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수출은 가속, 국내 건설은 정체…연내 부지 선정 '빨간불'

해외 원전 수출 확대 속 국내 신규 부지 선정은 연내 사실상 불가
한수원 공모 지연·지방선거 변수로 내년 상반기도 불투명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 대통령궁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2025.11.25 ⓒ 로이터=뉴스1

(세종=뉴스1) 김승준 기자 = 정부가 미국·아랍에미리트(UAE)·튀르키예 등과 연이어 원자력 협력 논의를 확대하며 '원전 세일즈'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정작 국내 신규 원전 부지 선정 작업은 계획보다 늦어지며 정책 실행이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UAE·이집트·남아프리카공화국·튀르키예 등 4개국 순방을 마치고 26일 귀국한다. 이번 순방에서 한국은 UAE·튀르키예와 각각 원전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하기로 하고, 바라카 모델의 제3국 공동 진출과 튀르키예 시노프 신규 원전사업 협력 등을 논의했다.

앞서 미국과도 8월 정상회담에서 기업 간 소형모듈원전(SMR) 개발·공급망 협력 MOU가 체결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원전의 외연 확장은 이어지는 분위기다.

"올해 원전 부지 공모 사실상 불가능…내년 상반기도 쉽지 않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전환과 인공지능(AI) 산업 확대로 전력 수요가 커지면서 원전이 주요 의제로 부상한 가운데, 해외 무대에서는 협력 모멘텀이 강화되고 있지만 국내 추진력은 정체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올해 하반기 신규 원전 2기와 SMR 1기의 건설 부지 선정 공모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일정이 사실상 멈춰선 상황이다. 한수원은 지난 3월 부지선정평가위원회를 구성했으나, 지자체 유치 신청을 위한 공고가 이뤄지지 않았다. 당초 7월 공고가 목표였다.

통상 지자체 공모 기간과 평가 절차에 2~3개월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연내 부지 선정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내년 상반기 추진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고개를 든다. 한 업계 관계자는 "2026년 지방선거가 다가올수록 지자체가 원전 유치와 같은 민감한 사안을 추진하기 부담스러워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현재 경북 경주·영덕·울진, 울산 울주 등이 신규 원전 부지 후보지로 거론된다. 울주군 서생면 주민들이 원전 유치 신청을 요구한 사례처럼, 일부 지역에서는 건설 인력 유입과 지역 지원사업 등 장기적 경제 효과를 기대하는 긍정적 여론도 존재한다.

부산 기장군 장안읍 고리 원전 2호기모습.ⓒ News1 윤일지 기자
변수로 떠오른 12차 전기본…신규 원전 계획 변경 가능성도

부지 선정 지연의 또 다른 변수는 정부가 준비 중인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다. 이번 부지 공모는 11차 전기본을 근거로 진행되는 만큼, 차기 전기본에서 신규 원전 도입 계획이 조정될 경우 일정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신규 원전에 대해서는 12차 전기본 수립 과정에서 공론화 절차를 거친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정책 결정 과정의 재검토 가능성이 시사되면서 업계에서는 "정부의 해외 원전 세일즈와 국내 원전 로드맵 사이의 간극이 더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해외에서는 원전 협력의 외연 확장에 나서고 있지만, 국내 기반 확충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수출 전략의 지속성과 신뢰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말했다.

seungjun24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