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도 청구서 받은 日…韓 1호 대미 투자 '상업적 합리성'이 관건
日, 333억달러 들여 핵농축 부지에 LNG 발전소 짓기
대미 투자 첫 단추 끼워야 하는 韓…투자 협의 핵심은 '구조'
- 나혜윤 기자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일본이 확정한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가 예상보다 높은 위험 부담을 안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한국이 추진 중인 첫 대미 투자 역시 '상업적 합리성' 확보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관세 협상 타결 당시부터 미국의 이익에 치우친 투자보다는 사업성에 기반한 프로젝트 발굴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일본 사례를 보면, 미국이 투자 유치를 통해 전략 산업 재편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업성보다 정책적 목적이 우선되는 상황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미 투자 첫 단추를 끼야 하는 한국 역시 적지 않은 난관에 직면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20일 주요 외신과 미 상무부가 지난 18일(현지시간) 발표한 팩트시트(설명자료)에 따르면 일본이 정한 1호 대미 투자 중 하나는 오하이오주 포츠머스 파워드 랜드 프로젝트다. 소프트뱅크 자회사가 333억달러(약 48조2700억 원)를 들여 AI데이터센터용 LNG 발전소를 짓기로 했다.
발전소 예정 부지는 과거 냉전 시기 핵연료 생산시설이었던 포츠머스 가스 확산 공장 부지다. 이곳은 지난 1953년부터 2001년까지 농축우라늄을 생산했던 장소로, 현재도 미국 에너지부가 제염과 해체 작업을 진행 중인 곳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해당 부지에 오염 정화가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인근 지역에서 방사성 물질 검출과 주민 암 발생 증가 사례가 보고됐다고 보도했다. 이미 20년 넘게 정화 작업이 진행됐지만 완료 시점이 불투명해, 일본이 사실상 환경 리스크까지 떠안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다른 투자 사업도 불확실성은 비슷하다. 텍사스 석유 인프라 사업의 경우 미 에너지정보청과 국제에너지기구가 원유 수요 전망을 낮춘 상황에서 공급 과잉 위험이 제기된다. 조지아 첨단소재 공장 역시 시장성과 정책성 사이 균형이 관건으로 평가된다.
이 같은 사례는 미국이 동맹국 투자 유치를 통해 자국 산업 기반을 강화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투자 발표를 관세 압박 성과로 강조하며 추가 투자 확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일본 온라인 여론은 냉담하다. 야후재팬 등에서는 "정부계 금융기관이 참여하면 사실상 세금 투자 아니냐", "이익의 대부분은 미국이 가져가고 부담은 일본이 떠안는 구조"라는 댓글이 상단에 올라왔다. 일부 이용자들은 "국회 승인 없이 미래 부담을 떠넘긴 것 아니냐"는 정치적 비판도 제기하고 있다.
한국 역시 비슷한 요구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지난 18일 박정성 산업통상부 통상차관보를 단장으로 한 실무단을 미국에 파견해 투자 후보군 조율과 사업성 검증에 착수했다. 전력망·가스·핵심광물 등 전략 인프라 분야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한·일이 동일 프로젝트에 공동 참여하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이중 에너지 인프라 사업은 초기 투자비가 막대한 대신 회수 기간이 10~20년에 달하는 장기 프로젝트다. 안정적인 전력 판매 계약(PPA) 체결 여부, 세제 지원과 보조금 수준, 정책금융 보증 범위 등이 수익성의 핵심 변수로 작용한다. 사업 구조가 명확하지 않을 경우 민간 자본 참여가 위축되고 정책금융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미국이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로 미국 중부 텍사스∙루이지애나주 등지 석유화학 산업에 대한 투자를 제안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기존에 사모펀드 등이 보유한 기존 설비나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이 거론되는데, 미국의 제안에 정부는 실무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화학 프로젝트 같은 인프라 투자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장기 현금 흐름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투자 대상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긴 투자 기간에 따른 위험 요인도 적지 않다. 예컨대 가동 시점의 유가나 수요 사이클, 규제 변화 등 변수도 많다. 미국 입장에서는 동맹국 자본을 유치해 이런 위험을 분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부는 사업성 검토를 마친 뒤 투자 여부에 대한 의견을 미국 측에 전달할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 10일 대미투자특별법 통과 전이라도 실무 검토가 가능하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했다. 다만 상업적 합리성이 일정 수준 이상 확보될 경우 거절하기 쉽지 않은 구조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이 관세를 25%로 다시 인상하겠다고 압박하는 가운데 한국에 구체적인 제안을 한 만큼 속도를 내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느냐는 설명이다.
원전 등 다른 카드도 여전히 테이블 위에 있다. 미국은 대형 원전 시공 능력이 부족한 만큼 경험이 많은 한국과의 협력을 기대한다. 다만 한국 측의 신규 노형인 APR1400을 미국 내 건설하기 위해서는 한국수력원자력의 북미 진출을 금지한 웨스팅하우스와의 원전 합의를 바꿔야 한다.
전문가들은 향후 대미 투자 협의의 핵심 변수는 투자 규모가 아닌 구조라고 강조한다. 자금 조달 방식, 손실 분담 조건, 기술 이전 범위, 수익 배분 구조가 명확하지 않으면 대형 프로젝트일수록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한 관계자는 "투자 규모 뿐 아니라 사업의 상업적 타당성과 리스크 관리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나갈 것"이라며 "국익이 우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사업적 합리성에 따라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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