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연어 시장의 표준…"블루푸드테크 미래 이끈다"
[오션테크2025 ③]제도적 기반정비·규제해제로 대기업 진입…통합홍보 전략으로 '신뢰' 이미지 구축
혁신 기술·지속가능성 중심 경영 전략…글로벌 양식산업 대표기업 '모위'
- 백승철 기자
(세종=뉴스1) 백승철 기자 = 1980년대 이후 세계 양식산업은 글로벌 식량 안보와 해양자원 보전이라 는 두 가지 과제를 해결하는 핵심 산업으로 부상했다. 노르웨이와 같은 양식 선진국들은 적극적인 제도 혁신과 기술개발을 통해 생산의 효율성과 지속가능성을 모두 달성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선도적 지위를 확보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양식산업은 산업구조의 영세성과 고령화, 높은 생사료 의존도 등으로 인해 글로벌 경쟁에서 뒤쳐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글로벌 선진 사례와 기술혁신 전략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내 양식산업의 현황을 진단해 현실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글로벌 양식산업의 선두로 꼽히는 노르웨이는 면허 관리와 질병 대응 체계 등 제도적 기반을 정비해 연어 양식산업의 지속가능성과 확장성을 동시에 확보한 대표 사례로 평가된다. 특히 세계 최대의 연어 수출국으로서 이 분야를 주도하고 있다.
본격적인 노르웨이의 연어 양식산업은 1960년대부터 민간 중심으로 시작됐으나, 정부는 산업 과잉을 방지하고 수질·환경 문제를 통제하기 위해 조기에 면허 제도를 도입했다. 1980년대 후반에는 규제 해제로 대규모 기업 진입이 가능해졌다.
노르웨이의 질병 확산과 양식 방역 체계를 살펴보면 1980~1990년 연어 양식장에서 박테리아성 질병과 기생충 감염으로 폐사율이 급격히 높아지자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항생제 사용량도 증가했다. 하지만 항생제 사용은 수출 규제와 소비자 신뢰 저하로 이어지면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게 됐다.
이에 노르웨이 정부는 백신 접종을 제도화하고, 민간 기업은 표준화된 백신을 보급했다. 이러한 민간 주도 및 정부 보조 형태의 정책은 항생제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였으며, 양식 어류의 건강 상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기여했다. 이러한 대응 체계는 이후 스마트 양식 기술, 원격 모니터링 시스템, 자동 사료 공급 등 디지털 기반 기술로 이어지게 됐다.
2000년대 이후에는 환경 보호와 동물복지를 중시하는 정책 기조가 강화되며 연어 양식산업 전반에 구조적 변화가 요구됐다. 이에 어류 스트레스 저감, 복지 인증 제도의 도입 등이 병행됐으며, 동시에 국제 인증을 확대 적용하고 생산 전 과정을 투명하게 관리하는 추적 시스템을 정착시켰다.
이와 함께 노르웨이 정부 산하의 노르웨이 수산물 위원회(NSC)는 'Seafood from Norway'브랜드를 통해 국가 이미지 기반의 통합 홍보 전략을 전개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할 수 있는 원산지 국가'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노르웨이 연어 양식산업이 기술 중심 산업으로 전환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민간과 정부 간의 명확한 역할 분담 구조가 있었다.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 수요는 민간 기업이 주도적으로 제시하고, 정부는 해당 연구가 실행될 수 있도록 연구기금(research fund)을 통해 재정적으로 보조하는 방식으로 지원 체계를 운용했다. 수산물 수출세의 일부는 이러한 연구기금으로 활용됐으며, 이를 통해 정책이 산업계의 자발적 기술 투자와 연계될 수 있도록 유도했다.
또 독립 연구기관인 노피마(NOFIMA), 신테프 오션(SINTEF Ocean) 등과 협력해 품종 개량, 백신 개발, 스마트 양식 기술, 대체 사료 등 다양한 분야의 실증 연구를 수행하고, 민간 기업과 공동으로 기술의 현장 적용성을 검토했다.
이러한 구조는 세계적 기업인 모위(MOWI)가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을 신속하게 개발하고 도입하는 기반이 됐으며, 비용 절감과 생산 효율화에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게 했다.
글로벌 양식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인 모위(MOWI)는 스마트 양식 기술, 외해 및 심해 양식 기술, 친환경 사료 개발 등 다양한 혁신 기술과 지속가능성 중심의 경영 전략으로 5년 연속 콜러 페어 단백질 생산자 지수에서 지속가능한 단백질 생산업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모위는 2020년대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모위 스마트 파밍(Mowi 4.0 Smart Farming)'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시스템은 센서와 카메라, IoT 및 AI 기반 분석 기술을 통해 실시간 생체량 측정, 자동 사료 공급, 어류 건강 및 행동 모니터링 등 핵심 작업을 자동화했다. 또 여러 양식장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원격 운영 센터를 운영해 위기 대응 능력을 높이고 있다.
