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관 "동생 잃은 러트닉 위해 9·11 추도식 참석…협상 터닝포인트"
"추도식 후 만나보자는 연락 받아…그 자리에서 분납 논의돼"
"APEC 후에도 협상 지속하자는 메시지, 美 최후통첩으로 생각한 듯"
- 김승준 기자
(세종=뉴스1) 김승준 기자 =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한·미 관세 협상의 교착 상태가 풀린 '터닝포인트'(전환점)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참석한 9·11 추모식 다음 날을 꼽았다.
김 장관은 17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미국의 전액 현금 투자 요구에) 통화 스와프, 분납 이야기를 했지만, 미국 측이 만나주지도 않았고, 러트닉 장관에게 문자를 보내도 답이 없었다. 그러던 중 9·11 추모식에 협상과 별개로 참여한다고 하자, 추모식 후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2001년 9·11 테러 당시 쌍둥이 빌딩에서 근무하던 러트닉 장관의 동생과 회사 직원들이 모두 사망하는 비극을 겪었다. 러트닉 장관은 이후 매년 9월 11일 추모 예배를 진행해 왔다. 김 장관은 러트닉 장관과 이에 대한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고 전했다.
김 장관은 "하루는 러트닉 장관과 이야기하다가 억만장자인데도 왜 이렇게 열심히 사는지 물어보니까, 러트닉 장관이 9·11 이야기를 해 주면서 자기는 동생과 같이 근무했던 직원들의 몫까지 다 살아내야 한다고 말했다"며 "(협상이 교착이던) 9월에 그 이야기가 생각나서 협상은 협상이니 추모 예매만 참석하겠다, 협상 이야기는 일절 안 하겠다고 연락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추모식에 가서 내심 (협상 관련 이야기할) 시간은 줄 거라고 생각도 했지만, 그런 것 없이 예배만 했는데 그날 저녁 내일 오후에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며 "그 후 만난 자리에서 대미 투자에 대한 분납 이야기가 됐다"고 밝혔다.
분납 논의 이후에도 협상 교착 상태가 이어졌지만,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를 앞두고 협상은 급물살을 탔다.
김 장관은 "APEC은 APEC이고 협상을 계속 이어가되, APEC에서는 협상을 잘 진행하면서 결론을 내겠다는 정도로 메시지를 내자고 러트닉 장관에게 문자를 보냈다"며 "1시간 뒤 '한국 측 의견을 받아주겠다'는 답이 와서 눈을 의심했다. 미국 측이 한국의 최후통첩으로 받아들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정관 장관은 협상에 대한 자체 평가를 묻는 진행자의 말에 '과락은 면한 수준'이라고 답했다.
그는 "우리가 조선업같이 미국이 정말 아쉬운 업종이 있었으면 협상의 내용이 바뀌었을 것이다. 예를 들면 1500억 달러의 조선업 투자는 수익 배분에서도 전부 저희가 다 받는다"며 "(산업부) 직원들에게 이번에는 여기까지만 했지만, 나중에는 150점 맞기 위해 우리 힘을 키워보자는 이야기도 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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