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무역 충돌에 낀 한국…한미 조선협력 '마스가'도 긴장

통상·해상 패권 견제 수위 높이는 美中…"정상회담 전 협상력 확보 시도"
관세협상 지렛대 '마스가' 압박 목적일 수도…산업부, 업계와 논의 착수

대미 수출 관세 인하와 조선업 투자를 골자로 한 한미 무역 협상이 타결된 31일 경남 거제시 아주동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 대형 크레인이 보이고 있다. 정부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무역 협상 합의에는 한국이 제안한 조선업 협력안인 '마스가'(MASGA) 프로젝트가 가장 크게 기여했다고 밝혔다. 2025.7.31/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세종=뉴스1) 김승준 기자 =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조선업으로 확산되면서 한국이 예상치 못한 외교·통상 압박에 직면했다.

중국 정부는 14일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 5곳을 제재 대상에 포함시키며, 이들과의 거래와 협력을 전면 금지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한국과 미국이 추진 중인 조선업 협력 '마스가'(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가 중국의 정조준을 받으면서, 관련 협력 사업과 진행 중인 한미 관세 협상에도 파장이 우려된다.

미·중 패권 경쟁에서 또 등장한 중국의 美 동맹국 압박 전략

이날 중국 상무부는 중국 항만에 기항하는 미국 선박에 항만 수수료를 부과하는 한편,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인 한화해운(한화쉬핑), 한화 필리조선소, 한화오션USA인터내셔널, 한화쉬핑홀딩스, HS USA홀딩스 등에 대한 거래 행위를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이 중국 조선 등 산업에 대한 301조 제한 조치 시행과 관련한 중국 측 입장'을 통해 이번 제재의 배경을 설명했다.

중국은 미국의 무역 제한 조치에 대해 "전형적 일방주의, 보호주의 행위로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을 심각하게 위반하고 있다"며 "'중미해운협정'의 평등 호혜 원칙을 위배하며 관련 국가의 해운 및 조선 기업에 불공정한 경쟁 우위를 부여해 중국 해운·조선 기업 등 산업에 대한 차별적 행위를 구성하고 중국 관련 산업의 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상무부는 한화오션이 제재 대상에 오른 이유에 대해 "한화오션의 미국 내 관련 자회사가 미국 정부의 관련 조사 활동을 지원해 중국의 주권, 안전, 발전 이익을 해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미국은 불공정한 무역 관행에 대한 시정 수단인 무역법 301조를 발동해 중국 회사의 소유·운영 선박에 대해 미국 항만 이용 시 특별 수수료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이번에 미국과 중국이 주고받은 조치는 양국 간 통상·해상 패권 경쟁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그중 중국의 조치는 미국을 직접 겨냥하기보다, 미국과의 조선업 협력을 강화하는 한국을 압박함으로써 미국을 견제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지난 10일 미국에 대한 희토류 수출 통제를 강화했고, 미국은 중국에 100% 추가 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하는 등 이달 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서의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상호 견제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이번 조치는 겉으로는 미국의 301조 조치에 대한 '맞대응'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 의도는 미국의 조치에 동참하거나 협력한 제3국 기업까지 견제하겠다는 경고 신호로 볼 수 있다"며 "APEC 정상회의를 앞둔 협상 지렛대이자 압박 카드로 해석되며, 중국이 희토류 통제에 이어 공급망·해운·조선 분야까지 전선을 확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에도 중국은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 일본, 호주 등에 대해 수입 규제를 활용한 압박에 나선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한화 필리조선소에서 열린 '스테이트 오브 메인'호 명명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관세 협상 지렛대 '마스가'도 압박…산업통상부, 업계와 논의 착수

이번 중국의 조치는 미국의 조선업 재건을 한국이 돕는 '마스가 프로젝트'에 균열을 내려는 의도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에 제재 대상에 오른 '한화 필리조선소'는 이재명 대통령이 첫 방미 일정 중 방문했던 곳으로 한미 조선업 협력이라는 상징성이 있다.

장상식 원장은 "제재 대상인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들은 중국 내 사업이 없어 실질적 피해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한·미 조선 협력이 강화되는 시점에 중국이 이러한 조치를 취한 것은 해운·조선 경쟁국인 한국을 견제하고 한·미 공급망 결속에 균열을 내기 위한 전략적 견제 성격도 있다"고 말했다.

마스가 프로젝트는 현재 한국과 미국이 진행 중인 한-미 관세 협상에서 한국의 핵심 협상 카드다.

미국은 중국과의 경쟁을 위해 해양 패권을 확보하려 하지만, 글로벌 선박 수주 점유율이 1% 미만에 그치는 등 조선업 역량이 쇠퇴한 상태다. 반면 중국은 수주량 기준으로 세계 1위다.

미국 입장에서는 조선업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조선업 2위 국가인 한국과의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며, 한국 정부는 이를 관세 협상력을 높이는 데 활용해 왔다.

이번 중국의 제재 발표 직후 통상당국은 업계 영향 분석과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 기업 영향을 파악하는 단계로, 대응 방안을 수립 중"이라고 밝혔다.

seungjun24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