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쇠고기는 지켰지만…美농식품, 제도개선 통한 '우회 진입' 우려
GMO심사 간소화·US데스크 설치 등 절차 개선…농업계, 실질 개방 우려
12월 FTA 공동위서 후속 조치 명문화 예정…농업계 민감 쟁점 여전
- 나혜윤 기자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한국 정부가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쌀과 쇠고기 등 민감 품목의 추가 개방은 막았지만, 미국산 농식품이 '검역 제도 개선'이라는 명목으로 국내 진입 경로를 넓힐 수 있다는 우려가 농업계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한미 양국이 발표한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에는 직접적인 시장 개방 조치는 담기지 않았지만, 비관세 장벽 완화와 절차 간소화 내용이 다수 포함됐기 때문이다.
17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농축산물 등 민감 품목에 대한 관세율 인하나 물량 쿼터 확대(TRQ) 등 직접적인 개방 조치가 전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쌀, 쇠고기 등 우리 농업의 민감성을 고려해 추가 시장 개방은 담지 않았으며 양국 간 협력과 소통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도 "기존 합의에서 벗어난 농축산물 추가 개방은 없다"고 재확인했다.
그러나 팩트시트에는 일부 조치가 미국산 농산물의 국내 진입을 용이하게 만드는 비관세 기반 제도 개선으로 포함돼 있어, 실질적 개방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대표적으로 GMO(유전자변형) 제품의 위해성 심사 가이드라인 마련과, 원예작물 검역 절차를 전담하는 'US 데스크' 설치, 미국산 육류·치즈 제품의 명칭 사용 유지 등이 있다.
GMO 관련 조치는 기존에 수입 심사가 지연됐던 미국산 유전자변형 감자, 사과 등 품목에 대해 심사 기준과 자료 제출 범위를 명확히 하고, 절차를 간소화하면 허가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US 데스크 설치 역시 미국 측 요구에 대응해 검역 절차의 예측 가능성과 속도를 개선하고, 양국 간 소통 창구를 명확히 한다는 의미가 있지만, 농민단체는 "단순 소통 창구가 미국산 농식품 진입을 앞당길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또한 이번 팩트시트에는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 논란에서 문제가 된 지리적 표시제(GI) 관련 내용도 포함됐다.
미국산 체다치즈 등 특정 명칭 제품은 기존처럼 국내 시장에서 계속 판매할 수 있도록 한 점이 EU 규제 정비와 상충할 가능성이 있어, 농업계 민감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농업 분야에서 직접적인 시장 개방은 피했지만, 제도 기반을 바꾸는 비관세 협력이 본격화하면서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번 협의 내용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연내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공동위에서 농업·디지털 분야의 구체적 이행 방식과 명문화 여부가 결정되면서, 팩트시트의 실질적 영향력이 커질 전망이다.
여한구 본부장은 "12월 정도로 예정하고 있고, 팩트시트에 담긴 내용들이 공동위에서 후속 명문화될 것"이라며 "한미 FTA가 13년째 되는 중요한 제도적 틀로, 이를 통해 안정적 통상 환경을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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