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 소진 전인데 벌써?" 2차 최고가 첫날, 기름값 '두 자릿수' 급등

휘발유·경유 전날보다 10원 이상↑…주유소 800여 곳 '기습 인상' 포착
재고 소진 시점인 주말 기점으로 상승폭 확대 전망…정부, 모니터링 강화

정부의 석유 최고가격제 2차 고시를 하루 앞둔 26일 서울 서초구 만남의광장 주유소에서 시민들이 주유를 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2차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과 관련해 "일선 주유소 역시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는 가격 책정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주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2026.3.26 ⓒ 뉴스1 김성진 기자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2차 석유 최고가격제가 27일 시행되자마자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단숨에 두 자릿수 오르며 예상보다 빠른 상승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주유소는 5일에서 최대 2주치 재고를 보유해, 2차 최고가격이 본격 반영되려면 2~3일 정도 시차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날 가격이 즉시 오르는 움직임이 나타난 것이다.

이에 일부 주유소가 기존 재고에도 2차 최고가격 인상을 선제적으로 반영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정부는 시장 상황을 면밀히 점검 중이다.

시행 첫날부터 '두 자릿수' 상승…재고 시차 무색한 상승 움직임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30분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L)당 1830.19원, 경유는 1826.25원을 기록했다. 전날보다 각각 10.84원, 10.45원 오른 것으로, 이날 0시부터 2차 최고가격제가 적용된 뒤 가격 상승 폭이 두 자릿수로 확대된 것이다.

전국에서 가장 비싼 서울 지역 기름값도 상승폭이 컸다. 서울 평균 휘발유 가격은 L당 1862.6원으로 전날보다 15.0원 올랐다. 서울 평균 경유 가격은 14.6원 상승한 1850.9원을 기록했다.

전국 휘발유 가격은 미국·이란 전쟁 발발 후 상승세를 이어가다 지난 10일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약 15일 만인 지난 25일부터 다시 상승 전환했다.

정부는 정유사 주유소 공급가격 상한제인 석유최고가격제를 지난 13일부터 2주간 시행한 뒤, 이날부터 2차 최고가격제 시행에 나섰다. 보통휘발유는 1934원, 자동차용 및 선박용 경유는 1923원, 실내 등유는 1530원으로 각각 지정됐다. 이는 1차 최고가격 대비 모든 유종이 210원씩 인상된 수준이다.

"기존 재고 물량인데 벌써?"…정부, 선제적 가격 인상 의혹 주시

정부가 인위적으로 가격을 통제하고 있음에도, 중동 전쟁에 따른 수급 불안으로 국제 유가 시세가 급등하면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다만 가격 반영에는 일정한 시차가 존재한다. 주유소들은 통상 5일에서 최대 2주치 재고를 보유하고 있어, 기존 1차 최고가격 기준 물량이 소진된 이후에야 2차 최고가격이 본격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하면 시행 첫날부터 가격이 빠르게 오르는 현상은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2차 최고가격 인상이 예고되자 일부 주유소가 이를 선반영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정부도 이같은 가격 반영 시차를 고려해 시장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 산업통상부는 "주유소 재고를 감안하면 가격 상승은 일정 기간 이후 나타나는 것이 정상적"이라며 "시행 직후 가격을 인상하는 경우는 문제가 있는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주유소 800여 곳 '기습 인상' 포착…주말 기점 상승폭 더 커질 듯

실제 현장에서도 제도 시행에 맞물려 가격을 미리 올리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소비자단체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기준 휘발유 가격을 인상한 주유소는 843개, 경유는 821개로 집계됐다. 감시단은 "재고 소진 이전 가격 인상은 자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도 가격 인상 움직임에 대해 경계감을 비치며 일일 모니터링에 나설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주유소별로 가격 인상 사유는 다양할 수 있지만, 1차 최고가격 기준으로 공급받은 물량을 근거 없이 인상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가격 동향을 매일 모니터링하고 있고, 지속적으로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주말을 기점으로 가격 상승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1차 최고가격제 당시에도 시행 이후 2~3일이 지난 시점부터 가격 변동이 뚜렷하게 나타났던 만큼, 이번에도 재고 교체가 진행되는 주말 이후부터 상승 폭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freshness41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