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전력시장 이탈에…한전 사장 작심 발언 "전력직구제 폐지 옳다"

[국감현장]전력직구제 형평성 논란…정혜경 "전기 요금 부담 대기업이 먹튀"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한국에너지공단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5.10.23/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세종=뉴스1) 김승준 기자 =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국제 연료 가격이 급등 시기에 발전 원가가 올라가면 요금에 반영했다가 원가가 내려가면 요금을 인하하는 것이 작동하지 않는다면 전력 직접 구매제도(전력직구제)는 폐지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23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발전 원가가 급등한 2021~2023년 국민과 기업의 요금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한전이 부담을 (적자로) 떠안았다"며 "전력 (원료) 가격이 안정되면서 구매 요금이 내려오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전력 직구 제도를 채택하는 것은 제도의 맹점을 악용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정혜경 진보당 의원은 대기업들의 전력직구제 활용 행태를 지적했다.

전력직구제는 전력시장의 경쟁을 촉진하고자 2003년 도입된 제도로, 대규모 전력 사용자는 이 제도를 통해 한전을 거치지 않고 발전 사업자로서 직접 전기를 구매할 수 있다.

전력직구제가 도마 위에 오른 배경에는 공공 전기요금 결정 체계가 있다.

한전의 전기 요금은 원료 단가와 같은 시장 원리뿐 아니라 물가 안정, 산업 육성 같은 국가 정책적 결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결정된다.

현행 제도에서는 발전의 원가를 결정하는 국제 연료비, 환율이 급등·급락하더라도 전기 요금의 '연료비조정요금'은 분기별로 킬로와트시(kWh)당 -5원에서 +5원 범위로만 반영된다. 한정된 범위 내에서 반영 금액을 결정하는 것은 사실상 정부의 정책 판단으로 이뤄진다.

전력직구제는 실질적 활용 사례가 적었으나 최근 대기업을 중심으로 이용 기업이 늘었다.

2022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해 국제 연료비가 급등했으나 정책적으로 전기 요금은 인상되지 않아 한전의 누적 적자는 폭증했다. 이후 적자 문제 해소를 위해 가정용, 산업용 요금이 인상됐다.

산업용 요금이 최근 3년간 7차례 오르자, 기업들은 전력직구제로 눈을 돌렸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한 국제 연료비 급등세가 안정화돼 발전 사업자에게 직접 구매하는 것이 저렴해진 것이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은 "한전이 재정 적자를 감당하기 어려워서 요금을 올렸더니 대기업은 직접 구매로 '먹튀'하고 남은 국민과 중소기업이 (요금 인상) 부담을 떠안는 구조 이것을 고통 분담이 아니라 책임 회피"라며 "대기업에 대한 분명한 책임을 부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원주 기후에너지환경부 에너지전환정책실장은 "대기업 고객들이 시장을 이탈하여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은 사실"이라며 "체리피킹 소지가 없도록 제도적 보완 방안을 강구하고 시장 왜곡이 없도록 지속 관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seungjun24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