2019년부터는 외해 양식장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으며, 현재 하브팜(Havfarm) 등과 같은 대형 심해 케이지시설을 실증 단계로 운영하고 있다. 이 기술은 연안 양식장의 기생충 감염, 과밀 사육에 따른 질병 확산, 환경 스트레스, 연안 생태계 오염과 지역사회 반발과 같은 문제를 효과적으로 극복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외해 양식장의 깨끗한 환경과 빠른 해류는 기생충 감염률을 낮추고 연어의 생존율과 성장률을 높이며,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2010년대 이후 모위는 해양 부산물, 곤충 단백질 등 대체 원료를 활용한 친환경 사료 개발을 본격적으로 추진하였다. 이를 통해 어분과 어유 의존도를 줄이고 해양 생태계의 부담을 낮추었으며, 생산 비용 절감 및 친환경 인증 획득을 통한 시장 경쟁력 강화와 탄소 발자국 저감 등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실현하고 있다.
또 2015년 이후 어류 복지를 기업의 핵심 목표로 설정하고, 사육 밀도 관리, 스트레스 저감, 엄격한 수질 관리 등 복지 중심의 생산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2018년 이후에는 AI와 머신비전을 기반으로 한 첨단 이미지 스캐닝 및 자동 진단 시스템을 도입해 과학적인 복지 중심의 관리 체계를 구축 중이며, 현재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이 기술은 최근 동물복지 논란과 소비자 신뢰 저하 등의 위기를 효과적으로 극복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하는 기반이 됐다. 유럽 등 주요 수출 시장의 강화된 수입 기준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했다.
모위는 사료 생산, 치어 생산, 양식, 가공, 유통 및 판매까지 전 과정을 직접 통합 관리하는 글로벌 최대의 수직계열화 연어기업이다.
특히 2012년 자체 사료 사업부인 모위 피드(Mowi Feed)를 설립하고 노르웨이 및 스코틀랜드에 대형 사료 공장을 운영하며, 사료 품질의 일관성과 비용 효율성 및 맞춤형 레시피를 가능하게 했다. 이러한 수직 통합 구조는 기업의 선도적 위치를 강화하는 동시에, 품질 안정성과 유통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기반이 됐다.
국내 양식산업은 그동안 주로 영세한 개인 양식장 중심으로 운영돼왔다. 이는 1990년대 이전에는 노르웨이와 유사한 형태였으나, 노르웨이가 적극적인 규제 완화와 면허 통합 정책을 통해 양식산업의 대규모 기업화를 이끌어낸 것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이후 약 30년 동안 지속적으로 대기업 진입을 규제해 산업의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했다.
최근 일부 어종인 참치와 연어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기업의 진입이 허용됐지만, 여전히 다양한 규제들이 남아 있어 대규모 자본 유입이 어렵고 산업의 규모화가 정체돼 있다.
여기에 더해 전문가들은 또 다른 구조적 한계로 △생사료의 높은 의존도 △현장 인력의 고령화 △품질 관리 및 인증체계 미흡 △정부 주도의 R&D 방식과 현장 수요 간 괴리 등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소규모 업체의 전략적 합병 촉진 및 기업규모화 유도 △배합사료 전환 의무화 및 친환경 사료 생산체계 구축 △자동화 기술개발 및 스마트양식 시스템 확대 보급 △통합 품질관리(QC) 강화와 브랜드를 통한 인증수산물 수출 활성화 △민간 주도-정부 지원형 R&D 체계로의 전환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윤지현 아쿠아프로(주) 대표는 "우리나라 양식산업도 노르웨이 사례를 벤치마킹해 소규모 업체들의 전략적 합병과 대규모 자본 유입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제반 양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국내 양식산업도 규모화·대형화를 이뤄 생산 효율성을 제고하고 시장 다변화를 실현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도 배합사료 전환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현장의 생사료 의존도가 높아 실질적 개선은 더딘 상황"이라며 "국내 양식어종의 특성에 맞춘 친환경 배합사료 개발과 보급을 위한 실질적 정책 지원을 통해 어분과 어유 사용량을 줄이고 탄소를 저감할 수 있는 생산체계를 구축해야 하며, 국제 인증 기준에 부합하는 지속가능한 양식산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기술적·제도적 지원도 함께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윤 대표는 "기업화 및 규모화 방안과 연계해 개발된 첨단 자동화 기술들이 실제 산업현장에 적용되도록 지원하고 첨단산업으로 변모해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하며, 향후 생산에서 소비까지 전 단계가 연결된 통합적 가치사슬을 구축하고, 소규모 양식장까지 확대할 수 있는 간소화된 품질관리 시스템 도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간기업들이 양식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개발 과제를 직접 발굴해 정부가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며 "이러한 민간 참여형 R&D 체계 구축은 현장 중심의 실질적이고 신속한 기술혁신을 가능하게 하고, 궁극적으로 국내 양식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향상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촉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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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세계는 지금 산업 전반에서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에 맞춰 주요 선진국들은 이미 해양에 대해서도 정책을 수립하고 관련 기업들과 발맞춰 새로운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해양수산 분야의 세계적인 기술 흐름과 우리 해양수산 기업들의 대응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2025 오션테크 코리아>가 10월 28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개최된다. 뉴스1에서는 행사에 앞서 우리나라 관련 정책과 세계 주요 기술 흐름을 7편에 걸쳐 미리 알아본다.