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301조 관세 남은 '과잉생산 칼날'…전문가 "3500억불 투자 속도내야"

강제노동 301조로 韓 12.5% 관세 적용…한미 합의 '15% 상한' 사수 총력
과잉생산 결과에 추가 관세 가능성…3500억달러 대미투자 이행 속도 변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백악관 브리핑품에서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세종=뉴스1) 김승준 기자 = 미국이 무역법 301조 강제노동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국에 12.5% 관세를 부과하면서 지난해 한미 관세 협상에서 확보한 '15% 상한선' 유지 여부가 통상 협상의 변수로 떠올랐다.

이번 조치로 한국의 대미 수출 관세 부담은 기존보다 2.5%포인트(p) 높아졌지만, 더 큰 변수는 아직 결론이 나오지 않은 '과잉생산' 관련 301조 조사 결과다. 추가 관세가 부과될 경우 한미가 합의한 15% 수준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 측이 기존 한미 무역 합의가 준수돼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정부는 합의 수준 유지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통상 전문가들은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 이행 속도가 향후 협상력을 좌우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미국이 통상 문제를 대미 투자와 연계하는 기조를 이어가는 만큼, 정부가 추진 중인 1호 대미 투자 프로젝트 선정과 구체화가 향후 관세 협상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USTR, 60개국에 301조 강제노동 관세…韓, 日과 같은 12.5% 적용

23일(현지시간) 미 무역대표부(USTR)에 따르면 USTR은 60개 경제권을 대상으로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제품의 수입 금지 조치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해 10~1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번에 관세부과의 근거가 된 무역법 301조는 외국의 조치가 부당·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이라고 USTR이 판단할 경우, 대통령이 관세 인상, 양허 철회, 수입 제한 등 광범위한 대응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 통상법이다.

이번 강제노동 관세는 미국 동부시간 기준 24일 오전 0시 1분부터 적용된다.

구체적으로 이번 조치에 따라 아르헨티나,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캐나다, 에콰도르,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온두라스, 인도, 인도네시아, 요르단, 말레이시아, 멕시코, 파키스탄, 스리랑카, 트리니다드 토바고, 영국 등은 기존 최혜국 대우(MFN) 관세율에 10%의 301조 관세를 추가 적용받는다.

예를 들어 이들 국가 가운데 MFN 관세율이 5%인 국가는 최종적으로 15%의 관세를 부과받는다.

한국은 일본, 스위스와 함께 12.5%의 관세율을 적용받지만, MFN 관세율이 12.5% 미만인 품목은 기존 MFN 관세와 301조 관세를 합산해 12.5%가 되도록 적용하고, MFN 관세율이 12.5% 이상인 품목은 301조 관세가 별도로 부과되지 않는다. 한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MFN 관세가 사실상 0% 수준이며, 일본의 MFN 관세율은 약 3.3% 수준으로 알려졌다.

유럽연합(EU)과 대만은 한국, 일본과 같은 방식이 적용되지만 이번 301조 관세율은 10%로 책정됐다. 나머지 이번 301조 조사 대상국은 12.5%의 관세를 적용받는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지난 2월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해 각국에 부과한 상호관세 25%를 위법으로 판단했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법 122조에 따라 전 세계를 대상으로 글로벌 관세 10%를 부과했다. 122조 관세는 최장 150일만 적용할 수 있어 24일 오전 0시에 만료될 예정이었다. 사실상 122조 관세 만료를 301조로 대체한 셈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2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 회의실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과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산업통상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1.31 ⓒ 뉴스1
아직 남은 '과잉생산 301조 조사' 칼날…전문가 "대미 투자 서둘러야"

한국은 이번 강제노동 관련 301조 조치로 사실상 12.5% 관세를 적용받게 되면서 기존 10%인 글로벌 관세 대비 부담이 2.5%p 늘어나게 됐다.

미국은 이번 강제노동 관세 외에도 과잉생산 관련 301조 조사도 진행 중이다. 조사 대상은 한국을 포함한 16개 국가로, 미국 입장에서 대규모·지속적 무역흑자, 미활용·유휴 설비 등으로 구조적 과잉생산이 의심되는 국가들이다.

제이미슨 그리어 대표는 "과잉생산 능력을 야기하거나 유지하는 주요 무역 파트너국의 정책과 관행에 대한 조사는 계속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과잉생산 301조 조사 결과에 따라 이번 강제노동 301조 관세 12.5%에 추가 관세가 더해질 가능성이 남아 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지난해 한미 관세 협상에서 합의한 15%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미국 측과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는 입장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강제노동 301조 조사 결과가 공개된 직후인 지난달 4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화상 면담을 가지고, 한국에 대해서는 작년 관세합의 수준을 넘어서는 관세가 부과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재차 확인받았다"고 밝혔다.

다만 이 같은 관세 수준 유지 논의는 한국의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 계획과 연계돼 있어, 투자 프로젝트의 구체화와 이행 속도가 변수로 꼽힌다.

허윤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국제무역학과 교수는 "최근 반도체, 자동차 부품, 일반 기계, 바이오 분야에서 대미무역 흑자가 늘어난 것이 (과잉 생산 301조 조사와 관련해) 불안한 요인"이라며 "트럼프 행정부는 통상 분야를 거래적 관계 시각으로 보니, 대미 투자 이행 속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본은 경제 안보 측면에서 빠르게 대미 투자 프로젝트를 확정 짓고 있지만, 한국은 상업적 합리성에 너무 매달리다가 (전체 통상 측면의) 큰 그림을 놓칠 우려도 있다"며 "대미투자에도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25일까지 미국에 체류하며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 미국 의회 의원 등을 면담할 예정이다.

특히 러트닉 상무장관과의 면담에서는 대미 전략적 투자 프로젝트 선정과 관련한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현재 대미투자는 원자력,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분야 사업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김 장관은 22일 미국 워싱턴DC 인근 덜레스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협상이라는 것이 마지막일수록 더 중요한 이슈들이 남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런 협상까지 잘 마무리하면 아마 8월 말, 9월 중 (1호 대미투자 사업 선정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seungjun24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