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지원 특별법' 오늘 국회 통과 유력…사업재편 촉매제 역할 기대

산업장관 "연말까지 사업재편계획 안내면 정부 지원서 제외"
정부 최후통첩 뒷받침…석화업계, 자율감축 기대감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26일 오전 전남 여수시 한국산업단지공단 전남본부 대회의실에서 석유화학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여수지역 석유화학기업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1.26/뉴스1

(세종=뉴스1) 김승준 기자 = 정부가 석유화학 사업 개편 계획을 제출하지 않은 석화기업들에 대해 '지원 중단'이라는 초강경 카드를 꺼낸 가운데, 석화산업 지원내용이 담긴 특별법이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예정이다.

27일 국회와 관계 부처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에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석유화학산업의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이 상정돼 통과가 유력하다.

이 법안에는 조세 감면, 과세 이연 등 세제부터, 정부의 연구·개발(R&D) 지원, 산단 내 환경 규제 특례, 공정거래법 특례 등 다양한 지원책을 정부가 기업에 제공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담겼다.

정부는 향후 석유화학 기업들이 제출한 사업재편계획서를 심사해 이번 특별법에 규정된 각종 지원·혜택을 맞춤형으로 제공할 방침이다.

산업장관, 고강도 발언으로 업계 자율 구조조정 촉구…'무임승차 방지'

전날(26일)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여수 국가산업단지에 방문해 '여수 석유화학기업 사업재편 간담회'를 열어 정부의 석유화학산업 구조 개편 정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김 장관은 "대산 산업단지가 사업재편의 포문(gate)을 열었다면, 여수 산단은 사업재편의 운명(fate)을 좌우할 것"이라며 기업들의 신속한 사업재편 추진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지난 8월에 발표한 사업재편계획서 제출 기한은 12월 말이며, 이 기한을 연장할 계획은 없다"며 "사업재편 계획서를 기한 내 제출하지 못한 기업은 정부 지원에서 제외되며, 향후 대내외 위기 상황에서는 각자도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장관이 이러한 강경 발언으로 석유화학 기업의 참여를 독려한 것은 이번 석유화학 구조조정에 최대한 많은 기업이 참여해야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위기가 일시적 불황이 아닌, 중국발 공급과잉이라는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10년간 에틸렌 생산 설비 규모를 약 3배 이상 확대했다. 이는 한국 전체 생산능력의 2.6배에 달하는 규모다.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국제 단가가 떨어지며 한국 기업들은 수익성 악화에 내몰렸다. 정부는 구조조정의 핵심을 과잉 설비 문제가 있는 나프타분해시설(NCC)을 중심으로 설비를 감축하고 고부가 가치 품목 생산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화학산업협회의 의뢰로 실태를 진단했던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구조조정이 없으면 3년 내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절반이 도산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내놓은 상태다.

문제는 생산량 감축 방식의 구조조정은 특정 기업이 생산량을 감축하면 다른 기업이 시장 점유율이 상승하는 단기적인 '무임승차' 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생산량 감축 기업은 감축에 따른 손해와 더불어 생산 설비 전환에 비용 부담을 가지게 돼, 감축에 소극적으로 나설 유인이 생긴다.

이에 정부는 지난 8월 구조조정 계획을 설명하며 무임승차 기업에 대한 경고와 기업들의 참여 독려를 동시에 진행해 왔다.

정부가 목표로 삼는 NCC 생산량 감축량은 270만~370만 톤 규모로 이는 앞서 산업계가 진행한 자율컨설팅 결과를 반영한 것이다.

정부 지원 근거 담은 특별법…세제지원부터 고용지원까지 총망라

이날 국회 본회의 통과가 유력한 '석유화학 특별법'은 김정관 장관이 예고한 정부지원의 법적 근거가 담겼다.

해당 법안은 △조세감면, 손비처리, 자산재평가, 과세이연 특례 등 세제지원 △정부와 지자체의 재정·금융 지원 △산단 환경ㆍ소방ㆍ건축ㆍ에너지ㆍ안전 분야인ㆍ허가 절차 통합 또는 간소화 △환경 관련 기준 초과에 대한 규제 특례 △신기술·신공정 전환에 따른 기술 검증 지원 △90일 이내 관련 기업 결합 심사 완료 △공정거래법 독점 방지 규정 관련 인가 효율화 △정부의 R&D 우선 지원 △에너지 공동 조달 특례 △기술 개발, 인력 양성 지원 △사업 재편 과정 중 고용불안 해소 행정·재정 지원 등의 지원책을 담고 있다.

세제, 규제 특례, R&D, 인력 양성·관리 등 전방위 지원이 이뤄질 수 있다.

앞서 26일에는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이 제1호 석유화학 사업재편계획을 마련해 정부에 제공했다. 이번 법안에는 소급 조항이 포함되어 있어 이 사업재편계획도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

정부 관계자는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의 사업 재편 신청은 법령에 따라 2~3개월 이내에 심의·승인을 할 예정"이라며 "승인 시점에 사업 재편 합리화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과 세제·금융 및 규제 특례, 원가 절감 등 지원 방안이 공개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번 법안에는 업계에서 요청해 온 전기 요금 감면 지원은 포함되지 않았다. 철강을 비롯한 다른 산업에서도 유사한 요청이 있어 산업간 형평성 문제가 있어 쉽게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seungjun24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