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최고가격제 첫날, 기름값 '찔끔'…"본격 인하는 주말 이후부터"

휘발유 15원·경유 21원 소폭 하락…"고가 재고 소진되는 2~3일 뒤 체감"
30년 만의 '가격상한제' 강수… 손실 사후보전·유류세 추가 인하 검토

석유제품 최고가격제 시행 첫날인 13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 휘발유·경유 가격이 표시되어 있다. 최고가격제는 정유사가 주유소와 대리점 등에 공급하는 도매가격에 적용되며 1차 최고가는 공급가격(도매가) 기준 휘발유 1리터당(L) 1724원, 경유는 1713원으로 책정됐다. 2026.3.13 ⓒ 뉴스1 최지환 기자

(세종=뉴스1) 나혜윤 김승준 기자 = 정부가 13일 석유제품 가격 안정 조치인 '석유 최고가격제(가격상한제)'를 시행한 첫날, 전국 주유소에서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모두 1800원대에서 형성되며 일부 가격 인하가 나타났다. 다만 주유소가 보유한 기존 재고와 가격 반영 시차를 감안하면,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본격적인 가격 하락은 주말 이후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13일 오전 11시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883.79원으로 전날 대비 14.99원 내렸고, 경유는 1897.89원으로 21.08원 하락했다. 주유소별 가격 편차는 여전히 컸다. 휘발유는 최저 1715원에서 최고 2598원, 경유는 최저 1595원에서 최고 2499원까지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1906원으로 가장 높았고, 부산은 1856원으로 가장 낮았다. 경기 1882원, 인천 1860원, 대전 1873원, 전북 1885원, 경남 1885원, 경북 1892원, 충남 1905원, 제주 1905원 등 대부분 지역이 1800원대 후반 수준을 보였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이날 석유시장 점검회의에서 "주유소는 재고 물량 때문에 보통 가격 인하가 2~3일에서 일주일 정도 늦게 반영된다. 이번에는 특별한 상황을 고려해 정유사와 주유소 업계가 함께 협조하기로 했다"며 "이미 오피넷(가격 통계 시스템)에서 일부 가격 인하가 나타나고 있으며, 직영 주유소를 중심으로 바로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휘발유 15원·경유 21원 하락…"기존 비싼 재고부터 팔아야"

정부는 국제유가 급등에 대응해 정유사가 주유소와 대리점 등에 공급하는 가격에 상한선을 두는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를 이날부터 시행했다. 정유사 공급가격 기준으로 휘발유 1724원, 경유 1713원, 등유 1320원이 상한으로 설정됐다.

이번 최고가격은 3월 26일까지 2주간 적용된다. 다만 실제 소비자 가격에는 주유소가 보유한 기존 재고가 소진된 이후 순차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주유소마다 재고 보유량이 달라 반영 시점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면서 "짧은 주유소의 경우 하루 이틀 만에 물량이 소진될 수 있고, 일반적으로 주유소가 일주일씩 재고를 보유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시 이후 2~3일 정도 지나면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가격 인하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로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가격은 시행 이전인 11일 기준 평균 공급가격 대비 109~408원 낮아지는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공급가격 인하분이 판매가격에 반영될 경우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도 100~200원 안팎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3월 첫 주 기준 평균 공급가격은 휘발유 1766.05원, 경유 1809.89원, 등유 1409.24원이었고, 첫 주 공급된 석유가 본격적으로 판매되는 3월 둘째 주(9~10일)의 평균 소비자 판매가격은 휘발유 1902~1904원, 경유 1926~1927원, 등유 1557~1596원 수준이었다"며 "휘발유는 약 136원, 경유는 약 116원, 등유는 약 167원 차이가 난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차이를 이번에 고시된 최고가격에 단순 적용하면 소비자 판매가격은 휘발유 약 1860원, 경유 약 1829원, 등유 약 1487원 수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주유소 판매가격은 최고가격제 규제 대상이 아니어서 실제 인하 폭과 반영 시점은 지역과 주유소별로 차이가 있을 전망이다. 주유소는 기존에 확보한 재고 물량을 소진한 뒤 새 가격이 반영된 정유사 공급분을 들여오기 때문에 가격 조정에 일정한 시차가 발생할 수 있다.

정부는 국제유가 변동 상황을 반영해 2주 단위로 최고가격을 조정할 계획이다. 2주 뒤에는 이번에 정해진 1차 최고가격을 기준가격으로 삼아 같은 방식으로 2차 최고가격을 산정하게 된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첫날인 13일 서울 마포구 SK에너지 양지주유소를 찾아 정량기준탱크를 보며 한국석유관리원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2026.3.13 ⓒ 뉴스1 안은나 기자
30년 만의 '가격 상한'…유류세 추가 인하 카드도 '만지작'

정부가 석유제품 가격 상한을 직접 설정한 것은 1997년 석유 가격 자유화 이후 약 30년 만에 처음이다.

강제적 가격정책 시행에 따른 정유사 손실은 사후 정산 방식으로 보전된다. 정유사는 회사별 원가 구조를 반영해 손실액을 자체 산정한 뒤 공인 회계법인의 심사를 거쳐 정부에 정산을 요청할 수 있다. 정부는 회계·법률·학계 등 전문가로 구성된 정산위원회를 통해 이를 검증할 방침이다.

정부는 추가적인 유가 안정 대책도 준비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원국들은 최근 국제유가 안정을 위해 전략비축유 4억 배럴 방출에 합의했으며 한국도 2246만 배럴 방출을 약속했다. 실제 방출 시기와 방식은 국내 시장 상황을 고려해 결정될 예정이다.

유류세 추가 인하 카드도 검토되고 있다. 현재 유류세는 휘발유 7%, 경유 10% 인하가 적용되고 있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유류세 인하율이 1%포인트(p) 높아질 때마다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약 8.2원, 경유는 5.8원 인하 효과가 발생한다.

정부와 여당은 추경을 통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에너지 바우처·요금 할인 확대와 화물·버스·택시 등에 대한 유가 연동 보조금 등 '직접 지원' 카드도 함께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서 추경과 관련해 "중동 상황으로 석유 가격이 올라감에 따라서 피해를 입는 계층을 타깃으로 해서 어려움을 해소해 주고자 하는데 중점이 있다"며 "유가가 상승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화물자동차, 택배, 농어민, 중소기업 등 취약계층을 타깃으로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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