표가 협의 내용을 앞서갔다는 취지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에게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알래스카 LNG 사업 참여에 합의하지 않으면 한국에 더 많은 부담을 지우고 이를 "두 배로" 할 수 있다는 취지로 압박했다. 다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두 배로 하겠다는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미국의 공급과잉 관련 무역법 301조 조사 결과 발표까지 예고된 만큼 국감에서는 지난해 확보한 15% 수준의 관세 조건이 실제 유지될 수 있는지, 미국의 추가 투자 요구에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가 집중적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미 추진이 확정된 프로젝트의 수익성과 상업적 합리성을 어떤 기준으로 판단했는지, 알래스카 LNG와 원전 등 후속 사업의 검토 일정과 의사결정 절차가 무엇인지도 주요 질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미국 측이 합의되지 않은 투자 규모와 사업을 잇달아 공개한 데 대해서도 한미 간 인식 차이를 어떻게 관리할지 설명을 요구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지난 6월 발표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도 국감의 주요 전선이다. 정부는 반도체와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집중적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수도권 생산능력을 빠르게 확대하는 동시에 광주·전남을 제2의 생산 거점으로 조성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 팹 4기에 총 800조 원을 투자하는 구상을 내놨다.
피지컬 AI는 새만금·대경권 로봇 생산 기반 구축과 산업현장 확산을, AI 데이터센터는 울산·동해·세종 등을 중심으로 한 GW급 인프라 구축을 추진한다.
국감에서는 계획의 규모뿐 아니라 투자 결정 과정과 실제 이행 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은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와 관련해 기업에 언제 처음 제안이 이뤄졌는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투자하지 않을 실질적인 자율권이 있었는지를 따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대기업 총수들을 불러세우는 것은 망신주기식 정치 공세라며 맞서왔다.
실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증인 채택 문제를 놓고 여야가 충돌했고, 두 회장은 결국 산업부 국감 증인 명단에서 빠졌다.
총수 출석 문제와 별개로 기업의 자발적 참여 여부와 정부가 어느 단계부터 투자 논의에 관여했는지는 국감장에서 다시 쟁점이 될 수 있다.
정부가 전력·용수 공급과 인허가 단축 등을 책임지겠다고 밝힌 만큼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의 구체적인 준비 상황도 검증 대상이 될 전망이다.
지난 3월 13일부터 시행 중인 석유 최고가격제도 쟁점이다. 최고가격제는 정유사가 주유소 등에 공급하는 가격에 상한을 두는 방식으로, 정부는 국제유가 급등기에 국민 부담을 낮추는 효과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반면 정유사 손실을 정부 재정으로 보전해야 하는 만큼 재정 부담과 시장가격 왜곡 가능성을 지적하는 질의도 예상된다.
정부는 6개월 치 손실보전 예산으로 약 4조 2000억 원을 마련한 데 이어 중동 불안 장기화로 4분기에도 제도를 유지하면서 2027년 예산안에 석유가격안정화지원 1조 4497억 원을 새로 편성했다. 이에 국감에서는 최고가격제를 언제까지 유지할지, 손실보전 기준과 규모가 적절한지 등이 검증될 전망이다.
정부가 최고가격제와 별도로 석유 비축 확대와 원유 도입선 다변화를 추진하는 만큼 중장기 수급 안정책도 함께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
산업부는 내년 석유비축사업 출자를 3287억 원으로 확대하고 다변화 원유 정제시설 고도화에 425억 원을 신규 투입할 계획이다. 단기적인 가격 억제와 함께 비중동산 원유 도입 기반을 넓혀 공급 충격 자체를 줄일 수 있을지가 향후 정책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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